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휴가철과 방학시즌이 맞물리면서 가족이나 산악 동호회 등이 함께 장기 산행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여름철 등산에선 푸른 산과 시원한 계곡을 감상할 수 있는 묘미가 있지만 폭염과 폭우로 인해 조난. 추락 .심장질환 등 산악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 합천 황매산 모산재 철계단 오르는 등산객들의 진풍경
◇여름철 산악사고, 무리한 산행 심장질환·추락사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최근 3년간 산악사고 사망 63명을 대상으로 분석에 따르면 무리한 산행으로 심장질환 등 개인질환으로 사망한 경우는 전체 사망자 63명 중 19명(30.2%)으로 가장 많았으며 실족과 추락이 사망 원인인 경우가 17명으로 그 다음 가장 많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습기가 높아 등산로가 미끄러운 탓에 실족 추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경남 도내에서도 지난 2013년 7월21일 주말 등산객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지난 21일 낮 12시 30분께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지리산 통천문 부근(해발 1800m)에서 일행과 함께 등반을 하던 60대 남자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 등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그는 결국 현장에서 숨졌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8시 30분께부터 일행 3명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던 중이었다. 이날 지리산에서만 또 다른 7건의 산악사고가 일어나 9명이 구조되는 등 산을 경시하는 여름철 무리한 산행에 따른 것이었다.
◇여름철 등산은 더욱 철저한 주의와 준비 갖춰야
여름철 산악등반은 급격한 체력저하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만큼 본인에게 무리한 등반은 피해야 한다.
여름철 산행은 무더위와 뜨거운 햇볕 등으로 인한 체력소모가 심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 일반 등산객들이 이런 이치를 잘 모르고 맹목적으로 산을 오르다 낭패를 보는 게 일반적인 일이다.
여름 등산은 자신의 체력에 알맞는 산행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필수다. 이와함께 폭염 시 햇빛이 강한 능선에서 너무 오래 걷지 말고, 30분 간격으로 그늘에서 쉬는 게 좋다는 산행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장마철 갑작스런 폭우에는 저체온증을 조심해야 하는데, 방수 자켓과 여벌옷 등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지리산국립공원이 지난 5월 등산객 대상으로'SLOW탐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 소방방제청에 따르면 실족추락해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절반이 주말이나 하산시간대(낮 12시∼오후 5시)에 집중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고 원인은 실족 추락 등 단순 부주의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무리한 산행에 따른 사망사고 다음으로 발생되는 산악 사고 중 가장 흔한 게 실족 추락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안전불감증이 문제다. 비법정 등산로, 일명 샛길 사고가 대표적이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어도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은 욕심 때문에 샛길로 들어갔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민현주 대한산악구조협회 교육기획팀장은 “샛길 중에는 위험한 코스들이 많다. 사고가 나도 위치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샛길 출입 적발 사례는 2012년 708건에서 2013년 1105건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1100건이나 됐다. 음주 산행도 문제다. ‘시작주(등산 시작 전 마시는 술)’ ‘정상주(산 정상에서 마시는 술)’ 등의 이름이 붙은 음주 관행은 큰 사고로 연결된다.
◇여름철 산중에서 빈번한 폭우와 낙뢰 주의 기울여야
여름 장마로 인한 폭 우가 빈번한 계절이어서 그에 따른 준비가 또한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장마가 끝나더라도 일기가 불안정하고 태풍으로 기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산행에 나설 때에는 일기예보를 통해 기상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여름 산행에서 발생되는 사고 중 많은 부분이 폭우로 인해 일어난다.
산행에 필요한 장비의 방수대책을 꼼꼼히 하 고 낙뢰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식중독 등의 질병에 감염되기 쉬운 계절이므로 음식물이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잊어서는 않된다.
여름철 산행에 가장 큰 제약을 주는 요소는 비다. 따라서 우천시 산행요령 숙지와 장비보호, 체온 유지를 위한 방수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마의 영향권에 들지 않는 맑은 날이라 해도 예고 없이 소나기를 맞을 수 있으므로 산 행시 배낭커버를 지참하는 것은 기본이다.
폭우에 대비하려면 배낭커버 외에도 비닐자루를 배낭 안에 넣고 그 안에 장비나 물품을 수납해 내용물이 젖지 않도록 한다. 특히 갈아입을 여벌의 의류나 변질 우려가 있는 음식물 등은 별 도의 방수주머니나 용기에 수납해 두는 것이 좋다.
▲ 지난 2011년 8월 5일 지리산 토끼봉에서 산행 도중 탈진한 등산객 2명 등을 구조하고 있다
오랜 시간 비를 맞다보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저체온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방수.방풍의는 물론 체온 유지를 위한 보온의류를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한다. 또한 직경 7~8mm 굵기의 보조로프를 준비하면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 나 고립되었을 경우 비교적 안전하게 물을 건널 수 있다. 가급적 일기예보를 살펴 금지된 계곡 및 하천에는 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만약 폭우를 만났다면 사전에 로프를 이용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거나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 무리하게 건너지 말고 구조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지난해 여름철 전국 20개 국립공원내 사망사고 7건중 3건이 계곡 익사 사고로 숨졌는데 갑자기 계곡물이 불어 나거나 급류에 고립되면서 발생했다.
◇낙뢰 대처하는 방법 숙지 필수
여름산은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기도 하고, 바람이 부는 등 기후변화가 심하다.
이 시기에 주로 발생하는 낙뢰는 산이 나 들판을 가릴 것 없이 어느 곳에나 발생하지만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에 떨어지기 쉽다.
벼락이 암릉 등의 바위 봉우리에 떨어지면 전류가 바위 전체로 흐르게 되고 빗물이 전도계 역할을 하게 되므로 바위 근처에 있으면 목숨을 잃기 쉽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 낙석 사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바위 아래 구간은 신속히 통과 하거나 바위벽에서 멀찌감치 물러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낙뢰를 피하기 위해선 몸을 최대한 낮추거나 움푹 파인 곳이나 골짜기가 안전하다. 등산용 스틱 등을 들고 있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여러 명이 모여 있는 것보다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또 야영중이라면 침낭 이나 메트리스 같은 절연물을 깔고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
◇체력·신체 감안치 않은 등산로 선택은 급물
현재 우리나라의 등산인구는 2000만명에 가까워지며 국민 3명당 1명은 산을 찾고 있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산에 오를 때 부상당하기 쉬워 산행 전 적절한 등산로 선택과 안전대책을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개인이 체력과 건강에 들어맞는 등산로를 선정하고 혼자서 산행하기보다 동행자와 함께 가볍게 해야 하며, 초보자는 많은 땀이 흘러내려 몸이 젖을 정도의 체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걷는 것이 좋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탐방로 등급제를 경사도, 거리, 노면상태, 소요시간 등에 따라 ‘매우 쉬움’, ‘쉬움’, ‘보통’, ‘어려움’, ‘매우 어려움’ 등 5개 등급으로 분류해 탐방객이 신체조건과 체력에 적합한 탐방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2년간 1700여km 탐방로에 대한 GPS측량을 통해 경사도와 폭, 거리, 노면상태 등을 조사했으며 이를 근거로 탐방로별 난이도를 분석해 탐방로 등급을 매겨놓아 등산 마니아들이 이를 이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급변할 수 있는 고지대 기상상황을 고려해 등산복이나 등산화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산행중 사망이나 부상사고 대부분은 탐방객 자신의 체력이나 신체상태를 감안하지 않은 등산코스 선택과 주의력 부족에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