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칼과 김기현 대표의 칼 이상호(소소감리더십연구소 소장)
리더의 칼은 날카로워야 하는가? 무뎌야 하는가? 리더의 칼은 날카롭되 칼집에서 함부로 꺼내지 말아야 한다. 리더의 칼은 함부로 꺼내어 휘두르는 무기가 아니라 권위의 상징이다. 따라서 리더는 칼을 씀에 있어서 신중하여야 한다. 리더의 칼은 말이기도 하고 행동이기도 하며 결정이기도 하다. 리더의 칼은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가? 리더가 칼을 빼어 들었을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필요하다. 첫째는 진정으로 칼을 칼집에서 빼어 들 때인가 하는 상황의 판단이다. 그 상황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적시에 대처할 수 있는 리더가 현명한 리더다. 만약 리더가 상황을 잘못 판단하여 서두르거나 늦으면 칼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둘째, 칼을 빼어 들었으면 단호함이 필요하다. 머뭇거리거나 대충 휘두른다면 칼의 위엄은 사라지고 리더십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리더는 칼을 빼어든 이후에도 신중하여야 하며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다. 셋째, 리더의 칼은 명분이 분명하여야 한다. 리더가 칼을 빼어 든 이유가 자신의 감정에 치우쳤다거나 그 이유가 불분명할 때 그 칼의 위력은 반감되며 오히려 불만 세력을 키우고 조직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 넷째, 리더의 칼은 공평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휘두르고 어떤 사람에게는 무디게 휘두른다면 리더의 칼은 공평성을 잃어버려 그 위엄을 상실한다. 사람들은 리더의 칼을 비난하게 되어 있다. 다섯째, 리더의 칼에도 온유함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리더의 칼은 날카롭지만 그 칼에는 온유함의 기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혹은 상대에게 칼을 들었지만 적을 처단한다는 것보다는 질서를 구축한다는 정의와 질서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한 리더의 칼에 깃든 온유함은 감정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이성에 의한 것이며 포용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옛날 항우의 칼은 날카롭고 위력이 강했지만 유비의 칼은 항우의 칼에 비해 무뎠다. 그러한 항우는 그 날카로움에만 의존했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따르는 자들을 잃었고 결국 유비에게 패하였다. 그러나 유비의 칼은 항우의 칼보다는 무뎠으나 포용력이 있었고 공평하였으며 단호함과 온유함이 조화를 이루었다. 칼을 휘두름에 있어서 명분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천하의 패자가 되었다. 국민의 힘이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각에선 “설전이 도 넘어”가고 있다고 하며 공정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거기다가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기현 대표를 향해 자신을 상임고문에서 해촉한 것을 두고 “엉뚱한데 화풀이”한다고 하면서 불만의 소리를 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여기에는 김기현 대표의 언행과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4월 13일 과거 당 대표를 지냈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상임고문으로 임명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 등을 놓고 지도부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자 결국 칼을 꺼내 든 것이란 평가다. 김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이며 해촉은 그 맞춰 정상화시킨 것 뿐’이며 “최근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 는 입장을 밝혔다. 홍 시장은 극우 성향의 전 목사를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 했다”며 칭송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를 거듭 촉구해왔다. 그러나 누가 봐도 이는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홍준표 시장을 제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홍 시장이 당에 대해 침묵할 사람이 결코 아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이상 동아일보 2023. 4. 14일 자 참조>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이 김 대표를 겨냥해 연일 비판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당이 발표하는 정책보다는 ‘지도부 위기론’이 주목받는 등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당사자는 징계를 안 하고 나를 징계하느냐”며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반발했다. 또 “되지도 않을 사람을 밀어 당 대표 만들어놓더니 뒤통수나 친다”며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민의 힘 관계자는 ‘당초 김 대표는 2011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을 때 당 대변인을 맡는 등 홍 시장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은 대선 후보 경선 국면에서 공개 설전을 주고받았을 만큼 불편한 사이가 되었다.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의 징계에 미온적이자 홍 시장이 김 대표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과 홍 시장은 지난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맞붙었다. 이에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도 합세하여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연대, 포용, 탕평을 뜻하는 ‘연포탕 정치’를 강조한 것을 두고 “김 대표의 연포탕은 ‘연대 포기탕’인가”라며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하고만 연대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이상 동아일보 2023. 4. 14일 자 참조> 이런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김기현 대표의 칼은 어떤 칼일까? 앞으로 그가 어떤 칼을 가지고 언제 어느 상황에서 칼을 꺼내어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힘’의 지지율과 김기현 대표의 정치적 운명도 달라질 것이다. 리더의 칼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조직원 모두의 명운이 걸린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리더는 칼을 휘두름에 그 명분과 원칙과 시기가 분명하여야 한다. 칼보다 소중한 것은 리더의 포용력이다. 포용력을 잃은 칼은 항우의 칼보다 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