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2 / 09:30~
관옥나무자료모임 / 풍경소리방
구정/언연/향원/자허
[사서일기, 앨리 모건]의 책을 읽고 만나기로 한 지난 모임의 약속을 잊지 않았어요.
저마다 <1장 별종마법>을 읽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대학도서관을 가서 "사람으로 태어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보살의 37수행법>의 첫 구절이 생각났어요.
'구하기 어려운 가만의 큰 배를 얻은 이때...'
인간의 몸으로 왔으니 얼마나 공부하지 좋으냐고 선지식들은 말씀하시지요.
그래요. 공부하기 좋은 인간의 몸을 입고 이번 생을 사는데 잘 배우는 학생이길 염원합니다.
[사서일기]의 앨리 모건이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것들, 가운데 이런 게 있네요.
=비오는 날 부모들은 공짜로 아이들을 신나게 놀리기 위해서 도서관에 온다. 가난한 사람들은 따뜻하게 많아 있을 공간을 찾아서 도서관에 온다. 도서관은 천국이다.
=할머니들이 도서관을 먹여 살린다. 책읽는 할머니들이 최고다. 정확히 어느 페이지에 가장 소름끼치는 살인 현장이 묘사되어 있는지 말해줄 수 있는 할머니들이야말로 최고시다.
=도서관 직원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만, 만약 당신이 우리에게서 카페인을 빼앗는다면 부디 당신에게 '책의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싶지 않을걸.
이 외에도 더 있네요. 관옥나무도서관에서 살면서 제가 알게 된 것은 뭘까요?
[사서일기] 1장을 한번, 두번, 세번 읽으면서 밑줄긋기를 합니다.
세상은 나없이도 별일없이 계속 될 것이다. '계속된다'는 게 핵심이었다.
당신이 하는 일에 약간 미쳐야 할 필요는 있다. 책에 약간 미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두꺼운 책 한권 한권마다 제각기 하나의 우주가 담겨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검색 엔진
지식의 수호자
누가 물어보면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어 주었다, 그것도 공짜로!
우리는 이용자수를 기록합니다.
다음으로는 장서.
우리는 감사를 받습니다.
도서관마법을 여전히 애용하는 사람들
가난의 깊이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똑같은 반복으로 삼주를 보낸 후
책을 살펴보는 모양새
그건 사적인 개인정보이므로 제가-또는 여기 어떤 직원이라도-절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어쨌든 이곳에는 여전히 마법이 존재했다
한문장, 한구절이 넘어갈때마다 내 속에서 질문이 올라와요. '나는 어떤가?', '그때 나도 그랬는데, 지금은 좀 달라. 왜 그럴까? 등등.
나의 첫 도서관은 우리 마을회관 안에 열쇠 채워진 새마을문고였어요. 그때 무슨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국민학교, 중학교에도 도서실은 있었지만 함부로 책을 꺼내서 볼 수는 없었지요. 선생님이 열쇠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도서부원들이 대출대장에 기록하고 뭐 이런 절차들이 있었거든요. 책을 좋아하기는 했는데 빌려서 본 적은 별로 없었고 주로 선생님들 책을 봤던 것 같아요. 제법, 곧잘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보였던지 초임발령받은 선생님들이 고전문학들을 가져다 주셨어요. 좀 자라서는 야간학교를 마치고 나서 버스 정류장 앞에 있던 서점에서 거의 날마다 30분이상은 책을 뒤적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올 때는 주인장 눈치가 보여, 일주일에 2권 정도는 980원하던 마당문고나 범우사, 문고판을 사서 읽었어요. 시민도서관이나 부전도서관은 입장료가 500원이던 시절이고 갈 시간도 없었지요. 십대의 마지막은 시와 소설로, 이십대중반부터는 동화를 주로 읽었네요.
도서관에 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책에도 미치는 부분이 있지요. 나는 어떤가? 싶습니다. 미친다는 게 어떻게까지 해야 미친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도서관의 자료에 대한 자신감은 내게 있는가? 의구심이 듭니다. 도서관의 기본을 검색엔진, 지식의 수호자 이런 말들로 본다면 쥐구멍을 찾게 됩니다.
도서관의 마법을 나는 믿는가? 질문하게 됩니다. 리베카와 영씨를 대하는 앨리가 도서관에 있을때 마법은 생기겠지요. 이용자, 한사람 한사람한테 눈 맞추고, 축 늘어진 어깨를 안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관옥나무도서관에 있을때 마법은 생길 겁니다. 그럼 우리 도서관에는 전혀 마법은 없을까요? 아니 관옥나무마법이 있기는 한 걸까요?
진심으로 관옥나무도서관 별종마법을 꿈꿉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