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인권에 관한 논의 - 박경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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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 박경서 (국가인권위원. 인권대사)
1. 20세기의 발전모델
우리는 지금 21세기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러기에 20세기에 우리가 했던 일들을 돌아보는 일은 21세기를 설계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20세기의 발전모델은 경제성장 위주의 발전을 하나의 모범답안으로 생각했다. 즉 경제성장수치가 상승하기만 하면 인권유린이나 환경파괴는 정당화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후진국들은 경제성장을 위해 사회안정을 꾀하게 되며(사회안정은 외자유치의 조건이 되므로) 국가 안보의 논리에서 당연히 인권과 환경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 경제수치 위주의 발전모델은 제1세계와 그들의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제3세계가 공히 공감하는 모델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국제사회, 특히 국제 기구들이 부러워하는 나라들이었고, 90년대 후기까지 제3세계의 이웃들의 부러움을 사왔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경제성장과 국가안보라는 논리 속에서 그 만큼 성장의 그늘에 묻혀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권은 가려지고 말았다. 이 허구의 발전 모델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카르타의 트리삭디 대학의 4명의 학생이 1998년 5월 12일 독재와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데모가 시발점이 되어 1천 여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면서, 6번의 연임과 기나긴 32년 간의 독재를 경제성장과 국가안보라는 논리로 연명해오던 수카르노 시대의 막을 내리게 했다.
이러한 20세기 식 발전모델의 붕괴는 연이어 1976년 포르투칼의 4백50년 식민지에서 독립직전에 인도네시아에 다시 식민지화되었던 동티모르 야미족들에도 인도네시아의 굴레를 벗어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리얀자야, 아체 등의 독립행정의 주장을 낳은 계기가 되었다.
한국도 1997년 12월의 IMF 위기가 닥치자 더 이상 경제수치 중심의 발전모델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리고 세계는 우리를 더 이상 주목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국제기구들이 내어놓은 21세기 발전모델은 인권을 중시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모델을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수치 성장 일변도 대신 인권과 환경을 전제로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2. 인권의 개념과 확대적용
다음은 UN을 중심으로 그리고 인권 발전을 위한 국제 NGO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쟁점들을 논의해 보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인권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권은 천부적이며 빼앗을 수 없고 보편적인 것으로(inherent, inalienable, universal) 국제사회는 이해하고 있다. UN차원에서도 인권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개념규정을 내리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더군다나 자국의 인권유린 사례는 제3국이 개입할 수가 없다는 것이 20세기 말까지의 통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도주의를 내세운 개입이(Humanitarian intervention) 허용되는 마당이므로 A국가의 인권탄압은 B국가로 하여금 인도주의에 입각해서 그 개입이 가능하게까지 발전되었다.
그리고 초기 인권분야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가 즉, 언론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고문을 받지 않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서 머물렀으나 요즘은 한 걸음 나아가 노동의 권리, 최소한의 무상교육을 받을 권리 등등 즉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추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나아가 평화권, 환경권 등으로 확대되어 집단구성원들의 권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적용범위도 아동, 여성, 전쟁포로, 난민,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노예, 인종, 인신매매, 강제 노동에서의 희생자 권리까지 인권문제의 핵심을 이루면서 이 분야에서의 인권유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협약이 제정되고 각 나라가 가입하는 추세이다.
한국은 UN인권위원회 정회원국으로 이상의 모든 국제협약에 가입해 있으며 해외에서는 인권선진국으로 비춰져서 우리보다 열악한 이웃 나라들의 인권문제도 인도주의 개입의 원칙에 의해서 도와주어야 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제일 먼저 동티모르에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을 크게 찬사하고 있으며,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의 비폭력 평화적 시위를 지지하면서 군부세력과의 정치적 타결을 모색하는데 인권선진국인 다른 나라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스리랑카의 화해평화운동에, 캄보디아의 평화안착에, 베트남의 남과 북의 대화에 기여하므로 우리가 지난날의 암울했던 시절에 갖은 고초를 겪으며 배웠던 인권의 산 교훈을 이웃나라들에게 전수하고 그들의 고뇌를 같이 나누는 자세가 우리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3. 인권의 국제적 논의 방향
작년 5월 1일 필자는 우리나라 인권대사로서 한국이 매년 5년 주기로 심사 받고 있는(UN회원국가 모두)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권리(A규약)심사를 받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를 다녀왔다. 나는 이 UN경제사회위원회 심사 회의에서 다음 몇 가지가 국가적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배웠다.
첫째가 UN협약에 의한 국제적 권고사항과 국내법과의 관계이다. 법리론적 해석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국제동향은 국제적 권고사항이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해석한다. 국내의 특수성은 한시적인 효력을 제외하면 장기적으로는 국제규약이 국내법보다 우선한다는 추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국은 지난 5년간 1백5명의 난민 신청건 중 단 한 건을 승인한 바 있어서 국제적으로 거의 망신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일주일전 UN난민고등판무관실 간부들이 한국사무소 개소식을 계기로 필자의 사무실에 찾아와 첫째 번 의제가 되었다. 한국의 난민인정규약은 너무 복잡하고 난민인정 수는 국가의 인권신장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조심스런 항의이다. 장길수군 가족 7명이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 한국 국민이 보인 열의, 즉 가족 7명을 중국정부는 UN난민 중국사무실 주장대로 난민으로 인정, 한국에 오도록 하라는 성화에 전 국민이 한목소리였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 것은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남에게는 너무 인색한 것이다. 이 1백5명의 신청자 중에는 22명이 미얀마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와 민주화 투쟁 중 망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난민 지위를 받기 위해 대기중이다.
우리도 이제 국제적인 시각으로 이 문제를 취급해야 한다.
둘째 동향은 199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인권에 관한 세계회의에서 두드러진 동향이다. 인권의 불가분성, 보편성, 상호의존성이 이 회의의 화두였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앞서 말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B규약)보다 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권리를 우선하고 이 A규약이 개선되고 있는 한 B규약은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경향입니다. 여기에 아시아 국가들은 아시아적 가치관까지 동원하여 서구가 주장하는 B규약들을 무시하려 듭니다. 비엔나회의에서 중국, 말레이시아 수상 마하티르의 연설이나 지난 57차 UN인권위원회의 회의장에서 미국의 인권대사가 B규약을 거론하며 중국과 쿠바, 북한을 신랄하게 비판할 때 이 세 나라들은 생존권 등의 경제권을 내세우므로 미국과 첨예한 대립을 했습니다. 그러기에 지금 세계적인 추세는 A규약과 B규약의 불가분성과 상호의존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직도 이 문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세계적 추세는 비엔나의 권고 안을 따르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셋째는 발전권이 인권논의에서 핵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화의 찬란한 꿈은 국가간의 부익부 빈익빈 추세와 나라 안에서의 똑같은 추세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인류의 복지향상에 기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 국제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나온 것이 발전권이며 앞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첨예한 대립을 노정하게 될 것이다.
이미 작년 8월 31일에서 9월 7일까지 남아프리카 더번에서 개최된 UN인권위원회의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에서도 이 발전권은 팽팽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986년 12월 UN총회 결의로 "발전권에 관한 선언"이 채택된 이후 발전권의 내용, 보장의 주체, 보장의 방법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후진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후진국들은 발전권은 빼앗을 수 없는 권리로써 개별 국가 및 국제금융기구와 국제사회에 이 보장을 위한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진국들은 발전권을 권리로 인정은 하면서도 발전권 보장의 일차적 주체는 개별국가라고 보면서 국제사회는 가능한 지원만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확립과 善政(good governance)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은 발전권을 권리로서 인정하지 않고 후진국들이 자국의 열악한 인권사항을 국제사회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비판하므로 어느 정도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는 인권의 포괄적 접근이다.
인권신장과 인권창달을 위해서는 각 분야의 상호협력을 전제로 한 포괄적 접근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추세이다. 여기에서는 상호의존성이 중요하게 인식되어오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권은 법 하나만으로, 신학 하나만으로, 도덕성이나 철학적 접근 하나만으로는 신장에 한계가 있다는 접근이다. 인권침해자의 치유문제나 인권교육의 문제는 법률이나 사회과학적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천부적이고 빼앗을 수 없다는 인권은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지 인권신장의 역사는 개개인이나 집단의 투쟁한 만큼에 비례해서 인권의 폭이나 질이 향상되었던 것이 인류의 역사였다. 그래서 인권은 상향식 접근 즉 억눌리고, 목소리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권리를 쟁취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향식으로 인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상향식으로 쟁취되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만 이 투쟁이나 쟁취 과정이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남아프리카의 진실과 화해위원회 가 세계에서 환영을 받고 우뚝 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치
우리 스스로 국제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두 개의 인권선진국들의 포럼이 존재하고 있다.
첫째는 JUSCANZ포럼이다. 설립국들의 이름 첫 자를 조합해서 불리워지는 나라들의 모임이다. 즉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위스, 리히텐스타인, 산마리노 등이다. 이 포럼에 한국이 참가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포럼은 Western and like minded Countries(LMC)라고 불린다. 이 회원국은 EU회원국가들과 JUSCANZ회원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물론 이 포럼에도 회원국가로 참석하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인권국가임을 확인하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실 내용은 좀 다르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국제인권 NGO 중의 하나인 Freedom House는 매년 전 세계국가들의 인권등급을 매기고 있다. 이 등급은 정치적인 권리와 시민의 자유라는 두 가지 척도를 가지고 최고점수는 1점, 최하점수는 7점으로 매기고 각 국가를 세 가지 등급 즉, Free, Partly free, Not free라는 최종결론을 내립니다. 한국은 2점 2점을 득하고 Free라는 최종결론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더 점수를 받은 나라들 즉, 1점 1점 또는 1점 2점, 2점 1점의 나라들이 57개국이 있다는 사실은 한국이 세계 인권순위에서 58번째 나라로 보여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한국이 인권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온다.
UN난민허가문제, 대인지뢰금지조약의 가입문제, 외국인노동자의 인권문제, 사형제도폐지문제, 국가보안법의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 동성애 문제 등이 원활하게 풀려져야 하겠다. 동시에 우리나라가 가입한 UN인권협약들 즉,
1965년의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1966년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 1966년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B규약) 1979년의 '여성에 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1984년의 '고문방지 협약' 1989년의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 등에서 회원국가들이 지켜야 할 의무조항들을 국내에서 매끄럽게 실천해 나가면 우리도 1점 1점을 받게 될 것이며 그 날을 위해 우리 모두는 노력해야 한다.
<토론주제> 1) 발전 (Development) 와 환경, 인권과의 관계에 대해 논하시오. 2) A규약과 B규약의 차이점과 상호관계를 논하시오. 3) 한국의 인권현주소와 앞으로 개선해야 될 인권분야는 무엇인가. 4)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의견을 쓰시오.
<참고문헌> 유엔 인권선언서 Freedom in the World 2000-2001 (New York Freedom House Jan. 2001) 한반도의 평화와 인권 1 (한국인권재단 2002 2월 도서출판 사람생각) 제57차 유엔 인권위원회 참가보고서 2001 7월 외교통상부
※ 본 강좌는 2002년 시민의 신문과 성공회대학 NGO학과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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