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내려오신 다섯 회원님과 나 그리고 동네친구 털보,
일곱 길동무가 보름달빛 아래 엄천강 길을 걷기위해
함양터미널에서 만났다.
서울 팀들이 읍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 장소인 용유담으로
이동하는데 슬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중대 결심을 해야 할 정도로 줄기가 굵어진다.
어차피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알고도 강행했던 것이고
사전에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작성해 두었던 터라 걱정은 없다...
용유교를 건너며 나는 치밀하게 준비했던 시나리오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린다.
“......단, 만일의 경우 ,물론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출발 때부터 비가 심하게 내릴 경우에는 달빛걷기를 포기한다”
용유담에 차를 세우고도 비가 그치지 않아 이런저런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다행히 비가 잦아든다.
일행은 모두 차에서 내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출발을 한다.
밤이라 카메라는 아예 차에 두고 걷는다.
걸음을 시작하면서도 혹시 하늘이 일단 출발을 시킨 뒤 쏟아 부을려고
꼬시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늘은
그 얄팍한 노림수 따위는 쓰지 않았고 , 엄천강의 밤은 꿈길처럼 아름다웠다.
하늘이 구름으로 온통 덮혀 있었는데도 신기하게 밤길이 어둡지 않았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반투명 효과였던 것 같다.
달빛이 창호지를 뚫고 방안을 은은히 밝혀주듯이 구름을 뚫고
엄천강 길의 밤을 비춰주었던 것이다.
세동 정자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다시 문정으로 걸음을 하는데
강건너 골짝마을 풍경이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불빛들이 빛의 투망을 던져 구름을 가두어 두고,
보이지 않는 달빛은 구름을 투과하여 희미하게 산의 능선을 그린다.
문정에서 운서 동지골 계곡을 지나는 길에 잠깐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구름 뒤로 들어가 버린다.
마치 너무 귀하신 몸이라 인사만 하고 들어가는 것 같다.
일행은 적송숲길을 지나 내리 꽂히는 듯한 경사길로 미끄러져 내려가
운서 강둑을 걷는다. 그리고 강둑에 있는 정자에서 잠시 쉬었다가
구시락재를 힘겹게 넘어 동강마을로 들어선다.
동강 정자에서 다시 세차게 내리는 비를 피하고는 자혜리 강둑길을 걸어
엄천강 하류인 화계리로 걸음을 이어가니 새벽 4시가 넘었다.
모두 6시간을 걸었다가 쉬었다가 한것이다.
일행은 화계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털보의 트럭을 타고 용유담으로
다시 이동했는데 10여분 걸렸던 것 같다.
6시간 걸음한 거리를 되돌아가는데 겨우 10여분이라니...
트럭 뒤 짐칸에 거꾸로 앉아 달리니 마치 테이프를
되감는 듯한 기분이다.
어제와 오늘에 걸친 6시간을 10분 만에 빨리 되감기하며
다시보기를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 인생길 오십도 되감기해 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오십이 되기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지천명... 하늘의 뜿을 깨닫게 되는 나이라니까...
뭔지 모르지만 어쨌든 좋은 뭔가가 나에게
미소 지으며 다가오지 않을까하는 야무진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생각하면 나도 참 웃낀다.
나는 공자가 아니라는 걸 왜 진작 생각지 못했을까.
내가 한낱 지리산 골짝 마을에서 곳간에 가족이 먹을 양식
채우기에 급급한 가장일 뿐이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그래... 지천명은 하늘의 뜿을 깨닫는 나이가 아니라
하늘의 뜿을 알려고 노력하며 사는 나이라는 의미로
공자님이 하신 말씀인 게야...
내가 밤을 새워 길을 걷는 것도 따지고 보면...
첫댓글 꿈을 꾸며 기다리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었는지 모릅니다. 함께하지 못 한 서운한 마음이야.. 다음 기회가 또 있겠지요. 감사드려요...
그레이스님 고맙습니다.더 좋은 날에 다음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달빛걷기에 좋은 시간은 가을날 보름 밤인것 같습니다. 어쨋든 저는 잊지못할 행복한 걸음이었지만 좋은 날을 잡지못해 같이했던 횐님들에게 죄송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무엇부터 말씀을 드려야할지... 머릿속은 뱅뱅도는데 쉽게 쓰여지지는 않네요.. 저와 집사람에게는 신기한 세계로의 여행, 그것도 달빛을 밟으며 별빛이 쏯아지는 상상을 하며 그날을.. 그날을 기다렸건만... 함양으로 가는 시간내내 빗가 내려 걱정을 많이 하면서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내려서 쉐어그린님과 털보님을 뵙고.. 마음속으로는 비도 오는데.. 그냥 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3분의 여성분 마치 전문산악인 같은 모습에 말을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출발장소에서 비가 잦아들면서 출발을 하였지만, 진행하는 동안 비가 오다가 약간 줄어들다가를 반복하면서...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하는 밤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밤길을 걷던 생각,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못했던 많은 일들, 앞으로 살아가야할 생각 등등 나를 돌아보고, 잘 모르지만 같이 동행하는 분들과의 생각의 교류.. 등등 많은 공부를 하였습니다. 어두운 밤길에 오히려 불을 밝히면 주위가 더욱 어두워져 걷기가 힘들지만, 오히려 불이 없으면 사람의 시각이 어느정도 보완을 하여 불없이도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오래간만에 경헙한 것 같습니다.. 어두운 밤길이라 그곳을 지리는 알수 없으나 쉐어그린님께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니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지리산의 넓은 품을 사람도 닮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하는 두분의 수고와 염려덕분에 잘 다녀왔고요. 아침이라도 대접도 못해드린점 무척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음에 지리산길 계획이 있으면 꼭 참석하여 더욱 좋은 인연으로 연결되었으면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모두 실제 걸으며 느꼈든 기쁨 못지않게 기다리는 설렘이 컸던것 같습니다. 보름달빛아래 걷지는 못했지만 생각지 못했던 밤의 풍경이 잊혀지질 않네요. 낮에 보았던 풍경에 조명만 조절한 풍경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그림이었지요. 다음에는 더 좋은 시간을 잡아 같이 걸음하기를 기대합니다~~
잘 다녀오셨군요... 오락가락 내리는 비가 내내 걱정 되었슴다... 또 바가오면 어떻랴고... 그맑은 공기와 오가는 입담과 부는 바람이 있었을걸 아니 같이 못항 서운함이이네요... 담에 또 보름달이 뜨면 걷자고요...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같이 걸었으면 좋은 추억이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담에 더 좋은 날 같이 걸음하기를 기대합니다~~
잠을 자고 또 자고 그렇게 이틀을 잠 속에서 허우적 거린 듯 합니다 . 나이는 못 속이나 봅니다 함양읍까지 바래다 주신 후 저희 팀은 노고단 운해를 보겠다고 택시로 성삼재를 향했답니다 . 내려덮히는 눈꺼풀을 달래며 올라선 노고단은 5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속 이더이다 욕심을 너무 부린 것인지... 지리둘레 3 구간 길! 교교한 달빛은 없었지만 마을을 밝히는 불빛과 두 분의 지리산을 닮은 배려가 달빛 못지 않게 환했답니다 .햇살이 뜨겁게 느껴지지 않을 어느 계절 저희들 마음에 가득 새겨진 엄천강 줄기를 따르는길과 운서마을 또 마을의 정자들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싶어 다시 그 길을 찾을 때를 기달릴 것입니다 두 분께 감사 또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항상 안녕하시길 손을 모아 봅니다
노고단까지 가셨는데 날씨가 심술을 부렸군요.하긴 엄천강 밤길 걷기 시작부터 적지않은 비가 내렸으니... 담에는 정말 눈부시게 좋은 날에 멋진 걸음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10월쯤 다시 한번 달빛걷기가 있다면..좋겠습니다^ ^ 건강하신 모습으로 뵙게 되길 기대합니다.
10월이면 틀림없이 보름달을 볼 수 있겠지요... 또 다시 꿈을 꾸며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