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2/ 모세의 장인 이름은 르우엘인가? 이드로인가? 호밥인가?
그들이 그들의 아버지 르우엘에게 이를 때에…모세가 그 장인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의 양 무리를 치더니(출 2:18; 3:1)모세의 장인 호밥의 자손 중 겐 사람 헤벨이…(삿 4:11)
성경이 소개하고 있는 모세의 장인 이름은 무려 세 가지나 된다. 출애굽기 2장 18절과 민수기 10장 29절은 '르우엘이라 하고, 출애굽기 3장 1절과 기타 여러 성경절은 '이드로'라 하며, 사사기 4장 11절은 '호밥’이라고 한다. 이렇게 모세의 장인 이름이 다양하게 언급되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견해들이 제시되었다. 심지어 르우엘은 먼 조상의 이름이고 호밥과 이드로가 모세 장인의 다른 두 이름이었다는 견해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는 아무런 성경적 증거 없이 추측에만 근거한 무리한 해석이다. 그러면 과연 모세의 장인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들은 같은 사람의 다른 이름인가? 아니면 장인이 여러 명인가? 또한, 민수기 10장29절은 호밥이 모세의 장인의 아들, 즉 모세의 '처남'이라고 한다. 그러면 호밥은 모세의 장인인가? 그의 처남인가? 더 나아가 출애굽기와 민수기는 모세의 장인이 '미디안 사람'이라고 하고, 사사기 1장 16절은 "모세의 장인은 겐 사람이라고 하였다(삿 4:11 참조). 모세의 처가는 미디안족속인가? 겐족속인가? 비평적인 학자들은 구약이 후대에 편집되면서 '미디안/르우엘' 전승과 '호밥/겐' 전승으로 정리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성경의 영감성과 통일성을 배제한 것이다.
먼저, 출애굽기에 모세의 장인 이름이 르우엘'과 '이드로’로 등장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출애굽기 2장 16절부터 3장 1절까지 기록된 기사에서 그 두 사람이 동일인임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같은 사람의 다른 이름, 즉 동인이명(同人異名)임에 틀림없다. 사실, 성경에는 한 사람이 두 이름으로 불린 사례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아브람과 아브라함, 야곱과 이스라엘, 요셉과 사브낫바네아, 기드온과 여룹바알, 솔로몬과 여디디아, 다니엘과 벨드사살, 사울과 바울 등등. 그러므로 모세의 장인이 두 이름으로 불린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특히, 르우엘이란 '하나님의 친구'라는 뜻으로, 이는 그가 비록 유목민 미디안 제사장이었지만 유일신 신앙을 가지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문제는 사사기 1장 16절이 "모세의 장인은 겐 사람"이라고 하고, 다시 사사기 4장 11절이 "모세의 장인 호밥의 자손 중 겐 사람"이라고 하는 데에 있다. 또 사사기 1장 16절에는 '모세의 장인'이라고만 되어 있고,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몇몇 사본과 역본에는 그들의 이해에 따라 사람의 이름을 첨가하였다. 예를 들어, 칠십인역과 알렉산드리아사본(Codex Alexandrinus)은 이 구절을 '겐 사람 호밥'이라고 하였고,바티칸사본(Codex Vaticanus)은 '겐 사람 이드로'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사기 4장 11절이 "호밥의 자손 중 겐 사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어지는 구절인 16절이 호밥을 언급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호밥은 과연 모세의 장인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바로 민수기 10장 29절이다. 이 구절은 분명히 호밥을 “모세의 장인 미디안 사람 르우엘의 아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호밥이 모세의 처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왜 사사기는 호밥을 모세의'장인'이라고 하고 있는가? 이는 아마도 '장인'과 '처남'의 히브리어 철자가 같기 때문으로 보인다. 히브리어로 '장인'은 호텔이고, '처남'은 하탄이다. 그러나 모음에 의한 이러한 발음 차이는 AD 6~9세기에 맛소라 학자들이 첨가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음만으로는 '장인'과 '처남'을 구분할 수가 없다. 오히려 민수기 10장 29절을 근거로 할 때 이 구절은"모세의 처남 겐 사람 호밥"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모든 증거들을 고려할 때, 르우엘과 이드로는 모세의 장인의 이름이고, 호밥은 그의 처남의 이름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옳다. 개역개정이 이를 수정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면 왜 성경은 모세의 처가를 미디안족속(Midianites)이라고도 하고, 족속(Kenites)이라고도 하는가? 이 두 족속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첫째는 미디안족이 큰 족속이고 겐족이 그 아래의 소부족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이것은 마치 강원도 강릉 출신을 강원도 사람이라고도 하고 강릉 사람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둘째는 겐족이 미디안족과 어떤 정치적인 동맹을 맺어 미디안족으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것은 마치 지금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여전히 각각 다른 족속이라고 말하지만 같은 영국(UK) 사람, 즉 British로 불리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여하튼 이러한 설명들은 모두 유목 민족인 미디안족과 족이 어떤 접촉을 통해 일치되어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성경은 모세가 출애굽 할 때 시내 반도의 길 안내를 부탁했던 호밥을 “미디안 사람 르우엘의 아들”(민 10:29)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바로 그 호밥의 후손을 "겐 사람"(삼상 15:6)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실상, 겐족속은 유목민의 특징 때문에 여러 나라와 동맹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들은 때때로 북쪽으로 모압의 경계까지 나아갔고(창 36:35; 민 22:4, 7), 서쪽으로는 시내 반도까지 나아갔다. 모세가 그의 아내를 만난 "미디안 땅"(출 2:15)이 바로 그들이 이 시내 반도에 나아왔을 때이다. 그들은 이스라엘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었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적대국인 아말렉과도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사울은 아말렉 족속을 공격할 때에 이 겐 사람들을 향해"아말렉 사람 중에서 떠나가라 그들과 함께 너희를 멸하게 될까 하노라이스라엘 모든 자손이 애굽에서 올라올 때에 너희가 그들을 선대하였느니라"(삼상 15:6)고 하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모세의 처가는 겐족속이면서 동시에 미디안족속으로 불려졌던 것이다. 엘렌 G. 화잇은 사울이 아말렉을 공격할 때, 하나님께서 겐 사람들을 살리도록 명하신 것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형벌을 주시면서도 자비를 기억하셨다. 아말렉 사람들을 멸하는 마당에서도 그들 중에 거하는 겐 사람을 구하셨다. 이 백성은 완전하게 우상숭배를 버리지도 않았으나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들이었고, 이스라엘과 친한 자들이었다. 이 족속 중에 모세의 처남 호밥이 있었는데, 그는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광야를 여행하였고, 그가 그곳 지리를 잘 알므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귀중한 도움을 주었다.” (부조, 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