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사(?)시 종종 들리는 가정의학과에 다녀왔다.
13년 째 나의 주치의가 되어 주시는 A원장께 건강상담을 하였다.
내 몸의 취약점들을 하나님 다음으로 잘 아시는 분이기에 상담을
받는 내 맘도 편했다. 혓바늘은 몸이 피곤할 때에 생기니 과로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혈압을 재어보신다.
혈압의 수치가 125에 75로 나오니 만족한 얼굴로 나에게 미소를
보내며 한마디 던진다.
"우리 병원의 모범 환자십니다. 연세에 따르는 소소한 증상은 좀
있으나 따로 약을 먹거나 별도의 치료는 필요가 없네요." 하신다.
이날 A원장의 '모범 환자'라는 말이 병원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귓가를 맴돈다. 이게 칭찬인가 흉인가?
어린 시절에 학교와 교회에서 모범생이란 말은 종종 들어보았지만,
그 뒤로 내 앞에 '모범' 이란 수식어는 없었다. 그런데, 오랫만에 이
모범이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물론, 뒤에 오는 말이 환자라 좀 씁쓸
하긴 하지만...ㅎㅎ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내 처지도 학생, 직장인, 크리스챤, 아들, 아버지, 할아버지, 시니어,
어르신 등으로 호칭이 늘어갔지만 그 앞에 감히 이 '모범'을 붙일 수
는 없었다.
그만큼 나의 삶이 자랑할 것도 내 세울것도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인생인 까닭이리라. 그래도 서산에 노을이 지듯하는 내 인생의 저
끝자락에서, 그저 나름대로는 성실했던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다녀갔다는 소리를 나의 주님에게 듣고 싶은 꿈을 꾸면서
살아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