묘지기행 (서상돈, 2016.05.25)

[알타리김치]

글 쓴이가 거주하는 대구 수성구 범물동 버스종점 차고지와 연접한 천주교 공원묘지에, 국채보상운동에 관여한 서상돈 (1850-1913)선생이 영면하고 있음을, 최근에 알게 되어 대구 근대사 한 시대를 풍미하였던, 그에 관하여 관련 문헌들을 찿아 보았습니다.

서상돈은 선조인 증조 때(1780년대)부터 천주교에 입교하였으며, 이후 전국을 헤매며 고초를 겪고 병인박해 때 삼촌 3명이 순교하는 비극을 맞았습니다.

모친은 대구에서 단 두 집의 천주교 신자 가족의 한 집안 김후조의 장녀 김아가다 이다.

그는 대구에서 어린시절을 가난한 보부상으로 출발하여, 탁월한 장사 수완으로 손대는 사업마다 큰 이익을 남겼으며 만석군으로 성장하였다.

민간의 명망있는 대지주였던 그는 경상도 관찰사에 의해 시찰관으로 임명되어, 지역의 세금을 할당 선납하고 조세를 징수하여, 미곡과 지물 등 각종 물품을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국채보상운동은 일본 흥업은행으로부터 1천3백만원 국채를 갚고자 전 국민이 단연(금연)으로, 국채를 갚고자 광문사 사장 김광제 (1966-1920,독립운동가)와 연대하여 서상돈은 부사장으로서 재정적인 뒷받침을 하였다.

거국적 불꽃처럼 타오른 이 계몽 운동은 기생, 백정, 부녀자, 걸인들까지도 동참하였으며, 고종 역시 이를 갸륵한 여겨 단연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친일 세력의 거센 반발 방해공작과 한일합방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사업가로서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그는 접하는 사업마다 큰 이득을 남겨, 대 자본가로 성장하였으며 자선과 기부로 협성학교 설립에 참여하였다.

또한 평생의 숙원이었던 천주교의 성업을 위해 2차례 걸쳐 성당 건립에 거금을 희사하였고, 천주교 대구교구 설정때 1만여평의 땅(현 남산동 교구청 일대)을 희사하고 자선을 통한 선교활동에 전력을 다하였다.

오늘날의 계산성당 옆 골목길은 서상돈 고택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의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이 지척에 위치하며, 대구 근대문화 골목길로 탐방객이 줄을 잇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렇게 대구 카톨릭은 그에 의해 씨앗이 뿌려졌고 터전이 마련되었으며, 대구 천주교의 천주교에 의한 천주교를 위한 봉사와 자선 활동은, 생을 마칠 때까지 후손들에게도 이어졌다.

그의 바램과 가르침으로 증손 서공석(요한) 서인석(바오로)은 사제가 되었으며, 서준석 (마오르)은 수녀가 되었다.

민족연구소에 따르면 서상돈은 국채보상운동을 발의한 공적도 있지만,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일제의 지방경제 수탈을 위한 대구 농공은행의 대주주이자 감사였으며, 화폐정리사업 당시 엄청난 규모의 특혜를 받았고, 일왕의 포상 경력, 실체가 불분명 독립협회 간부 경력 등을 이유로 대구 매일신문과 국채보상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선양사업을 중단할것을 주장했다.

일제 강점기의 천주교단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다시 말해 식민지시대 독립운동에 관심이 없었으며 시류에 편승하고 협조 방관하였다 고 전한다.

대구 매일신문사(천주교재단)와 국채보상기념사업회는 서상돈상을 공동 제정하였는데, 정작 광문사 사장 김광제 선생에 관한 내용은 배제하고, 재정적인 뒷받침으로 기여한 서상돈 만을 부각함으로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제 강점기 시절 천주교단의 일제에 대한 협조 또는 방임에 관한 전력을 회피하고자, 대구 천주교의 개척자인 서상돈을 근거가 희박한 독립투사로 위장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기록은 고증과 관계자의 증언 또는 역사가들에 의해 밝혀져야 할것이다.

"중략"

당일 참배 겸 호기심 반으로 시도한 묘지 기행은 방문하기 몆일 전, 무턱대고 들렀다가 뙤약볕 아래 2시간 정도 헤매다 헛탕을 친 뒤라, 당일 공원묘지 주차장에 도착하여 관리인에게 인사를 드리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유택은 천주교 묘지가 아닌 연접한 가족 묘지였고 관리사무소 화장실에서 동쪽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5부 능선쯤으로 직선 코스로는 풀과 잡목이 무성하여 진입하기 곤란하였습니다.

이에 공원묘지 밖 월드컵 운동장으로 연결되는 범안로를 경유하여, 200여m 정도 오르니 오른편에 벌통이 50여개 정도 놓여져 있는 농장이 보였고, 산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50여m를 오르니 고사목 3그루 아래 사상돈 가(家)의 가족묘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의 공원 묘지는 관리하기 쉽게 바둑판처럼 일목 요연하게 배치되어 있느나, 이 곳은 오래 전에 조성된 묘지라 불규칙적으로 혼재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묘지 상단부터 서상돈, 2子 서병조, 서정학(서병조의 3男 순으로 부부 합장이었는데 짓푸른 풀과 잡초가 우거져 있었으며, 서상돈의 상석에 준비해간 막걸리로 예를 표하였다.

한편 오른쪽 2시 방향으로 천주교 공원묘지 중심에 위령탑이 보이는데, 워낙 유명인사라 그 부근에 안치되어 있으리라 지레 짐작하고 헤메며 헛탕친 장소가 보인다.

특이한 점은 서병조의 합장묘 중앙 비석이 부러진 상태로 접합되어 있었으며, 왼편 비문은 지역의 명문인 대륜중고등학교주 라 표기되어 있고, 오른편의 비문도 있었을 법한데 뽑힌 흔적이 있었으며, 비문은 실종된듯하였다.

이는 후에 행력에 대한 문헌을 살펴본 결과 그의 친일 행적에 따른 시민단체의 뜻인듯 하였다.

서병조 (1886-1952 蘭史)는 창씨개명 대봉병조(大峰丙朝)로 선친으로 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대 자본가로 활동하였으며 일본어 보급에 적극적이었고, 황국신민화 정책을 선전 선동하였으며 20년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냈다.

또 당시 재정이 열악하였던 교남학교 교장 이효상(1906-1989)의 거듭된 제의로, 인수하여 대봉교육재단을 설립하였으며 1948년 대륜교육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4대 재단이사장으로 장자 서정식은 5대 재단이사장으로 봉직하였으며, 지금은 대구 지역 기업인 김영준이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방후 서병조는 반민특위에 체포되어 수감되었으며 혼란기에 풀려나 한국전쟁시 영욕의 생을 마감하였다.

서병조 묘소 하단에 무슨 이유인지 장자 서정식의 묘가 아닌, 서병조의 3子 서정학 부부 합장묘가 안장되어 있었다.

초록은 동색이라 서병조와 이효상은 교육가 정치인 천주교인으로 친일 행위로 한시대를 풍미하였는데, 이효상은 교남학교 재직시 학병을 독려한 전력이 있다.

이효상의 차남 이문희는 대를 이어 천주교에 입교하였고, 사제로서 대구 교구장을 역임하고 은퇴하였으며, 서상돈가와 더불어 카톨릭 사제를 배출한 가문이 되었다.

거룩하고 숭고했던 국채보상운동의 민족 계몽운동은 김광제 서상돈 서병조 이효상 이문희 라는 등장 인물이 있었으며, 대륜학교가 대구 지역의 명실상부한 명문사학으로 비상하게 되었고, 진실에 입각한 역사적 사실은 아직도 미완성에 그치고 있다 라고 감히 읊조리고 싶습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