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현전지(現前地) -2
금장장보살은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이 이미 제5지의 행을 구족하고
제6지에 들어가려 하면
열 가지 평등한 법이라야 제6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성품이 없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하고,
둘째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하며,
셋째는 남이 없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하고,
넷째는 멸함이 없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하며,
다섯째는 본래 청정하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하고,
여섯째는 희론이 없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하며,
일곱째는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하고,
여덟째는 떠나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하며,
아홉째는 요술이요 꿈이며,
그림자요 메아리며 물속의 달이요,
거울 속의 형상이며 불꽃이요 허깨비이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하고,
열째는 있음과 없음이
둘이 아니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합니다.
여러 불자여,
보살은 5지를 구족한 뒤에는
이 열 가지 평등한 법으로 6지에 잘 들어갑니다.
여러 불자여,
만일 보살이 이와 같이 일체 법을 관찰하고
잘 참고 수순하여 6지를 얻으면
무생법인이 앞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마음은 이미 밝고 예리해져 순인(順忍)을 성취합니다.
이 보살은 모든 법의 이와 같은 상을 관찰하고는
대비(大悲)를 으뜸으로 하여
그것을 증장시켜 구족하고서 다시 훌륭한 관으로
세간의 생멸하는 상을 관찰합니다.
때문에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간의 모든 것이 생을 받는 것은
다 나에 탐착하기 때문이다.
만일 나를 떠나면 태어날 곳이 없을 것이다.
범부들은 어리석음에 눈이 멀어 나를 탐착하여
항상 즐겨 유(有)를 구하고 삿된 생각을 따르며
사악하고 허망한 도를 행하면서 세 가지 행,
즉 죄행과 복행과 부동행(不動行)을 익혀 일으키며
이 행 때문에 뜨거운 마음의 종자를 일으키고
유루(有漏)와 유취(有取)의 마음 때문에
나고 죽는 몸을 일으킨다.
이른바 업이 땅이 되고 식(識)이 종자가 되며
무명이 그것을 덮고 애욕의 물이 적시며
나라는 마음이 물을 대어 갖가지 견해를 증장시키고
명색의 싹을 틔운다.
명색으로 인하여
모든 감각기관이 나고
모든 감각기관이 합해져서는 접촉[觸]이 생기며,
접촉에서 수(受)가 생기고,
수를 즐기기 때문에 갈애(渴愛)가 생기며,
갈애가 증장하기 때문에 4취(取)가 있고,
4취를 반연하기 때문에 업을 일으키며,
유(有)에서 5음의 몸을 일으키나니
이것을 생이라 하고,
5음의 쇠변(衰變)을 늙음이라 하며
쇠변해서 멸하는 것을 죽음이라 하고
노사(老死)의 인연으로 근심과 슬픔과 고뇌가 있어서
온갖 고통의 더미를 쌓아 올리게 된다.
이 12인연(因緣)은 모으는 이가 없는데 저절로 모이며,
흩는 이가 없는데 저절로 흩어지며
인연이 모이면 유(有)요 인연이 흩어지면 무(無)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