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필진들이 있어서 제 글은 약 7주에 한 번 게재될 예정이니 그리 많은 글을 쓸 수는 없을 거예요. 몇 번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 지면이 소중한 까닭은 '지역'을 이야기할 수 있는 코너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기로 한 마음에 대해, 내게 로컬의 삶은 무엇인지를 페이스북에 적어두었는데요. 그 글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12년 전 서울을 떠난다고 했을 때 실망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후배의 모습이 오래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 다들 도망가는 거냐고, 대체 귀촌이란 이름으로 시골에 파묻혀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며 돌아서던 모습이 가끔 생각났다. 아직 우리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거대 도시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었겠지. 모두가 용감한 결정이라며, 부럽다며, 속맘이야 어떻든 등 두드려주던 분위기 속에 애써 의기양양하던 마음 한 켠이 무너졌었다. 십년을 꼬박 살고난 지금, 내 안의 두려움을, 때론 오기를 일깨웠던 친구의 질문에 조금은 짧은 답이라도 내놓을 수 있게 되었을까.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가 던진 메시지가 마음에 많이 남았다. 지역에 오기 전까진 전원 속의 생활이 마냥 낭만으로만 여겨지던 도시인이 십 년을 살고 난 후에도 여전히 낭만을 기억한다면, 이렇게 우리가 지켜가야 할 낭만의 내용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 부족한 글로 다 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첫번째 칼럼은 조금 슬픈 글이 되고 말았다. 이 일의 결론이 부디 낭만적인 해피엔딩이길 간절히 빌어보는 마음.
“생명 있는 것들을 존중하고 연민하는 마음,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 이런 마음을 갖춘 고귀한 인간이 되었으면 했고 그런 이들이 모여 사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러나 나도 그런 인간이 되지 못했고 그랬으므로 당연히 내가 사는 세상도 그리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