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 담이네 극장에 연극 보러 갔습니다.
공포 연극, 잘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같이 보고 싶어 도전했습니다.
규민, 은우, 노수민 선생님과 함께 12시에 출발하는 60번 타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집에서 따로 오는 아이들은 1시 반에 극장 앞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가오동에 있는 극장까지 가면 12시 반.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저녁으로 먹으려고 했던 식당에 가기로 했습니다. 주 메뉴는 칼국수와 두부 두루치기.
규민, 수민이 냉비빔국수(비빔국수랑 다른 게 뭘까요?), 저와 은우가 칼국수 시키고, 두부 두루치기 하나 턱 나뒀습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부 두루치기만 먹고, 칼국수만 먹고, 두 개를 섞어 먹기도 하고. 이런저런 조합했습니다.
규민이 은우랑 짝꿍활동했을 때 갔던 순대국밥 집에 지갑을 두고왔다고 합니다.
추동에서는 돈 쓸 일이 없어서 지갑 잃어버린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규민 지갑 찾는 거 다같이 구경했습니다. 지갑을 비닐봉지에 싸서 주셨습니다. 냄새 안 배게 싸서 주신 걸까? 배려에 감동했습니다.
극장 가니 솔, 담, 김영태 선생님께서 반겨주셨습니다.
다른 관객이 오기 전까지 솔, 담이랑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규랑이는 일정이 생겨서 못 오게 되었지만, 서로와 함께 정경희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담이 왈. 언니는 침대와 중요한 일정이 생겨서 못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은우가 맨 앞자리 앉으면 관객들한테 자꾸 뭘 시키신다고, 뒤에 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영태 선생님이 지정해주신 좌석을 보니... 이게 뭐람. 맨 앞줄입니다.
자리가 적힌 티켓을 섞어 각자의 좌석을 정했습니다. 담이 옆 자리. 담이가 무서우면 끌어안으라고 했습니다. 든든합니다.
은우가 먼저 집에 돌아가게 되어 제 옆자리 메이트가 한 명 더 생겼습니다. 노수민 선생님.
그렇게 '담이 - 저 - 노수민 선생님' 이렇게 앉아 연극 봤습니다.
스포일러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무섭고 재밌었습니다. 담이한테 몇 번 달라붙은지 모르겠습니다.
담이는 이미 봐서 무서운 순간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나는 오늘이 첫 관람.
음향이 커질 때나 조명이 꺼질 때, 기괴한 연출이 나올 때마다 담이한테 달라붙었습니다. 담이가 그런 저를 보고 웃었습니다.
연극 전개 상 제가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납할 수 없는 어떤 소재가 쓰였는데 저도 모르게 비속어가 나왔습니다.
그걸 들은 담이가 또 웃었습니다.
아, 실수했다. 아이들 앞에서 공자 왈, 맹자 왈 할 수는 없어도 나쁜 말은 쓰면 안되는데. 후회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포토 타임을 가졌습니다.
다같이 사진 찍으면 좋을 것 같아서 올라가자고 했더니 서로랑 솔, 담이는 안 찍겠답니다.
몇 번 설득해도 강경합니다. 그렇게 규민, 수민, 정경희 선생님, 저 해서 넷이 사진 찍었습니다.
배우에게 하고 싶은 말 남기는 화이트보드에 소감 적고 있는데 배우님이 나오셨습니다.
솔, 담이 추천으로 보러왔다고 하니 어떤 관계냐고 물으십니다.
담 : 선생님이에요.
배우님 : 담임 선생님?
규민, 수민, 지안 : 아뇨, 아뇨.
솔 : 저희 마을 도서관 있는데, 거기 선생님이에요.
배우님 : 사서...
수민 : 도서관 실습생이에요.
아이들과 밖에 있다 보면 어떤 사이냐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가족? 아닙니다.
그러면 친척? 아닙니다.
선생님이라고 답하면 학교 선생님? 아닙니다.
그러면 학원 선생님?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도서관 사서? 아닙니다.
사회복지사? 아직 법적 자격 없으니 자칭할 순 없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무엇일까요.
스스로는 실습생, 사회사업가 지망생 정도로 말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 만난 이들에게는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 되고는 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첫댓글 지안은 우리의 동료.
사회사업 하는 사람이니 사회사업가.
자랑스러운.
여름방학 추억을 나눈 또 하나의 가족이고 친척이 되었습니다... 추동을 떠나면 서로 그립고 허전해서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