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잃을 게 없다
루이비통, 마크제이콥스, 엠마뉴엘 웅가로 등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회사에서 일했던 패션디자이너 김준희 몽키지 대표가 유럽에서의 30여년 경험을 바탕으로 리미티드 에디션 스카프를 론칭해 관심을 끌었습니다.(2020.9)
30년 전만 해도 유럽 패션계에서 ‘동양인 패션디자이너’의 존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가 정글 같은 곳에서 버텨낸 비결을 털어 놓았습니다.
“이제 더 잃을 게 없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은 두 갈래의 길과 마주합니다. 하나는 모든 희망을 스스로 접어 버리는 자포자기의 길이며, 다른 하나는 밑바닥을 치고 오르는 자력갱생의 길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어느 길이든 선택이 가능합니다.
선택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쉬운 길은 아닙니다. 자포자기는 자력생생만큼 힘들고, 자력생생도 자포자기만큼이나 힘듭니다. 분명한 건 두 길 모두 막다른 길이라는 점입니다. 두 선택지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을 때 초인적 힘을 발휘하곤 합니다. 영화 <록키(Rocky)>의 주인공이 그 예입니다. 록키(실베스터 스텔론)는 필라델피아의 뒷골목에서 활동하는 그저 그런 무명 복서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너무 가난한 탓에 훈련도 제대로 못 받고, 시합도 잘 안 잡혀 다른 복서들의 스파일 파트너로 생계를 겨우 이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세계 복싱 챔피언 아폴로가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기회의 땅 미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무명의 복서에게 도전권 이벤트를 기획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연찮게 그 이벤트의 대상자로 록키가 선정됐습니다.
록키는 생각지도 못한 최고의 기회를 얻었지만 그가 이벤트 매치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습니다. 하지만 록키는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얶기에 반드시 이기고 싶었습니다.
챔피언은 잃을 것이 많을지 몰라도 도전자는 잃을 것이 없습니다. 설령 시합에서 패배한다 해도 이전과 비교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현재처럼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면 그만입니다.
사각의 링에 오른 록키는 챔피언과 치열한 혈투 끝에 안타깝게 판정패했습니다. 하지만 관중들은 록키의 선전(善戰)에 열광한 나머지 그의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록키! 록키! 록키! 록키는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진정한 승리자로 떠받들어지며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록키는 링에 오르기 전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져도 상관없어. 내가 원하는 건 끝까지 버텨보는 거야.” ‘져도 상관없다’는 말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두려움이 있을 리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죽기 살기로 싸우면 그만입니다. 지면 어쩔 수 없고, 이기면 좋은 것입니다. 글서 잃을 게 없다는 말이 무서운 것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면,
이기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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