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격, 예컨대 나 자신의 본질을 내 머리와 몸 안에 일어나는 패턴과 과정으로 정의하고 만일 그 과정이 보존된다면, 나는 보존된다. 나머지는 젤리에 불과하다.”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의식하고 기억하며 행동하도록 입력된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는 과연 인간일까? 아닐까? 트랜스휴먼을 대표하는 한스 모라벡 교수의 말을 듣자하면, 앞으로의 미래에는 인간 존재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에 수많은 의문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여기에는 우리의 의식을 지배해온 생명체중심적 사고, 인간중심적 사고, 개인중심적 사고를 깨는일이 우선이리라.
김진석 교수는 이책에서 "인간 잉여의 불안과 인간강화의 기대가 날카롭게 부딪치는 미래의 공간 - 로봇과 인공지능의 확대, 그리고 다른 생명공학적 개입을 포괄하는 인간 강화 시도들이 무수히 일어나는 공간 - 에서는, 그동안 인간이라는 존재를 추상적, 이념적으로 버티고 지탱해온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근거들이 커다란 파도에 흔들리고 소실될 수 있을것"이라고 보았다. 그런 이유로 현재와같은 "인간중심주의 또는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 대한 이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생태주의의 한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는것이다.
강한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가까운 미래는, 인간을 강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인간잉여를 유발하게 되는 패러독스 시대 - 한편으론, 인간 종과 인공지능/로봇을 대립적 구도로 볼것이냐, 협력적이고 동맹적 관계로 볼것이냐의 이해가 엇갈리는 시대 - 이다. 한편으론 인간잉여가 가져올 실업의 문제가 인간존재 자체를 뒤흔들 배고픔의 문제로 옮겨가진않겠지만, 인간소외와 인간정신의 파괴는 심각할수있다는게 김교수의 진단이었다. 충분히 동의되는 우려가 아닐수없었다. 내용이 어렵고 지루했지만 꽤 깊은 성찰을 갖게하는 책이었고, 한번쯤은 읽어보고 다 함께 토론할 수있는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