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下庭梧盡 (월하정오진)
霜中野菊黃 (상중야국황)
樓高天一尺 (누고천일척)
人醉酒千觴 (인취주천상)
流水和琴冷 (유수화금냉)
梅花入笛香 (매화입적향)
明朝相別後 (명조상별후)
情與碧波長 (정여벽파장)
판서 소세양과 이별하며 은은한 달빛 아래 오동잎은 다 떨어지고
서리맞은 들국화 노랗게 피었네
누각은 높아 하늘과 가까운데 사람은 취하였으니 술을 많이 마셨다네
흐르는 물소리는 싸늘한 거문고 가락과 어울리고
매화나무 피리 소리에 젖어 꽃 없이도 향기로워라
내일 아침 우리 서로 이별한 뒤에 사랑의 마음은 저 푸른 강물처럼 끝이 없으리.
岸柳迎人舞(안유영인무)
언덕의 버들은 나를 맞아 춤을 추고
林鶯和客吟(임앵화객음)
숲속의 꾀꼬리는 내 노래에 화답하네
雨晴山活態(우청산활태)
비가 개이니 산마다 활기 넘치고
風暖草生心(풍난초생심)
바람이 따뜻하니 새싹이 움트네
景入詩中畵(경입시중화)
풍경은 시속의 그림 같고
泉鳴譜外琴(천명보외금)
시냇물은 악보없는 거문고 가락이네
路長行不盡(노장행부진)
길은 멀어도 가도가도 끝이 없고
西日破遙岑(서일파요잠)
해는 먼 산 마루에 지는구나
損友敬而遠 益友宜相親
(손우경이원 익우의상친)
所交在賢哲 豈論富與貧
(소교재현철 기론부여빈)
君子淡如水 歲久情愈眞
(군자담여수 세구정유진)
小人甛如蜜 轉眼如仇人
(소인첨여밀 전안여구인)
손우는 공경하며 멀리하고 익우는 마땅히 서로 친하라
친구 사귐이 현철함에 있으니 어찌 부와 빈을 논하랴
군자의 사귐은 담담한 물과 같아서 오래도록 정이 좋고
소인의 사귐은 단꿀과 같아서 눈만 돌리면 원수 같이 한다
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
(속객불도처 등임의사청)
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
(산형추갱호 강색야유명)
白鳥高飛盡 孤帆獨去輕
(백조고비진 고범독거경)
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
(자참와각상 반세멱공명)
속세의 사람 발길 닿지 않는 곳 올라보니 생각이 해맑아 지네,
산모습은 가을이니 더욱더 좋고 강물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밝네,
하얀새 높이날아 사라져 가고 외로이 돛단배 홀로 가벼이 가네,
부끄럽다 좁디 좁은 세상에서 헛이름 따라 떠돈 나의 반평생,
世愛牧丹紅 (세애목단홍)
栽培滿院中 (재배만원중)
誰知荒草野 (수지황초야)
亦有好花叢 (역유호화총)
色透村塘月 (색추촌당월)
香傳壟樹風 (향전롱수풍)
地偏公子少 (지편공자소)
嬌態屬田翁 (교태속전옹)
사람들은 모란의 붉음을 사랑하여 뜰 안에 가득 가꾸길 좋아하지만,
누가 알랴, 거친 초야에도 예쁜 꽃떨기 피어 있는 것을,
그 빛 시골 연못속에 달빛 스민 듯하고 향기는 언덕 위 바람결에 실려오건만,
궁핍한 시골이라 부귀한 이 오지 않으니 늙은 농부만 그 아름다움 즐기노라.
百轉靑山裏(백전청산리)
청산 속 돌고 돌아서
閑行過洛東(한행과낙동)
한가로이 낙동강을 지나노라.
草深猶有路(초심유유로)
풀이 깊어도 이슬은 아직도 남아있고
松靜自無風(송정자무풍)
고요한 소나무 숲에는 바람 한 점 없어라.
秋水鴨頭綠(추수압두록)
가을 강물 위에 떠 있는 오리는 머리 더욱 푸르고
曉霞猩血紅(효하성혈홍)
새벽안개는 성성이 핏빛처럼 붉게 물들어가는구나.
誰知倦遊客(수지권유객)
누가 알겠는가? 유람에 지친 이 나그네가
四海一詩翁(사해일시옹)
세상을 떠도는 늙은 시인인 것을. 헤매지 않으니 나 역시 물 따라 맑게 흘러
錦繡山前寺 (금수산전사)
大同江上樓 (대동강상루)
江山自古今 (강산자고금)
往事幾春秋 (왕사기춘추)
粉壁留佳句 (분벽류가구)
蒼崖記勝遊 (창애기승유)
扁舟不迷路 (편주부미로)
余亦沂淸流 (여역기청류)
금수산 앞에 영명사가 있고 대동강 위에 부벽루가 솟아 있네,
강과 산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지나간 세월 얼마나 변하였는가?
부벽루 벽에는 좋은 싯귀가 남아 있고, 이끼 낀 벼랑에는 사람 이름 새겨져 있네,
조각배는 배길 따라 갈 길을 가리라.
耕鑿何年代(경착하년대)
밭 갈고 우물판지 몇 해이런가
三家對七峯(삼가대칠봉) 세채의집이일곱봉우리와 마주했구나
鳥呼窓外竹(조호창외죽)
새는 창밖의 대숲에서 우는데
雲宿檻前松(운수함전송)
구름은 난간 앞 솔에서자누나
日轉簾猶靜(일정염유정)
날은 지났는데 밭은 아직 고요하고
花深睡亦濃(화심수역농)
꽃이깊으니 졸음또한 깊구나
晩鷄聲斷處(만계성단처)
저녘 닭의 울음소리 끊긴 곳에
童子讀中庸(중자독중용)
동자(童子)가 중용(中庸)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