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양띠였다. 띠처럼 온순했다. 또한 친화력도 좋은 사람이었다. 어느해 나의 생일날 우리 가족들만 저녁을 할 계획을 아들이 잡았을 때 난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해 동생만 초대했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병중이었다. 급한 치료 후 잠시 퇴원중이었다. 합병증으로 막바지 였으나 동생과 나는 포기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동생이 식당으로 왔다. 2층 조용한 창가를 잡아 놓은 덕분에 우린 여유롭게 앉아 식사할 수 있었다. 잔을 들어 권하자, 특유의 미소와 함께 "형 축하합니다" 한다. 그리고 병을 들어 나에게 한 잔 올린다. 잔을 들고 동생 얼굴을 빤히 바라 보았다. 병색이 깃든 얼굴이지만 지금 미소가 전부 지워버렸다. 미소는 행복이외 모습을 지우는 지우개다. 유리잔이 소리를 냄과 동시에 입으로 털어 넣었다. 그리고 안주를 집어 앞 접시에 넣어 주었다. 아니 통채로 앞으로 옮겨 주었다. 동생이 좋아하던 음식이었다.
취기가 오르자 자꾸 울컥한다. 그런 모습을 안보이려고 애를 썼다. 벌써 술이 두 병째다. 동생은 잘 인내하며 술 잔을 조절하고 있었다. 김광석의 노래라면 전부 다 잘 불렀다. 특히 일어나는 가성과 미성을 섞어 명품으로 불렀다. 누구든 환호했다. 회사전체 회식이 있는 날, 늘 마지막 초대받아 우정의 무대에 오르면 주옥같은 노래를 수없이 부르게 직원들은 그냥 두지 않았었다. 부르다 나를 이끌고 나가 뜌엣의 무대를 만들었다. 우리는, 삼포가는 길, 하얀나비 등등 불러 환대를 받기도 하였다. 함께 복식을 이루고 태니스를 칠 때도 파워풀하게 쳐서 지는 적이 없었다. 술도 호쾌하게 마셨다. 형의 기준으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던 동생이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헤여질 때 나는 등을 어루만지며 "지지말자 이겨내자" "그럼요" 하며 '잘 먹었습니다. 연락드릴께요" 하며 떠났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몇일 후 안부 전화를 걸었을 때 많아 아퍼했다. 목욕을 했더니 그렇단다. "병원에 갔다오면 쾐찮아요" 한 후 다음날 새벽 조카가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나는 어림잡았다. 아~~ 이젠 떠나는구나 그리고 많이 울었다. 병원 응급실로 옮겨드려라 하고 차를 꺼내 달렸다. 아무 생각없이 달렸다. 도착한 병원, 이미 동생은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럴수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막힘에 어두운 구석으로 가 슬피 울었다.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그렇게 슬피 울었다. 몇일전 집안 혼례가 있었다. 경사였다. 동생 딸 보라 결혼식이었던 것이다.
신랑은 고교동창, 둘다 직장생활을 열심히 한다. 사는 곳도 서로 부근이었다. 분가한 곳도 그 부근, 조카사위가 신중하면서도 유쾌하고 진취적이라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신부를 잘 챙긴다. 어른들 전부 이구동성으로 긍정적이다.
보라도 신랑을 잘 챙긴다 한다. 연분인가 보다. 아빠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쉬운 부분이다.
남동생이 자청해서 축가를 불렀다. 토목쟁이인데, 중위로 군제대 후 건설사에 입사 지하철 건설현장 기술자로 재직중이다. 아버지의 영향이다. 토목공학과 입학과 기사자격증 땄을 때 동생은 바로 나에게 와 형! 됐습니다. 합격, 합격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형 저녁 살께요 했었는데. 졸업식날 동생은 운명했다. 지도교수께서 졸업장 들고 문상 오셨었다. 성가를 너무 잘 불렀다. 이것도 아버지의 영향인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은 동문들이 뜌엣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찬가를 불렀다. 막바지 혼례식을 근사하게 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나도 알고 있는 소절이 있어 따라 부르며 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 채려는 것처럼 촬영 포인트에서 구도와 노출을 잡아내서 샷다를 눌러주었다.
양가부모님에게 인사를 한 후, 멋진 행진이 있었다. 그리고 만인에게 보이는 사랑의 증표로 입맞춤, 난 사진을 찍으며 속삭였다.
보라야 잘 살아! 양가 어른들에게 잘 하고, 기억해라 아내 하기 나름, 며느리 하기 나름, 딸 하기나름, 누이하기 나름, 직장 동료로서 하기 나름, 사회인으로서 하기 나름, 네 자신의 생활 몫 잘 건사하거라. 그것이 잘 사는 일이다. 축하한다.
하와이로 여행 떠난 두 사람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며 이렇게 적었다.
" 보라야! 축하한다. 새로운 삶! 두 사람이 선택한 삶인 만큼, 항상 가까이 서로 상의하고 사랑하며 좋은 가정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 또한 받거라! 결혼식날 찍어 놓은 사진을 전송한다. 세 째 큰아버지가 보낸다."
카톡 답신 금방 왔다.
"큰아버지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잘 살겠습니다~~^^ 사진 너무 이쁘게 나왔어요! 찾아뵙고 인사드릴게요~
다시 나는
"그래 고맙다. 건강에 신경 많이 쓰고. 조카사위에게도 안부 부탁한다."
그랬더니
"네♥ 건강조심하세요!" 기쁘기 한량 없다. 간단한 제물을 준비한 후 동생이 있는 나무를 찾아 갈 계획이다. 동생이 나에게 했던 것처럼 엄지를 치켜세우고 " 했어 아주 잘했어 하객들도 많았고 멋진 결혼식이었다. 다 너에 덕분이다. 아이들과 제수씨 결혼전에 왔다 갔다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술을 따르며 하모니카 한 곡 불러 주고 오려고 한다.
첫댓글조카 결혼 드립니다... 아끼시던 동생을 보내고 많이 힘드셨곘네요,.. 그래도 자녀들이 잘 성장해서 배필을 만나 ,친지 가족 받으며.. 혼례를 치르는 모습 흐뭇하셨겠네요...... 신부,,,신랑 잘어울리는 모습 ,,예쁨니다,,,,행복하게 사랑이 피우는 가정이루기를 .........
첫댓글 조카 결혼드립니다...받으며..피우는 가정이루기를 .........
아끼시던 동생을 보내고 많이 힘드셨곘네요,..
그래도 자녀들이 잘 성장해서 배필을 만나 ,친지 가족
혼례를 치르는 모습 흐뭇하셨겠네요......
신부,,,신랑 잘어울리는 모습 ,,예쁨니다,,,,행복하게 사랑이
감사합니다. 꾸벅~~ 울컥과 기쁨이 공존하며 .. 수많은 추억 활동사진이 휘리릭~ 그리고 일어나 노래를 다시 흥얼거리게 되었습니다.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다시 해보는거야!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