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귀 세(稅)
여정수(명예교수, 생명응용과학대학 생명공학과)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농경사회에서는 소를 소중하게 여겼고 집안의 한 식구로 대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소의 하품과 방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방귀쟁이로 몰려 세금을 물게 된 소에게 오랜 세월 농사일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본인에게 인간으로서 계면쩍고 미안함이 느껴진다.
소는 4개의 위(胃)를 가지고 있다. 먹이를 먹으면 제1위에서 미생물과 발효과정이 진행된 후 되새김(반추작용)을 하게 된다. 되새김 후 다시 3, 4위로 먹이가 들어가서 소화가 이뤄진다. 1위는 영양가치가 없는 먹이(볏짚 등)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미생물에 적합한 조건(온도, 습도, 먹이공급, 혐기성조건 등)이 마련되어 있는 미생물 저장소이다. 제1위에 있는 위액(胃液) 1cc당 150-500억이나 되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이들 미생물은 볏짚이나 딱딱한 목초 등이 위에 들어오면 섬유질 재료를 발효시켜 소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原)인 휘발성 지방산을 생산하는 중요한 과정을 만든다. 이런 반추과정에서 메탄gas가 발생되어 되새김하는 과정에 트림으로 배출된다.
이렇게 생산된 메탄가스(methane gas)는 이산화탄소(CO2)보다 열을 잡아두는 힘이 20배 이상 높은 온실가스라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보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기후온난화 위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목축업을 지목하고 있다. FAO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육우는 50㎏ 이상, 젖소는 한우와 같은 육우의 배가 넘는 120㎏ 이상이라고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의 연간 메탄 배출량이 약 200kg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가 배출하는 메탄의 양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소 사육 두수는 약 20억 마리이기에, 1년에 약 1700억kg의 메탄이 나오는 셈이다. 비율로 따지면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25%가 넘는다.
이처럼 목초를 주식으로 하는 반추동물인 소, 양, 사슴, 염소 등이 방귀를 통해 나오는 메탄가스 배출 때문에 방귀에 세금을 물리는 나라가 있고, 주로 세계적인 낙농 국가들 사이에서는 소 방귀세(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유럽의 발틱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에서는 제일 먼저 환경보호 차원에서 소를 기르는 농가에 2009년부터 방귀세를 걷고 있고, 아일랜드는 소 한 마리당 18달러, 덴마크도 11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목축 국가인 뉴질랜드의 경우도 축산 농가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2025년부터 방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런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감축하기로 약정한 195개국 교토 기후 변화협약 의정서(UNFCCC)에 소 사육이 제일 많은 인도, 중국이 빠져있고, 미국이 비협조적인 이유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메탄가스는 공기 중에 퍼지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어 ‘메탄 1톤=이산화탄소 20톤’ 수준의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지만, 도시가스처럼 에너지원으로 쓸 수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정부는 소 방귀와 관련된 법안을 만들어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하여 트럭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소 방귀에서 메탄가스를 모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메탄의 에너지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정책도 시도되고 있다.
기업과 과학자들은 메탄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소를 유전적으로 골라내어 25%이상 메탄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연구를 하였고 해초나 특정 곡물을 활용한 메탄저감 친환경 사료를 개발하여 메탄 발생량을 40% 감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여 인간의 과학적 지식과 관심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귀세에 이어 최근엔 유럽에서 육류세(meat tax)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간이 고기를 먹어 소화생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란다. 소와 돼지 등 붉은 육류(red meat)를 소비자가 1kg 소비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염소와 양은 39.2kg, 소는 27kg, 돼지는 12.1kg, 그리고 닭은 6.9kg이라고 한다. 그래서 메탄가스를 많이 내뿜는 양고기와 소고기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술과 설탕에 이어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에 부과하는 ‘죄악세(Sin Tax)’의 일종인 셈이다. 인간의 삶에 절대 가치인 식량작물생산의 주역이었던 농경사회의 소가 산업화과정에서 맛있는 소고기 공급으로 가치를 지탱해 왔지만, 결국 지구환경보존 이라는 대전제에 소의 역량과 가치는 허물어져 가고 있다.
채식주의자 Nimen은 ‘소고기를 위한 변론’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이용해 광합성한 풀을 소가 먹고 소화해서 나오는 메탄은 생태계 사이를 자연 순환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는 탄소를 흙으로 돌려보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소가 뜯어낸 풀은 더 많은 햇빛과 탄소를 필요로 하고 토양의 탄소흡수가 효과적으로 일어나 그만큼 공기 중 탄소는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생리학자 존 유드킨은 우리 몸은 오랫동안 진화되어 잘 적응된 것을 먹어야 하기에 육식은 수백만 년 전부터 진화라는 생리현상을 조절한 불변의 중요한 요소라 하였다.
세금은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생활의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소득 일부분을 국가에 납부하는 돈인데, 정작 소의 방귀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도 책임에는 미온적인 인간의 생활 행태를 소가 웃지 않을까?
여정수(명예교수, 생명응용과학대학 생명공학과)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농경사회에서는 소를 소중하게 여겼고 집안의 한 식구로 대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소의 하품과 방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방귀쟁이로 몰려 세금을 물게 된 소에게 오랜 세월 농사일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본인에게 인간으로서 계면쩍고 미안함이 느껴진다.
소는 4개의 위(胃)를 가지고 있다. 먹이를 먹으면 제1위에서 미생물과 발효과정이 진행된 후 되새김(반추작용)을 하게 된다. 되새김 후 다시 3, 4위로 먹이가 들어가서 소화가 이뤄진다. 1위는 영양가치가 없는 먹이(볏짚 등)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미생물에 적합한 조건(온도, 습도, 먹이공급, 혐기성조건 등)이 마련되어 있는 미생물 저장소이다. 제1위에 있는 위액(胃液) 1cc당 150-500억이나 되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이들 미생물은 볏짚이나 딱딱한 목초 등이 위에 들어오면 섬유질 재료를 발효시켜 소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原)인 휘발성 지방산을 생산하는 중요한 과정을 만든다. 이런 반추과정에서 메탄gas가 발생되어 되새김하는 과정에 트림으로 배출된다.
이렇게 생산된 메탄가스(methane gas)는 이산화탄소(CO2)보다 열을 잡아두는 힘이 20배 이상 높은 온실가스라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보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기후온난화 위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목축업을 지목하고 있다. FAO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육우는 50㎏ 이상, 젖소는 한우와 같은 육우의 배가 넘는 120㎏ 이상이라고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의 연간 메탄 배출량이 약 200kg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가 배출하는 메탄의 양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소 사육 두수는 약 20억 마리이기에, 1년에 약 1700억kg의 메탄이 나오는 셈이다. 비율로 따지면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25%가 넘는다.
이처럼 목초를 주식으로 하는 반추동물인 소, 양, 사슴, 염소 등이 방귀를 통해 나오는 메탄가스 배출 때문에 방귀에 세금을 물리는 나라가 있고, 주로 세계적인 낙농 국가들 사이에서는 소 방귀세(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유럽의 발틱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에서는 제일 먼저 환경보호 차원에서 소를 기르는 농가에 2009년부터 방귀세를 걷고 있고, 아일랜드는 소 한 마리당 18달러, 덴마크도 11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목축 국가인 뉴질랜드의 경우도 축산 농가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2025년부터 방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런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감축하기로 약정한 195개국 교토 기후 변화협약 의정서(UNFCCC)에 소 사육이 제일 많은 인도, 중국이 빠져있고, 미국이 비협조적인 이유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메탄가스는 공기 중에 퍼지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어 ‘메탄 1톤=이산화탄소 20톤’ 수준의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지만, 도시가스처럼 에너지원으로 쓸 수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정부는 소 방귀와 관련된 법안을 만들어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하여 트럭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소 방귀에서 메탄가스를 모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메탄의 에너지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정책도 시도되고 있다.
기업과 과학자들은 메탄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소를 유전적으로 골라내어 25%이상 메탄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연구를 하였고 해초나 특정 곡물을 활용한 메탄저감 친환경 사료를 개발하여 메탄 발생량을 40% 감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여 인간의 과학적 지식과 관심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귀세에 이어 최근엔 유럽에서 육류세(meat tax)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간이 고기를 먹어 소화생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란다. 소와 돼지 등 붉은 육류(red meat)를 소비자가 1kg 소비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염소와 양은 39.2kg, 소는 27kg, 돼지는 12.1kg, 그리고 닭은 6.9kg이라고 한다. 그래서 메탄가스를 많이 내뿜는 양고기와 소고기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술과 설탕에 이어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에 부과하는 ‘죄악세(Sin Tax)’의 일종인 셈이다. 인간의 삶에 절대 가치인 식량작물생산의 주역이었던 농경사회의 소가 산업화과정에서 맛있는 소고기 공급으로 가치를 지탱해 왔지만, 결국 지구환경보존 이라는 대전제에 소의 역량과 가치는 허물어져 가고 있다.
채식주의자 Nimen은 ‘소고기를 위한 변론’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이용해 광합성한 풀을 소가 먹고 소화해서 나오는 메탄은 생태계 사이를 자연 순환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는 탄소를 흙으로 돌려보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소가 뜯어낸 풀은 더 많은 햇빛과 탄소를 필요로 하고 토양의 탄소흡수가 효과적으로 일어나 그만큼 공기 중 탄소는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생리학자 존 유드킨은 우리 몸은 오랫동안 진화되어 잘 적응된 것을 먹어야 하기에 육식은 수백만 년 전부터 진화라는 생리현상을 조절한 불변의 중요한 요소라 하였다.
세금은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생활의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소득 일부분을 국가에 납부하는 돈인데, 정작 소의 방귀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도 책임에는 미온적인 인간의 생활 행태를 소가 웃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