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회룡포 >는 최향 님에게 잊지 못할 곡이라 보입니다. 바로 재야의 고수를 전국에 알린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최향 님은 2020년 12월 < 트롯 전국체전 > 첫 방영 때 이 곡을 불러 엄청난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김연자 님과 주현미 님도 이 무대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두 정상의 가수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최향 님에게 칭찬을 하곤 했습니다. 결승 때도 두 가수가 최향 님을 예의 주시하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지요. < 회룡포 >는 꾸준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현재 유튜브 조회수가 200만을 훌쩍 넘겼습니다.
< 회룡포 >는 회룡포라는 지명을 소재로 한 노래입니다. 회룡포(回龍浦)는 경상북도 예천군 대은리에 자리하는 마을로서, 2002년 인기리에 방영된 TV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도 유명하지요. 강줄기가 마치 용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휘감고 돌아가는 듯하다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영월의 청령포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회룡포는 350도 정도만 휘감고 다른 곳으로 물줄기가 빠지기 때문에 독특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회룡포는 수정처럼 맑은 물과 금빛 백사장이 에워싸고 있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기도 합니다. 특히 회룡포에 노을이 질 때 강물이 반짝이며 빚어내는 황금 물결은 가히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합니다. 예전에 회룡포에는 20여 가구가 거주했으나 대부분 도시로 이사를 갔고, 현재는 경주김씨 집성촌으로서 9가구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 회룡포 >의 전경
< 회룡포 >는 2010년 강민주 가수님이 발표했던 곡입니다. 강민주 님은 경기도 연천 출신으로 1980년대 후반 데뷔하여 30여년의 가수 경력을 지닌 분입니다. <가요무대>에 자주 출연하여 멋진 노래를 들려주곤 했지요. 주요 히트곡은 < 사랑 하나 이별 둘 >, < 톡톡쏘는 남자 >, <욕심없는 여자>, < 로맨스 사랑 >, < 내 사랑 연가 > 등이 있지요.
< 회룡포 >는 처음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곡이라기 보다는 서서히 인기를 얻은 곡에 가깝습니다. 이 곡은 차츰차츰 인기를 모으다가 2019년 트로트 오디션 선정곡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근래 열린 여러 트로트 오디션에서도 자주 선정되기도 했지요. 특히 가창력을 뽐내고자 하는 참가자들이 이 곡에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지요. 그 때문에 이 곡은 역주행곡이라는 평을 얻었습니다. 강민주 가수님은 이 곡이 히트한 여세를 몰아 2019년에는 데뷔 30여년만에 첫 리사이틀을 열기도 했지요.
< 회룡포 >같이 노래 제목에 지명이 들어간 노래는 많이 있지요. 주요 곡으로 < 꿈꾸는 백마강 >, < 울고 넘는 박달재 >, < 소양강 처녀 >, < 만리포 사랑 >, <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 >, < 마포종점 >, < 단장의 미아리고개 >, < 목포의 눈물 >, <합정역 5번 출구>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의 곡들의 가사에는 그 지역과 연관된 사연들이 담겨 있지요. 반면에 <회룡포>는 지명이 들어간 노래들과는 매우 다른 특색이 엿보입니다. 이 곡은 지명 노래보다는 고향 노래와 더 유사하다고 보여집니다.
< 회룡포 >의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멀리 찾아서
휘돌아 감은 그 세월이 얼마이더냐
물설고 낯 설은 어느 하늘 아래 빈 배로 나 서있구나
채워라 그 욕심 더해가는 이 세상이 싫어 싫더라
나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련다 내 마음 받아주는 곳
아 어머니 품속 같은 그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채워라 그 욕심 더해가는 이 세상이 싫어 싫더라
나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련다 내 마음 받아주는 곳
아 어머니 품속 같은 그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 회룡포 >의 모습
< 회룡포 >의 주제는 타향살이에 지친 주인공이 아늑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했다는 것이지요.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고단한 나날을 보냅니다. 황금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출세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매일매일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가야하는 도시 생활에 지쳐갑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도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머니의 품같은 고향 회룡포로 돌아가려 결심합니다.
이 곡은 회룡포가 제목이지만 정작 회룡포의 형상은 잘 드러나지 않지요. ‘ 휘돌아 감은 그 세월 ’이라는 가사만이 회룡포의 풍경을 어렴풋이 연상하게 할 뿐이지요. 사실 이 곡은 회룡포를 내고향으로 수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고향 노래의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있지요. 그러므로 대중들은 회룡포를 각자의 고향으로 감정이입하여 부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곡은 지명 노래이기는 하지만 차라리 고향 노래의 범주에 집어넣는 것이 좋다고 보여집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고향 노래들은 세가지 형태로 분류됩니다. 첫째, <고향에 찾아와도>(1958), <고향 무정>(1966), <청포도 고향>(1968) 같이 몰라보게 변해버린 고향을 보고 탄식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둘째, <고향초>(1947), <흙에 살리라>(1973) 같이 고향에 대한 애착심을 표출하며 고향을 등지는 세태를 개탄하는 노래입니다. 셋째, <유정천리>(1959), <너와 나의 고향>(1969), <머나먼 고향 >(1971) 같이 고단한 타향 생활을 청산하고 아늑한 고향으로 귀환할 것을 결심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 회룡포 >는 세번째 형태의 고향 노래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유정천리>에서 주인공은 ‘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감자 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라고 절규했고, <너와 나의 고향>의 주인공은 자신의 심정을 ‘ 정처없이 흘러온 길 상처만 쓰라린데 구름 머무는 정든 땅에서 오손도손 살리라 ’라고 토로합니다. <머나먼 고향>의 주인공도 ‘ 머나먼 남쪽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형제 이 몸을 기다려 천리타향 낯선거리 헤매는 발길 한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 갑니다 ’ 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과거의 고향 노래들은 1970년대 이전의 이농 현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제목에 특정 지역의 명칭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대부분 가요 창작자들이 <물레방아 도는데>처럼 자신의 고향을 소재로 가사를 썼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그리고 1970년대 중반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급격히 창작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특기할만 하지요.
고향 노래가 부활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 실시와 큰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이 무렵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자기 고장을 홍보하는 노래를 만드는데 열을 올립니다. < 회룡포 >도 바로 이같은 시대 분위기에 편승하여 세상에 등장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시기 예천군은 지역 내에 있는 주요 관광지를 널리 알리고 군민에게 애향심을 고취하고자 예천 홍보 가요를 기획합니다. 그리고 트로트 전문 작곡가인 고경환 님에게 그 임무를 맡깁니다. 그런데 이 시기 고향 노래들은 제목에 대부분 특정 지역의 명칭이 들어갔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고향 노래들이 지자체의 요청으로 지어졌기 때문이지요. 또 고향 가요 창작자들도 그 고장 출신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 회룡포 >를 작사, 작곡한 고경환 님도 고향이 경상북도 예천군이 아닌 경기도 양평군입니다.
고경환 작곡가는 예천군의 요청으로 예천의 관광 명소를 소재로 < 회룡포 >, < 낙동강 칠백리길 >, < 금당실마을 >을 창작했습니다. 강민주 님이 < 회룡포 >를 취입하게 된 사연도 흥미롭지요. 강민주 님은 과거에 예천을 주제로 한 < 삼강 나루 >라는 노래를 취입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삼강 나루
삼강 나루는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던 나루터입니다. 회룡포에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삼강 나루가 나오고, 삼강 나루 옆에 삼강 주막이 있습니다. 과거에 삼강 주막은 장날이면 하루 30회를 왕복하는 나룻배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리가 개통되자 나룻배는 사라지고 주막은 침체에 빠집니다. 현재 낙동강 700리에 유일하게 남은 주막이 삼강 주막이고, 여기에서 해마다 ‘ 삼강 주막 막걸리축제 ’가 열리고 있지요. 나루와 주막하면 박목월 시인의 < 나그네 >(1946)가 떠오르지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 이 시는 한국 낭만시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 삼강 나루 >는 ‘ 낙동강 굽이굽이 회룡포를 감싸돌고 금모래빛 강가에는 물새가 우네 주모는 어디갔소 어디로 떠나갔소 ’라는 가사에 보이듯이 < 회룡포 >의 경치를 잘 묘사한 곡입니다. 고경환 님은 < 삼강 나루 >를 부른 가수가 강민주 님이라는 것을 인지하자, 강민주 님에게 < 회룡포 >의 취입을 부탁하여 승낙을 얻어냅니다.
삼강 주막
< 회룡포 >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자 이후 고경환 님은 전국 지자체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후 고경환 님은 작사, 작곡을 전담하면서 각 지역의 명승지를 소재로 한 노래를 다수 지어냅니다. 대표적인 곡으로 경상남도 거창의 명승지를 그린 < 수승대 >, 경기도 양평의 양수리를 소재로 한 < 두물머리 사랑 >, 경상남도 사천의 명승지를 그린 < 남일대 >, < 와룡산 >, < 선진성 벚꽃길 > 등이 있습니다.
강민주 님이 < 회룡포 >를 열창하는 장면
< 회룡포 >가 인기를 모은 것은 애틋한 가사, 처연한 멜로디에 힘입은 바 컸지만 가수의 애절한 가창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민주 님의 맑으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는 < 회룡포 >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습니다. 또 굴곡있는 여정을 돌고 돌아 40대 중반에 들어서서 부른 노래에는 연륜이 묻어나 호소력을 더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민주 님은 자신이 20대에 불렀다면 이 곡의 깊은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합니다. 강민주 님은 일찍 어머니를 여읜탓에 어머니의 사랑에 목말랐다고 합니다. 그런 사연들로 인해 이 곡을 한층 애절하게 불렀고, 대중의 심금을 울린 것으로 보여집니다.
노래는 생명력이 긴 것이 있고 짧은 것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 회룡포> 는 세파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곡은 비록 특정 지역의 애향가이지만 전국적인 노래로 격상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고향에 대한 보편적 감정을 절절하게 잘 표현했기 때문이지요.
< 회룡포 >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자 타자자체들도 속속 애향가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습니다. 회룡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꾸준히 늘어나 회룡포는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격상됐습니다. 그에 따라 예천군은 2020년 6월 ‘ 회룡포 노래비 ’를 건립하게 됩니다. 가수의 입장에서 자신이 부른 곡을 기념하는 노래비가 세워진다는 것은 가슴벅찬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강민주 님은 노래비 건립에 대해 가수로서 최고의 영광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지요.
< 회룡포 >를 열창할 때 최향 님의 모습
최향 님의 < 회룡포 >를 다시 감상해봅니다. 첫 소절부터 은은히 울려나오는 목소리에는 한국인의 한이 담겨 있습니다. 가사가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들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노래에 주인공이 세파에 시달리는 처지, 고향을 그리는 깊은 정이 절절하게 묻어 나옵니다. 아울러 최향 님의 섬세한 감정이 절묘하게 실려 있고, ‘돌아가련다’ 라고 절규하며 귀향의 각오를 비장하게 외치는 부분이 심금을 울립니다. 무엇보다도 이 곡에는 최향 님의 고우면서도 청아한 음색이 잘 녹아 있어 깊은 감동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남녀 가수를 통틀어 최고의 수준으로 여겨집니다. 올타임 넘버원 (All Time No. 1)이 되지 않을까 보여집니다.
지금까지 최향 님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 회룡포 >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강민주 님은 작년 < 트롯 전국체전> 방송 직후 최향 님을 만나 따뜻한 격려를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강민주 님이 그 무대를 좋게 보아서 만나자고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향후 최향 님은 여러 무대에서< 회룡포 >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팬들도 직접 현장에서 이 곡을 감상하기를 고대하지 않을까요.
첫댓글 제 고향 이웃동네 입니다.
낙동강과 합류하는 회룡포는 내성천 아래쪽 합류 지천 위천이 있고 의성 서쪽 입니다.
마늘로 유명하지요. ^^
언제나 나오는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