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코스 : 청평역 – 삼회 1리 마을회관
청평은 수상 레저 명소로 널리 알려졌지만 일제강점기에 전력을 공급하고자 준공한 청평댐을 초등학교 과정에서 배운 낯익은 지명인 탓인지 경기 둘레길을 걷고자 청평역에 이르니 낯설지 않고 오히려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낯익은 고장 청평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그 늑약의 부당함을 상소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순국하신 열사 조병세(趙秉世) 선생께서 태어나신 고장이다.
선생께서는 민영환 등과 함께 망국의 을사늑약의 무효와 을사오적의 처형을 주청하였으나 일본군에 의하여 강제로 해산당하고 표훈원(表勳院)에 연금되자 각국 공사와 동포에게 보내는 유서를 남기고 음독 자결하였다.
애국 열사의 얼이 깃든 고장 청평에서 경기 둘레길을 걸어간다. 오늘은 서울 백두 클럽 회원인 솔개, 청보리, 무지개, 후니파파, 깜상 들과 함께 길동무가 되어 10명이 넘는 대부대(?)가 길을 걷는다.
청평역로를 따라 귀목 고개에서 발원한 조종천의 물길을 따라 걸어간다. 쉼 없이 달려온 조종천은 그 바램인 북한강에 합류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탓인지 추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흘러간다.
우리의 발걸음도 조종천이 북한강에 합류를 목표로 하는 있는 것과 같이 경기 둘레길 60코스 860km를 완주하고자 느린 걸음이지만 혹한의 날씨에도 기쁨의 도가니로 가득찬 조종천의 마음을 안고 걸어간다.
청평 교를 건너 북한강 자전거길로 진입하여 조종천의 둑길에서 천변의 길을 걸어간다. 길에는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고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오로지 사람들의 발자국만이 난삽하게 패여 있다. 눈 밟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한발을 띨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는 사랑하는 여인이 내게도 달려오는 소리요 여인과 함께 걸으면 둘이 하나가 되는 소리가 되어 한없이 눈길을 걷고 싶다.
그 끝없이 걷고 싶은 눈길에 취하여 잠수교를 건너갈 때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순간 “가만히 귀 대고 들어 보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 봄이 온다네 봄이 와요. 얼음장 밑으로 봄이 와요”라고 콧노래가 나온다.
눈 밟는 소리,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젖어 신 청평대교를 지나갈 때 조종천은 마침내 북한강에 합류하였다. 뜻을 이룬 조종천에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신 청평대교에 진입하였다.
다리에서 바라본 북한강은 한 폭의 동양화였다. 산과 산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침묵 속에 잠긴 고요한 세상을 연출하고 마치 그 강을 감싸듯 좌, 우에서 산이 솟아 있다.
세간에 이름이 난 명산은 아니지만, 강변에 솟아 산과 조화를 이루니 강산이 되고 그곳 주위에 사람이 살고 있으니 마을이 되었다. 이런 마을을 우리는 명당, 평화스러운 마을로 불렀다.
자동차의 굉음도 북한강의 고요함을 깨트리지 못하는 한 폭의 동양화를 느끼며 신 청평대교를 건너니 아름다웠던 풍광을 시샘이라도 하듯 자동차 도로의 가장자리를 걸어가야 했다.
도로의 가장자리에는 눈이 쌓여 있어 걸어가는 데 방해를 주어 조심스럽게 걸어가야 했지만 짧은 거리가 되어 다행이었다. 강변의 데크길을 걸으면서 북한강의 풍광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내 마음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 저 강물 따라 흐르고 있는 것일까? 마음속이 텅 비워지며 쌓여 있는 썩은 찌꺼기가 씻겨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창공을 날 때 또다시 강변의 데크길에서 자동차의 가장자리를 걷는다. 위험의 순간이다.
一喜一悲라 할까? 조금 과장하면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속에 아름다웠던 북한강의 풍광은 눈앞에서 사라지어 어서 빨리 목적지에 이르기를 바랄 때 수변 탐방로인 수풀로 삼호리에 이르렀다.
수풀로는 녹지 조성을 통해 생태계가 우수하게 복원된 곳으로 수폴로 삼회리는 하천과 산림을 단절시키는 옹벽을 허물어 생태계를 복원한 공간이라고 하였다.
강변길과 도로의 가장자리를 걷다가 비로소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 진입한 것이다. 북한강을 곁에 두고 조성된 자연생태계의 공간에는 잎사귀가 하나 남기지 않은 앙상한 가지만이 불어오는 바람과 동장군과 싸우며 겨울나기를 하고 있고 땅바닥에는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북쪽 옥발봉 자락부터 천릿길을 흘러왔을 북한강을 바라보며 겨울나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자연 생태계의 공간인 수풀로 삼회리에 쌓인 눈밭을 거닐며 좌우명으로 가슴에 새긴 옛사람의 시를 읊조리며 삼회1리 마을회관에 이르렀다.
답설야(踏雪野)
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일 시 : 2022년12월24일 토요일 맑음
● 동 행 : 박찬일 사장님. 김헌영 총무님. 서울 백두클럽 회원 들
● 동 선
- 11시30분 : 청평역
- 12시30분 ; 신청평대교
- 13시40분 : 삼회1리 마을회관
● 총거리 및 소요시간
◆총거리 : 8.1km
◆소요시간 : 2시간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