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의 여행
덕봉 김재영
차가운 겨울
찬바람에 실려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박주가리 씨앗
어디선가 새싹을 움트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박주가리 씨앗은
고향 김제 땅을 그리워하리
엄동설한 부대끼며 조그마한 힘이 되어준
불그스레한 맹감나무 열매도
찔레나무 열매도
한없이 그리워하리
차가운 겨울날
화려했던 물관리전문학교도
영욕의 막을
내리려 하네
세월이 흐르면
찔레나무 열매도
그 불그스레한 맹감나무 열매도
박주가리 씨앗이 되리
미지의 세계를 날아다니며
반백년 몬테카를로 난수의 추억 속
김제 땅을 그리워하리
※ 2018.12월 한국폴리텍대학 물관리전문학교 수자원관리과를 마무리하면서...
빵집 화덕
덕봉 김재영
녹색 공기
갈색 공기
흰색 공기가
두루두루 섞어지며
빵집 화덕에서 시가 구워진다
그 빵은
한번 먹고
수없이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
내 안의 노스탤지어
그 빵은
한번 거르고
수없이 걸러도
사라지지 않는 열망
내 안의 나르키소스
오늘도
동네방네
빵집 화덕에는
녹색 빵 갈색 빵 흰색 빵
구워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옥정호 구절초의 향기
덕봉 김재영
가을철인데
눈이 펄펄 날린다
알록달록 네발나비처럼
하얀색 눈
분홍색 눈
향수에 젖은 섬진강에
미치는 추령천 물안개 방울도
도도하고 거친 산내면 솔향기도
눈발의 향기를 더해만 간다
바깥세상의 어지러움들
그 눈밭에서는 온전히 지워지고
새롭게 시작되니
환상의 왕국
펄펄 날리는 그대는
물안개에 피어나고
들향기에 성숙한 눈꽃의 들국화
어머니의 딸사랑이 몹시도 느껴지는
보랏빛 쑥부쟁이의 친구
옥정호 구절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