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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며칠 후 인호가 출장 수리를 마치고 가게에 돌아오니 사모님이 그를 놀렸다. 그가 없을 때 예쁜 목소리의 여자한테서 전화가 왔었다는 것이다.
“누구예요, 그 여자. 많이 듣던 목소리던데. 인호 씨 애인 생겼지?”
“애인이요? 제발 하나 소개해 주십시오. 사모님이 아시는 여자 많잖아요?”
“인호 씨 눈이 높아서 웬만한 여자한테는 관심을 둬야 말이지. 정말 애인 없어?”
“없어요, 결단코!”
“애인 없다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지. 인호 씨 결혼하면 우리 가게에 안 나올 테니까, 나한텐 인호 씨가 혼자 있는 게 좋아.”
“왜 제가 그만둔다고 생각하세요?”
“월급 적다고 밤낮 불평했잖아? 가족이 늘면 씀씀이도 늘 게고 월급 많이 주는 직장을 찾겠지.”
“제가 언제……”
“다 듣고 있어. 옆집 아동복 가게 여자가 그러더라. 밤낮 떠날 궁리만 하는 것 같더라고 말이지. 뜨개방 뚱순이도 그런 말을 했어. 자네더러 허공에 뜬 사람같이 보인다는 거야. 항상 우는 얼굴이나 하고 다니지.”
“그 아주머니들이 저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대요?”
“아침 저녁, 하루에도 수십 번 그 가게 앞을 지나다니니까 눈으로 보고 느낌으로 하는 말이겠지. 난 인호 씨 없으면 이 가게 못하는데.”
“뭘 또 그러십니까? 저 없어도 잘만 하실려면서. 저 월급 많이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중매나 서 주십시오.”
“정말 없어?”
“저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인호는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또닥거렸다. 며칠 동안 분실물 신고 사이트를 들여다봤지만 시계 주인은 감감소식이었다. 시계 주인은 인터넷에 관심이 없는 여성 같았다. 아니면 자기가 잃어 버린 물건을 포기했는지 모른다. 그 여자도 분실물 신고 사이트가 있다는 걸 알 텐데 왜 찾아가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젬마 여자 어때? 한 번 남자에게 채였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나이는 인호 씨보다 많아도 괜찮은 여자 같아. 내가 한번 중매 서 볼까? 중매비 얼마나 줄래?”
“관두세요. 괜히 얌전한 사람 마음 아프게 하려고 그러시네. 남자한테 한 번 채였으니 그 쓰라림을 누구보다 잘 알 게 아니우?”
“그렇지 않지. 인간의 본능은 항상 어둠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지. 그래서 나도 이런 장사를 하는 게 아닌가?”
“그래도 그 여자는 안 돼요. 곪은 상처를 터뜨리고 싶은 마음 없으니, 그리 아세요.”
“싫으면 관두게.”
“싫은 게 아니고 두려워서입니다.”
“중매 하나 서려고 했더니 꽤는 까다롭구먼. 다시는 젬마 얘기 안할 테니 내게 애인 소개해 달란 말 하지 말아요.”
사모님은 새로 주문받은 컴퓨터를 조립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실상 이 가게의 주인이면서 주인티를 내지 않고 친구처럼 누님처럼 잘해 주었다. 맛있는 것도 사 주고 극장 티켓도 구해 준다. 남자 주인은 한 달에 두세 번 가게에 얼굴을 내밀었다. 월급 줄 때와 새물건을 구입할 때였다.
아내는 돈 관계에 대해선 터치하지 않고 그저 컴퓨터를 조립하거나 수리만 했다. 일에 몰두하는 게 즐거운 모양이었다.
인호는 사모님이 부러웠다. 가정과 직업. 두 가지를 다 한다는 건 대단한 것이다.
그가 사모님에게 배울 점은 마음에 맞지 않는 남편에 불평불만 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혼이란, 애정이란, 희소가치도 없고 기대가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결혼에 모든 걸 다 거는지 모르겠다.
사랑도 같은 맥락에서, 희소가치와 기대가치가 별로 없는 영양가 없는 음식이다. 결혼도, 애정도 따지고 보면 섹스의 해결수단을 인간적 은유법으로 미화한 표현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는 여자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때가 되면 적당히 마음에 맞는 여자 만나 결혼하고 자녀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 그걸 결혼이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유나에게 마음이 이끌리면서 그의 인생관, 애정관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고 그의 사고를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유나는 봄바람처럼, 파도처럼 그의 마음 해역에 밀려온 훈풍이요 바다였다. 왜 그 여자를 보면 그렇게 마음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그는 그걸 특별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건 인생의 지표를 바꾸는 특별한 영혼의 외침이라고. 그리고 그건 아주 아름다운 인간의 감정이다.
“저녁에 현이 아빠가 온다고 했어. 내가 자네 월급 얘길 했으니까 이번에 좀 올려줄 거야.”
사모님이 뭘 하는지 컴퓨터 속에 손을 집어넣고 끙끙 힘을 쓰면서 말했다.
“듣고 있어?”
“예.”
“감사하다고 하지 않는 걸 보니 내 말이 시덥잖은 게로구먼.”
“우리는 한 지붕 아래 일하는 동지니까 거추장스런 형식은 생략하자면서요.”
“내가 그랬던가? 그러고 보면 나도 멋있는 여자야.”
“제가 더 멋있죠.”
“멋없는 것도 멋있다고 해야지.”
“어쩜 그렇게 제가 할 말을 잘 찝어내세요 사모님은? 사모님은 점쟁이야 점쟁이!”
사모님은 튜브에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었다.
7
창밖엔 신록의 폭염이 눈부시게 도시의 우울을 밀어내고 있었다. 아지랑이 같은 열기가 피어올랐다. 좁은 도로 위로 차들이 쉴새없이 지나갔다. 시간은 석양으로 치닫고 있었다.
(내게 전화한 여자가 누구일까?)
문득 그 생각을 했다. 왜 핸드폰으로 하지 않고 가게로 전화를 했는지. 시계의 주인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엔 연락처를 그의 핸드폰으로 해 놓았기 때문에 가게로 전화가 올 리 없었다.
(혹시 유나 씨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가 그는 픽 웃어 버렸다. 그 여자가 그에게 전화할 리가 없었다. 아마 잘못 걸려온 전화일 게다.
“무슨 답신이 왔어?”
“안 왔어요. 네티즌들이 장난말만 늘어놨어요. 그 시계를 자기 달라. 뭘 그렇게 고민하느냐? 주인 없으면 주운 분이 가지세요. 상당히 고급 시계 같은데 시치미 뚝 떼고 인마이포켓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에요? 그런 잡소리만 늘어놨네요.”
“그게 옳은 소리일지 몰라. 그 시계 주인도 그걸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자기 물건이 온 세상에 광고되는 데 대한 쾌감. 그런 것도 있어.”
“빨리 좀 찾아갔으면 좋겠는데, 거 참!”
“성가셔하지 마. 며칠 기다렸다가 주인이 안 나타나면 인호 씨가 가져요.”
“제가 여자 시계를 가져서 뭘 합니까?”
“갖기 싫으면 나 주라. 시계 없는 친구한테 선물할 테니까.”
“이 세상에 시계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팔목시계는 여성의 액세서리인데, 있어도 안 차는 거지.”
가게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인호가 전화를 받았다. 한 손님이 괜찮은 컴퓨터를 하나 맞추는 데 돈이 얼마나 드냐고 물었다.
“프린터 없이 모니터와 본체만 해서 칠십만원부터 백오십만원까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한번 오셔서 샘플을 보시죠.”
“저는 장사하는 상인인데요. 백오십만원에서 좀 할인 안 되나요?”
“얼마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한 백이십만원쯤……”
“백이십만원에 안 되느냐고 묻는데요.”
인호가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사모님에게 물었다. 인호는 전화를 사모님에게 바꿔 주었다.
“저 가게 주인 민숙자입니다. 백이십만원 받으면 제가 남는 게 너무 없고, 십만원만 더 쓰시죠.”
사모님이 대답했다. 그 가격으로 결정이 돼서 컴퓨터를 하나 팔게 되었다. 손님이 내일까지 자기 가게로 컴퓨터를 베달해 달라고 했다. 컴퓨터 초년병인 것 같았다.
“그렇게 받아 가지고 밑가지 않나요?”
“밑가지만 하는 수 있어? 하나라도 팔아서 매상 실적을 올려야지. 팔지 않고 가게 안에 쌓아 두는 것보다는 낫지. 난 손님이 찾아와서 미주알고주알 묻고 따지는 것보다 선선해서 좋구만.”
“그럼 다음에 또 다른 사람이 싸게 달라고 할 게 아닙니까?”
“장사란 밑갈 때도 있는 거야. 밑가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 손해보면 얼마나 보겠어? 오만원 아니면 십만원이겠지. 다음에 보충하면 되니까 애닯게 생각하지 말아요.”
8
사모님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그녀의 상법이 마음에 안 들면서도 왠지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불경기 땐 이익도 보고 손해도 보는 것이다. 인호도 언젠가 이런 가게를 갖게 되면 사모님의 상법을 답습할 것 같았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닮기 마련이었다.
사모님과 인호는 자기 할 일에 몰두했다. 인호는 어제 한 가정에서 수리하려고 가져온 컴퓨터를 다 고치고 나서 다음 일거리를 찾았다. 여주인이 부지런해서 밀린 일은 없고 방금전에 전화 주문받은 신품을 조립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 봤자 이익도 없는 일이지만 성심껏 해야지.
인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인호는 막 컴퓨터를 조립하다 말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 팔목시계의 주인이었다. 목소리로 보아 이십대 후반으로 추정되고 억양에서 교양과 지성이 넘쳐흘렀다.
“인터넷에서 읽어 봤습니다. ‘리미어’ 손목시계를 잃어 버린 사람입니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로 보내 드릴까요?”
“제가 그 시계를 받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 지금 신혼여행 중이거든요. 여기는 아프리카 남단 킬리만자로산입니다.”
“헤밍웨이의 소설에 나오는 킬리만자로 말인가요?”
“네, 맞았어요. 문학을 좋아하신가 봐요. 저도 문학을 좋아해요.”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 시계를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면 좋지요? 그 시계는 제가 아끼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결혼하게 되어 더 멋진 시계가 생겼어요. 선생님의 수고에 감사하는 뜻에서 그 시계를 선생님께 감사의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괜찮다면 드리겠어요.”
“저는 선생님이 아니고 컴퓨터 기사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이죠. 잘 사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드립니다.”
사모님이 통화 내용에 귀를 기울이더니 빙그레 웃었다. 인호의 옆으로 와서 그의 앞에 놓인 리미어 손목시계를 바라보고 또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인호는 그리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다. 어쨌든 짐을 벗은 것이다. 시계 주인의 허락을 얻고 그 시계를 소유하고 있으니까 절도범은 아니었다.
“사모님이 가지세요. 그렇게 갖고 싶으시면……”
“싫수.”
“언제는 갖고 싶다고 하시더니……”
“그때 줬으면 가졌지. 생각해 보니까 그 시계 가지면 재수가 없을 것 같아 싫어.”
“왜 재수 없다고 생각해요?”
“공짜는 재수가 없는 거야. 그건 그렇고 자네한테 가게로 전화한 여자, 그 여자 주면 안 될까?”
“저는 정말 여자 없어요.”
인호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럼 내가 오해를 했군. 잘못 걸려온 전화였나 봐. 세상엔 동명이인이 많지. 인호란 이름이 흔해서 그 여자가 제주도 김서방을 서울 김서방으로 착각했었나 보다. 그건 내가 조립할 테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요. 그리고 이건 약소하지만 받아요. 생일 선물이야.”
오늘이 그의 스물 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그는 잊고 있었는데 사모님이 기억했던 것이다.
“저녁에 사장님께서 오신다면서요.”
“그 술장사 얼굴 보면 뭘 해? 몸에서 술과 계집들 냄새나 풍기겠지. 월급은 통장에 넣어 주겠어. 폰뱅킹으로 넣어 주지.”
“정말 가도 됩니까? 이 일을 사모님께 맡기고 가면 제가 죄송해서 잠이 안 올 텐데요.”
“난 일이 하고 싶은 사람이야. 선물은 집에 가서 열어 봐.”
“감사합니다.”
인호는 점퍼를 걸치고 팔목시계를 소중히 점퍼 속호주머니에 담았다. 여주인은 인호 자리에 앉아 그가 조립하던 신품을 능숙한 솜씨로 착착 맞추었다.
인호는 여주인이 준 선물이 뭘까 궁금하여 화장실에 가서 가만히 뜯어 보았다. 찬란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 보증서가 들어 있는 걸로 보아 진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순간 그는 가슴이 뭉클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반지 옆에 조그만 쪽지가 들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세요.>
9
인호는 화장실에서 나와 소리없이 가게로 들어갔다. 사모님은 안경 밑으로 콧등에 흐른 땀을 닦으며 열심히 컴퓨터를 조립하고 있었다. 더워서 메리야스만 입고 있는 여주인. 가냘픈 등줄기가 안쓰러워 보였다.
인호는 그녀의 등을 향해 공손히 절을 하고 발소리를 죽여 가게에서 나왔다. 도시 지붕으로 넘어가는 저녁 햇빛이 거리를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거리엔 차들이 버섯처럼 붐비고 있었다.
인호가 인도로 오토바이를 몰고 젬마 옷가게 앞을 지나갈 때 하얀 눈빛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가게 앞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젬마 옷가게의 셔터문은 닫혀 있었다. 그는 그 여자를 본 순간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가 했다. 하얀 원피스에 까만 구두와 까만 핸드백을 든 까만 머리 까만 눈의 아가씨. 그녀는 유나였다.
인호는 유나 앞에서 오토바이를 멈추었다. 그는 종이에 예쁘게 싼 팔목시계를 유나에게 내밀었다. 유나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팔목시계를 종이에서 꺼내어 그녀의 오른팔에 찼다. 시계가 오후의 햇살에 무지개빛으로 반짝였다. 시계는 그녀의 팔목에 딱 맞았다.
그는 그 시계의 내력에 대해 말하지도 않았고 그녀도 그 시계가 어떤 시계인지 묻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좋아서 그만 감사하단 말을 잊어 버렸다. 그 시계는 그녀의 팔목에서 더 가치와 향기를 발휘하는 것같이 보였다.
“혹시 가게로 전화했나요?”
“네.”
“왜 핸드폰으로 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통화하면 통화료도 비싸고 인호 씨가 일하다 말고 전화를 받을 것 같기에……. 나 알뜰하죠?”
하고 유나는 파안대소했다. 인호도 웃었다.
“정말 수없이 망설이고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시도한 전화였어요. 인호 씨는 출장 수리 나가시고 사모님이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사모님으로부터 인호 씨가 시계 때문에 고민한단 말을 듣고 놀랐어요. 그리고 오늘이 인호 씨 스물 여덟 번째 생일이란 말을 듣고 더 놀랐어요. 난 서른이나 먹었는데 어쩌죠?”
“괜찮습니다. 그 시계를 받아 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인호 씨 오늘만 퇴근 빨리 시켜 달라고 사모님께 부탁했어요. 제가 저녁 사려고요. 사모님께서 선선히 승낙해 주셨어요.”
“그랬었군요.”
민숙자 씨의 너그러움이 오늘따라 가슴에 사무쳤다. 사모님은 좋은 사람이었다.
“사모님이 이걸 유나 씨에게 전해 주라고 주셨습니다.”
인호는 조그만 포장지에 든 케이스를 유나에게 주었다.
“유나 오늘 노다지 난다.”
그녀는 킥킥 웃으며 포장지를 뜯고 케이스 안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냈다. 그 옆에 든 쪽지도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세요.>라고 쓰인 쪽지를. 유나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유나는 손가락으로 눈물방울을 닦아내며 연신 웃었다. 인호의 마음도 행복했다.
“제가 끼워 드려도 될까요?”
“부끄러워서 어떻게……”
하며 유나는 왼손가락을 내밀었다. 반지는 그녀의 무명지로 쏘옥 들어가서 속마디 안에 안착했다. 반지도 꼭 맞았다. 그들이 인도에 서서 깔깔대고 웃는 모습을 뜨개방 아가씨가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더니 코를 실룩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뜨개방 앞으로 두 사람이 탄 오토바이가 천천히 달려갈 때 뜨개방 아가씨가 그들을 바라보고 웃었다. 두 사람은 행복에 도취해서 아가씨가 웃는 걸 보지 못했다.
두 사람의 웃음을 태운 오토바이는 인도를 따라 네거리 쪽으로 춤추듯 흔들거리며 달려갔다. 어디선가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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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추인호(28)……컴퓨터 가게에서 일하는 기사
박유나(30)……숙녀복 옷가게 여주인
민숙자(35)……컴퓨터가게 여주인
뜨개방 아가씨
아동복 가게 여인
여인(시계 주인, 전화로 등장)
남자 손님(전화로 등장)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