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1-14 古風十九首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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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무소사君子無所思 군자君子는 생각하는 것 없으나
소사재보전所思在保全 생각하면 마음과 몸 보전함이라.
록록축풍진碌碌逐風塵 어리석게 풍진 세상 쫓아다님은
불여귀림천不如歸林泉 임천林泉으로 돌아감만 못하리라.
목이직이장木以直而戕 나무는 곧음으로 해를 당하고
고이명이전膏以明而煎 기름은 밝음으로 타게 되나니
무용족가용無用足可用 쓸데없는 그것이 쓸 만한 거라
위지희황천渭之羲皇天 그것이 복희씨伏羲氏적 세상이라네.
군자는 마음에 둔 것이 없어야하니
신경 쓸 것은 제 몸뚱이 보전이라네.
범인凡人들과 속세의 잇속을 쫒느니
숲속 옹달샘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네.
곧은 나무는 재목감으로 잘려나가고
기름은 밝은 빛을 내려고 스스로를 태우네.
쓰임새가 없어도 충분히 제값을 하나니
이를 일러 복희씨가 다스린 태평성대라 한다오.
►무소사無所思 마음에 둔 바가 없음. 유소사有所思의 대척점에 있는 의미.
이백李白의 오언체五言體 22句의 詩 ‘군자유소사항君子有所思行’에서
“君子有所思는 군자가 마땅히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 함.
►임천林泉 수풀과 샘물. 또는 수풀 속에 있는 샘물. 은사隱士의 정원庭園.
►녹록碌碌(錄錄) 하잘것없음. 보잘것없음. 만만하고 호락호락함. ‘푸른 돌 록(녹)碌’
►족가足可 충분히 ~할 수 있음
►희황羲皇 복희씨伏羲氏. 三皇五帝의 하나로 중국인이 인류의 시조始祖로 여김
●古風樂府歌音군자유소사행君子有所思行 군자의 생각/李白
자각연종남紫閣連終南 자각봉紫閣峯은 종남산終南山에 이어져
청명천예색靑冥天倪色 짙푸른 하늘가의 빛이로다.
빙애망함양憑崖望咸陽 벼랑에 기대어 함양咸陽을 바라보니
궁궐라북극宮闕羅北極 궁궐은 북쪽 끝에 늘어섰구나.
만정경화출萬井驚畵出 만 호의 반듯한 집들, 그림인 양 놀랍고
구구여현직九衢如絃直 아홉 갈래 큰 길은 줄그은 듯 곧아라.
위수은하청渭水銀河淸 위수渭水 강물은 은하처럼 맑기도 하여
횡천류부식橫天流不息 하늘을 가로질러 쉬지 않고 흘러간다.
조야성문물朝野盛文物 온 누리에 문물이 번성해지니
의관하흡혁衣冠何翕赩 관료들 차림새, 어이 그리 화려한가.
구마산연산廐馬散連山 마구간 말들은 이산 저산 흩어지고
군용위절역軍容威絶域 군사들 위용일랑 변방까지 드높아라.
이고운원화伊皐運元化 어진 신하들은 태평성대 이뤄내고
위곽수근력衛霍輸筋力 날랜 장사들은 그 힘을 떨치더니
가종락미휴歌鍾樂未休 즐거운 풍악소리 끝나기도 전에
영거로환핍榮去老還逼 영화榮華는 사라지고 쇠락함이 찾아든다.
원광과만결圓光過滿缺 달도 찼다가는 기울게 마련
태양이중측太陽移中昃 해도 떴다가는 지는 게 이치.
부산동해금不散東海金1 해의 황금을 나눠 쓰지 않고서
하쟁서휘익何爭西輝匿 어이 지는 해를 잡아둘거나.
무작우산비無作牛山悲 우산牛山의 근심거리 만들어내어
측창루첨억惻愴淚沾臆 비통한 눈물일랑 짓지 말진저.
►자각봉紫閣峯 장안에서 70여 리 떨어진 곳에 있는 종남산終南山의 한 봉우리.
►천예색天倪色 하늘 가의 빛깔. 여기서는 봉우리의 빛깔을 묘사한 것이다.
►함양咸陽 본래는 전국시대 진秦의 수도이나 여기서는 장안長安을 가리킨다.
►만정萬井 여기서는 長安城의 종횡으로 벋은 수많은 가로街路들이 우물 井자 모양으로 구획된 집터.
►위수渭水 장안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물.
►의관衣冠 의관을 갖춘 관료나 사대부를 말한다.
►흡혁翕赩 성盛한 모양.
►구마廐馬 마구간의 말. 唐 玄宗은 말을 좋아하여 마구간 말이 40만 필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고伊皐 은殷나라 재상 이윤伊尹과 당우唐虞의 재상 고요皐陶. 어질고 훌륭한 재상을 뜻한다.
►위곽衛霍 한나라 때 흉노를 물리친 용맹한 장군 위청衛靑과 곽거병霍去病. 날랜 장수를 뜻한다.
►원광圓光 여기서는 달을 가리킨다.
►중측中昃 해가 한가운데 높이 뜨고 기울다.
►동해금東海金 동해東海의 난릉蘭陵 사람.
소광疏廣이 조정에서 물러나 귀향할 때 받았다는 황금을 말한다.
그는 한漢나라 때 태부太傅 벼슬을 5년간 지낸 후 퇴임을 청하여 황금 70근을 받아 귀향하고는
그 돈으로 일가친척을 불러 잔치를 벌이며 여생을 즐겁게 보냈다고 한다.
►우산비牛山悲
춘추시대 제齊나라 경공景公(BC547-BC489 재위)이 신하들과 함께 牛山에 올라가
대자연의 영원함에 비해 무상한 인생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던 일을 가리킨다.
주로 부귀영화는 오래 가지 않고 덧없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옛 노래로서
서진西晉의 육기陸機, 송宋의 포조鮑照, 양梁의 심약沈約 등의 가사가 전한다.
<악부시집>에는 잡곡가사雜曲歌辭로 편입되어 있으나
왕승건王僧虔의 <기록技錄>에서는 상화슬조곡相和瑟調曲이라 하였다.
종남산에 올라 그림 같은 장안을 조망하면서 쇠락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같은 제목의 악부를 지은 육기陸機, 포조鮑照, 심약沈約 외에도
번화한 도시를 부감俯瞰하면서 그 흥망성쇠를 묘사하고 무상한 인생을 한탄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Stephen Owen 같은 비평가는 이러한 구조의 연원은 한漢대 도성부都城賦들에까지 소급할 수 있으며
포조鮑照의 〈무성부蕪城賦〉에서 풍격이 갖추어졌다고 보았다.
하지만 한대 도성부는 풍자의 의도가 담겨진 정도일 뿐이고
실제 장안을 소재로 하면서 뚜렷한 '선先 번영, 후後 몰락'의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은
초당初唐 노조린盧照隣의 〈행로난行路難〉 낙빈왕駱賓王의 〈제경편帝京篇〉등과 같은
장편 가행체歌行體 작품들에서부터이다.
이백의 이 작품은 장황한 나열은 피하면서 선명하고 간결한 필치로
도시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그 몰락의 모습도 눈앞에 보듯이 그려내고 있다.
노래의 특성상 지어진 구체적 시점이나 배경은 확실치 않아 번영을 구가하던 성당 초기에 지은 것인지
안록산의 난을 전후하여 지은 것인지 연구자들은 제작 시점을 저마다 다르게 잡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