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佳人薄命[가인박명]
[佳(아름다울 가) 人(사람인) 薄(엷을, 적을 박) 命(목숨 명)]
【뜻】 ‘아름다운 사람은 명이 짧다’는 뜻으로, ‘여자의 용모가 너무 아름다우면 운명이 기박하고 명이 짧다는 말’.
【유사어】 佳人命薄[가인명박], 美人薄命[미인박명], 薄命佳人[박명가인], 薄命美人[박명미인], 紅顔薄命[홍안박명].
☞佳人(가인): 아름다운 사람. 보통 미녀의 의미. 가인(佳人)은 귀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才子佳人(재자가인)- 재능 있는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
【출전】 宋(송)나라 때, 蘇軾(소식; 1037~1101)의 시, 《薄命佳人(박명가인-칠언율시)》
본래 蘇軾(소식)의 정치적 생애는 몇몇 시기를 제외하고는 지방관리를 두루 역임하면서 貶謫(폄적)을 당하는 순탄하지 못한 역정이었다. 그런데 이런 궁핍한 생활은 역설적으로 그의 문학 창작에 깊이와 넓이를 더해 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또한 儒, 佛, 道(유, 불, 도)의 涉獵(섭렵)으로 거시적인 인생관을 가지게 되어 문학의 성숙미를 덧붙여 주었다. 소식은 1086년 무렵에 "薄命佳人(박명가인)"이라는 칠언율시를 지어 이렇게 읊었는데 이 시에 '佳人命薄(가인명박)'이라는 말이 나온다. [※貶謫(폄적)-벼슬을 깎아내리고 멀리 귀양 보냄.]
● 雙頰凝酥髮抹漆(쌍협응소발말칠)-우윳빛 두 볼에 옻칠한 듯 까만 머리[酥(타락죽 소&연유 소=酪屬牛羊乳)] ☞타락(酡酪)-우유. 酪(진한 유즙 락(난)
● 眼光入簾珠白樂(안광입렴주백락)-쳐놓은 발에 비치는 눈빛은 옥같이 빛나네.
● 故將白練作仙衣(고장백련작선의)-짐짓 흰 비단으로 선녀의 옷을 만드니,
● 不許紅膏汚天質(불허홍고오천질)-타고난 아름다움을 더럽힐까 연지도 거부하네 [膏(기름, 살찔 고)]
● 吳音嬌軟帶兒癡(오음교연대아치)-오나라 사투리 귀엽고 부드러워 어린 티 나지만-[嬌(아리따울 교)-痴(어리석을 치)]
● 無限間愁總未知(무한간수총미지)-무한한 인간의 근심 전혀 알지도 못하는구나!
● 自古佳人多命薄(자고가인다명박)-예부터 아름다운 여인은 운명이 기박한 사람 많다지만
● 閉門春盡楊花落(폐문춘진양화락)-닫은 문에 봄도 다 가니 버들 꽃이 지는구나.
이 시는 蘇東坡(소동파)가 杭州(항주), 楊州(양주) 등 지방 장관으로 있을 때 우연히 절간에서 나이 팔십이 이미 넘었다는 어여쁜 여승을 보고, 그녀의 아리따웠을 소녀시절을 회상하며 미인의 박명함을 지은 것이라 한다.
아름다운 사람은 명이 짧다고 해석하는 일이 많으나 사실은 그런 뜻이 아니다. 운명이 기박하다는 말이므로 팔자가 사나운 것을 나타낸다.
‘薄命美人(박명미인)’ 또는 美人薄命(미인박명)이라고도 한다. 佳人(가인)이나 美人(미인)이라는 말은 임금과 같은 貴族(귀족)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얼굴이 예쁜 여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一色(일색) 소박은 있어도 薄色(박색) 소박은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소박맞는 수가 있다는 말이다. 일색은 가인을 말하고, 박색은 臼頭深目(구두심목-절구통 머리에 쾡하니 들어간 눈)인 醜女(추녀)를 말한다.
이 시는 1086년부터 8년 사이에 지은 것이다. 이 시에서는 분명히 ‘佳人命薄(가인명박)’으로 씌어져 있는데 ‘佳人薄命(가인박명)’으로 바뀌었다. 또한 '佳人薄命(가인박명)'보다는 美人薄命(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널리 쓰여져 왔다. 또한 才勝薄德(재승박덕)이라는 성어도 곧잘 膾炙(회자)되었다. 어찌 되었건 지나친 것은 화를 초래하는 모양이다. 동양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진 '양귀비'가 '안록산의 난' 중에 군인들에게 無慘(무참)하게 살해 당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가인박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