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법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핵심가치 예와 효는 봉건시대의 낡은 가치다. 유교에서 예의 원리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인데 극기복례는 개인의 자아를 억누르고 사회질서와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자는 것이다. 근현대의 가장 큰 특징은 봉건적 신분질서와 체제에서 해방된 인간의 주체적 자각에 있다. 봉건적 신분질서와 체제에 순응하는 극기복례의 원리는 개인적 자아의 주체를 개성적으로 창조적으로 실현하려는 근현대의 원리와 어긋난다. 효는 가정의 부모에 대한 헌신과 충실을 나타내는 덕목이다. 근현대 국가사회는 더 이상 가족을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봉건시대에는 가족을 중심으로 경제생활과 국가경영이 이루어졌다면 근현대의 경제사회생활과 국가경영은 시민사회의 기관들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종교,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언론 등 수많은 영역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가족은 갈수록 약화되고 주변화하며 사회의 큰 구실을 하지 못한다. 가족중심의 덕목인 효를 핵심가치로 제시하는 것은 현대국가의 원리와 질서에 어긋나는 것이다.
만일 예와 효를 현대의 교육 가치로 내세우려면 예와 효를 현대사회의 민주정신과 원리에 따라 새롭게 해석할 뿐 아니라 예와 효의 이론과 철학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민주의 핵심은 민이 나라의 주인과 주체, 주권자 구실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는 민이 나라의 주인과 주체가 되도록 애쓰는 일이다. 민주사회의 예는 민주질서와 원리를 존중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민을 주인과 주체로 존중하고 받들고 섬기는 것이 예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 또 민은 하늘(하나님)의 딸과 아들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하지만 세상에서는 하늘, 하나님께 효도를 해야 한다. 우주와 자연생명과 인류사회의 큰 틀에서 보면 하늘과 땅이 부모이고 하늘, 하나님이 어버이다. 효의 개념과 실천이 우주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하나님께 효도하고 모든 사람과 생명과 만물이 형제자매로 공동체로 사는 것이 하나님 나라다. 현실의 나라에서는 밥과 옷과 집을 짓는 민이 어버이다. 나라에서는 민을 어버이로 받들고 섬기는 것이 효다.
첫댓글 권력자체가 도덕적 권위가 없으면 예가 잘 실천되지 않기 때문에 그 하위 단계인 '규율'로 이행되어 구속이나 속박처럼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므로 공자시대 이래로 이미 타락해버린 그 개념(규율)을 가지고 예를 빙자하여 오용할까 두려워하시는 그 마음에는 공감합니다.
공자에게서 예는 주나라의 정치문화적 질서와 규범이었고 성리학에서는 천도와 천리로 파악되었지요. 나의 사욕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사랑)을 이루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근현대민주사회는 개인의 주체를 자각하고 실현하려 합니다. 인간의 속의 속에서 흘러넘치는 사랑이 예(의 질서와 관계)를 만들고 행복과 구원에로 이끄는 것 아닐까요? 예수가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고 한 말씀이 현대의 진리관에 더 걸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공자는 안연이 죽었을 때 "하늘이 나를 버렸다!"며 크게 탄식하고 울었습니다. 그러나 안연의 아버지가 장례를 위해 공자에게 수레를 빌려달라고 했을 때 단연히 거절했습니다. 평민인 안연의 장례에 수레를 쓰는 것은 예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