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자서전
염창권
처마 끝에 매달리는 흐린 길이 여럿이다
놓쳤던 글쇠들이 뼈를 치며 쏟아질 때
발목을 꺼내 걷는다,
홈이 팬 길 따라간다
어둑하게 휘며 기운 길모퉁이 안개처럼
붙잡지 못했거나 그럴 마음 없었거나
의자엔 가파른 날숨의, 그 외침이 켜진다
정류장의 환영 속에 주워 든 내 얼굴은
끊인 길의 공중에서 낮을 지운 낯빛이다
어둠이 어둠을 끈 뒤
거듭 쌓는 공중이다.
- 90년대 시조동인 반전 3집 《바람의 필적》 2024. 다인숲
첫댓글 우리 염창권 교수님의 작품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러면서 간혹 시조의 정형에 어긋난 곳들이 있어 반성의 시간을 만들어 주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그런 문제가 전혀 없고 작품도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특히 발목을 꺼내 걷는다' 또 배우고 익히고 배우고 싶은 절묘한 표현이다.
첫댓글 우리 염창권 교수님의 작품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러면서 간혹 시조의 정형에 어긋난 곳들이 있어 반성의 시간을 만들어 주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그런 문제가 전혀 없고 작품도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특히 발목을 꺼내 걷는다' 또 배우고 익히고 배우고 싶은 절묘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