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0보를 걷고 난 후, 숙소로 돌아와서 느낀 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방음이 1도 안되는 객실에 덩그러니 누워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기서 더 자다가는 진짜 피곤에 절어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새로운 숙소를 잡았습니다.
넓은 침대와 좋은 깨끗한 화장실이 필요했기에, 이번에는 좀 비싼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아고다에서 할인을 받아 2박에 98000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2박에 3만원대의 기존 숙소와 비교하면 엄청난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싼 숙소를 고수하다가는 정말 잠에 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질렀습니다.
위치는 기존 숙소에서 대략 걸어서 30분쯤되네요.
이정도면 아침 조깅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숙소를 예약하고 잠에 스르륵 들었습니다....
..는 어림도 없는 소리...
이날도 신명나게 울리는 각양각색의 소음 덕분에 깊은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났다는....
좋은 건지... 나쁜건지... 쒜엣...
아무튼 침대에 무념무상으로 앉아있다가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까워서 씻고 아침을 해결하고, 새로운 숙소까지 체크인 시간이 남았기에 '짐 톰슨의 집'이라는 곳에 들리기 위해 숙소를 나섰습니다.
오늘의 아침은 똠얌꿍입니다.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린다는 똠얌꿍...
저도 몇 년 전에 처음 먹을 때는 "뭐 이딴 음식이 다 있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먹다보니 생각보다 괜찮더군요.
변두리 노점 같은 데서 먹었는데, 가격도 싸고(65바트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생선살도 야들야들했습니다.
역시 맛집은 길거리에 있는 노점에서 먹어야 제맛!
하지만 위생은 정말 안습 그 자체... 억지로 못 본척하면서 입에 맛있게 털어 넣으면 그나마 괜찮아집니다.
아침 허기를 채운 후, 저는 망고스무디를 하나 사서 '짐 톰슨의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수단은 역시나 튼튼한 다리로 조져줬습니다.
배낭을 메고 30분 동안 엄청난 매연과 더위를 뚫고서 짐 톰슨의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분명 있어야 하는데...
왜 안 보일까요?
구글맵을 키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안 보이더군요.
결국 못 찾았습니다ㅋㅋㅋㅋ
근처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묻지도 못했습니다...
덕분에 이상한 곳에 도착해서 강 구경도 하고 이상한 건물 구경만 실컷 했습니다.
와.. 그런데 이때 피로가 너무 누적된 탓인지, 아니면 배낭을 메고 돌아다녀서 그런지 체력에 한계가 팍 오더군요.
그래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로 이동했습니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잔에 115바트였습니다.
망고스무디가 40바트였는데.... 넘나 비싼 것...
사실 중요한 것은 게속 걸어던 탓인지 체력적인 한계가 왔었습니다.
그래서 호텔 체크인 시간까지 스벅에서 더위를 피하며 시간을 축냈습니다.
여기는 스타벅스 앞에 드래곤 뭐시기라는 곳이었는데, 별로 볼 건 없었습니다.
그렇게 20분을 더 걸어 도착한 숙소...
공작새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숙소안은...이전 숙소에 비하면 그냥 천국입니다.
저 큰 침대에 혼자 누워잔다니... 이래서 사람들이 호캉스 호캉스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샤워실 냉장고까지 모든게 차이가 나네요.
이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나봅니다.
카오산로드에서 짐 톰슨의 집 근처까지 그리고 스벅에서 숙소까지 배낭을 메고 이동하면서 너무 많은 땀을 흘렸기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더니 거짓말 1도 안 하고 기절했습니다.
진짜 개꿀잠을 자버렸습니다.
이번에도 눈을 떠보니, 어느새 저녁22222
그래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다시 움직였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시암 파라곤 백화점입니다.
이야.... 생각보다 좋더군요.
카오산로드에서는 길거리에 앉아서 구걸하는 사람, 대마초에 빠져있는 사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많았다면 백화점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똑같은 방콕에 얼마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빈부격차를 보이더군요.
백화점 안에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포르쉐가 있더라는....
하지만 저같은 먹보에게 진 필요한 것은 푸드코드가 아닐까요?
근데 진짜...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음식갯수보다 사람 머릿수가 더 많은정도...
그래서 5분정도 걸으면 바로 옆에 센트럴 월드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으로 갔습니다.
거기도 5~6층으로 가면 먹을 곳이 많습니다.
꼬지 하나에 15바트 하길래 몇 개 주워 먹고
저녁으로 카레 오므라이스 돈까스 덮밥?을 먹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좀 맛있었습니다.
내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다니...
근데 백화점이라서 그런지 가격이 생각보다 좀 비쌋습니다.
대략 320바트가 나왔던가 그랬는데, 똠얌꿍이나 팟타이와 비교하면 가격이 4~5배는 차이가 나네요.
백화점을 제대로 한번 구경해 보고 싶었지만, 아직 체력이 충전이 덜 됐는지... 힘들어서 다음날에 다시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밥을 먹고 백화점들 사이에 있는 교차로에 사람 구경을 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카오산로드가 유적지 또는 여러 관광지와 젊음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이라면, 시암은 그야말로 돈 쓰는 재미가 있는 곳입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에 들었습니다.
일단 두 명이서 자도 큰 침대에 혼자서 가로세로 다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었습니다.
다만, 편의점이 좀 멀리 있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거짓말 안하고 콜라 먹으려면 5분은 걸어가야 됩니다.
아무튼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길가로 나가니, 로컬 식당들이 엄청 많더군요.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번도 똠얌꿍을 먹어줬습니다.
1일 1톰양꿍은 기본이 아닐까요?
튼실한 새우가 3마리 정도 들어있는 누들인데, 가격은 약 90바트입니다.
맛은 카오산이랑 대동소이 했습니다.
밥을 먹은 후, BTS를 타러왔습니다.
태국의 지상철 같은 건데, 가격이 진짜 혜자입니다.
이거 타면 바로 시암으로 갈 수 있더군요, 어제 알았으면 바로 타고 가는건데....
제가 있던 곳은 시암 바로 전에 위치한 역이기에 가격은 17바트였고, 시암까지 이동시간은 약 2~3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짜뚜짝시장에 가실분들은 이거 타시고 가면 싸게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옛날에 짜뚜짝시장까지 툭툭이들 타고 갔었는데, 그때 툭툭이 기사들과 흥정 게임을 펼치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지끈 지끈하네요.
싸고 시원하게 가실분은 BTS추천드립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백화점 투어를 했습니다.
어제는 밥만 먹으로 잠시 들렸는 것이기에 오늘은 제대로 돌아다닐 생가깅었습니다.
백화점도 많고 평수도 얼마나 크던지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군요.
중간에 배가 또 고파져서 먹었던 팟타이....
1일 1톰양꿍에 지면 안되니까... 1일 1팟타이도 해줘야...
그런데 개인적으로 첫째날에 카페에서 먹었던 팟타이가 압승이었습니다.
이번에 먹은 팟타이는 뭔가 엄청 드라이하다고 해야하나... 고기, 면, 숙주, 땅콩 모두 제각기 따로 노는 맛이었습니다.
심지어 재료도 너무 억세서 포크가 이빨이 부러졌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음식물 씹다가 강냉이도 같이 나갈뻔...
여기가 BMK 센터 1층에 있는 노점일 겁니다.
여기서 팟타이는 비추드리고 차라리, 튀김이나 꼬치를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진짜 맛없...
팟타이를 박살 내고 근처에 있는 방콕예술문화센터에서 구경을 했습니다.
입장료는 공짜입니다.
근데 생각보다 볼 게 없습니다.
시암 백화점에 그림이 몇개 걸려있더군요.
제가 예술에 조예는 없어서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어 센트럴 월드로 이동했는데, 여기는 벤츠를 두고 시승해 볼 수 있게 해놨더군요.
EQS를 타보니, 우주선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듣고 나니 납득이 가더군요.
그 가격에 우주선을 못 만들면 그게 말이 되나....
그런 다음 바로 옆에 있는 애플에 들렸습니다.
태국에서 나름 유명한 분이 오셨는지, 여러 사람들이 안에 모여서 토크를 하고 있더군요.
저는 누군지 모르니... 그냥 애플 제품을 구경했습니다.
하루종일 백화점만 구경했는데, 아직도 근처에 있는 백화점을 모두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넓어도 넓어도 너무나 넓은 것....
그나저나 여기에 '돈키호테'가 있더군요.
안에 들어가보니 초밥, 일본과자, 일본음료 등등이 있었습니다.
이걸 보니 갑자기 라멘이 땡겨서....
저녁에는 센트럴월드에서 라멘을 먹었습니다.
근데 가격은 420엔...
카레 돈까스 오므라이스보다 비싸네요.
카오산 톰얌꿍 6개나 먹을 수 있는 가격입니다.
진짜 개비싸네...
아무튼 이렇게 라멘을 먹고 다시 백화점을 돌고 난 후, 9시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잠을 자고 나니, 어느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왔습니다.
아.. 진짜 싫다.
게다가 새벽 2시 비행기라서 현기증이 쫙 밀려오더군요.
시간이 엄청 많이 남은 관계로 숙소에서 체크아웃까지 시간을 뻐기다가 나왔습니다.
마지막 날이라 땀을 흘리기 싫어 바람이 많이 불기를 기대했지만, 와... 날씨 보세요.
미쳤다.. 진짜
내 마음도 모르고 왜 이렇게 화창하냐...
오늘의 아침은 편의점에서 산 빵입니다.
근데 이거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근데 빵이 너무 작아서 허기도 충족이 안되더군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노점에서 볶음밥을 먹었습니다.
진짜 맛없더군요.
어제 먹었던 팟타이보다 맛이 없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산 빵보다 못한 볶음밥.... 왜 이런 맛없는 음식이 마지막 날에 나타난 것일까...?
지옥의 맛을 경험한 제 혓바닥을 치료해주기 위해 백화점의 식품코너로 갔습니다.
거기서 한국에 가져올 태국의 믹스커피와 라면 그리고 과자도 좀 샀습니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간식도 사 먹었습니다.
돌아다니다보니, 애견 콘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커엽...
그렇게 시간을 조금 때우다가 마땅히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공항으로 왔습니다.
참고로 BTS를 타고 파야타이 역에서 내려서 수완나품공항으로 이동하는 전철로 환승하시면 싸게 올 수 있습니다.
택시타시면 500~600바트지만, 시암에서 BTS를 타면 100바트도 안듭니다.
다만, 사람이 좀 많을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공항 전철은 12시까지 운영된다고 합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5시더군요.
9시간을 공항에서 존버탔습니다.
그냥 늦게 올걸...
아무튼 이렇게 방콕의 여행이 끝났네요.
아! 참고로 꿀팁을 하나드리자면, 수완나품 공항의 3층에 있는 음식점은 좀 많이 비쌉니다.
그러니 수완나품공항에 택시를 타는 1층에서 밖으로 나가지 말고 끝으로 계속 걸어가시면 현지 로컬푸드 식당이 나옵니다.
여기가 생각보다 쌉니다.
공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 공항 직원들이 이용하는 식당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관광객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주문하는 방법은 카운터에서 바트를 내면, 카드에 돈을 넣어서 줍니다.
이 카드로 원하시는 푸드코트에 가셔서 메뉴를 주문하면 금액이 결제되는 식입니다.
제가 먹었던 족발 덮밥은 110~120바트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3층의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가 300바트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혜자입니다.
게다가 다른 저렴한 음식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혹시나 너무 많은 바트를 카드에 입금했더라도, 다시 바트로 교환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영업시간 종료점에 바꾸셔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돌아올 때 지갑을 확인해보니, 바트가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4박 6일동안 경비로 5000바트(한화 18만 5250원)을 들고가서 남은 금액은 480바트...
자린고비도 울고 갈 씀씀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돌아다니고, 한국에 가져올 커피랑 과자, 톰양꿍 라면을 샀음에도 돈이 왜 남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