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 예술문학세계, 이 달의 시>
미스터트롯
김덕남 / 시조시인
동굴을 휘돌아온 부드런 그대 음색
달팽이관 간질이며 가슴 쿵쿵 울린다
내 몸을 관통하는 떨림
도플갱어로 가는 봄
노도처럼 태풍처럼 천둥으로 지진으로
그리움이 질주한다, 사무침이 폭발한다
솟구친 눈물무대엔 하트 하트 축포를
이제는 금빛 날개 마음껏 펴는 거야
구성지게 꺾어가며 한세상 풀어야지
사는 건 신바람이듯
굽이굽이 한이듯
-----------------------------------------------------------------------
시작여화 詩作餘話
바이러스가 지구를 동시다발로 공격하고 있다. 실시간 날아드는 확진자 수, 사망자 수가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마치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의 대재앙을 보는 것 같다. 그날의 아비규환을 경험한 보카치오는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야기를 쓴다. 1348년 흑사병이 강타한 피렌체를 열 명의 젊은이가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즉 10일 동안의 이야기 데카메론이다. 그 어려운 시기의 사람들은 데카메론을 읽고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로 가는 길을 연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떤가? 불안한 이 시기에 우리는 무엇으로 위안을 받을 것인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온 것은 TV 속의 미스터트롯이다. 15,000명의 예선에서 살아남은 101명이 준결승과 결승에서 보여준 그들의 노래와 몸짓은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1:1 데스매치, 팀미션, 듀엣미션, 레전드 미션 등 갈수록 팽팽한 긴장으로 울고 웃고 열광했다. 그들은 노도처럼 태풍처럼 그리움을 향해 질주했다. 천둥처럼 지진처럼 사무침이 폭발했다. 구성지게 꺾어가며 신바람을 일으키듯, 굽이굽이 한을 풀듯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베스트 7이든 진선미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다만 트롯이 있을 뿐이다. 어느 정치인이 있어, 어느 시인이 있어 우리 국민을 이렇게 행복하게 카타르시스를 해주겠는가. 흥 많고 한 많은 우리 민족의 DNA를 일깨워주는 봄이다.
김덕남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올해의좋은시조집상 및 신인상 등 수상. 시조집 『젖꽃판』 『변산바람꽃』, 현대시조 100인선 『봄 탓이로다』
- 《시민시대》 2020.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