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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시각으로 지난 22일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에서 한 여배우가 레드카펫 위에서 한껏 자신을 뽐내고 있습니다.
AP 뉴시스
염색 기술이 부족했던 #고대 #서양 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염색하지 않은 옷을 그냥 입었어요. 물론 풀이나 꽃을 이용해서 물을 들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빨래를 하면 색이 빠지고, 햇볕을 쬐면 바래기 일쑤였어요.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염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질 좋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사람들이 바로 #페니키아인 이에요. #알파벳 을 처음으로 만들고, #지중해 를 누비며 #상업활동 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그리스 사람들은 이들을 #자주색사람 이라는 뜻으로 #포에니 (poeni)라고 불렀지요. #그리스어 로 자주색을 뜻하는 #포이닉스 (phoinix)에서 나온 것이죠. 페니키아인이 지중해의 해상권을 두고 로마인과 다툰 전쟁을 #포에니전쟁 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에요.
페니키아인들은 염색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중해에 사는 #푸르푸라 (purpura)라는 소라의 내장을 항아리에 넣고 끓이면 고약한 냄새와 함께 자주색 물감을 얻을 수 있었지요. 푸르푸라에서 영어로 보라색을 뜻하는 #퍼플 (purple)이라는 말이 나왔답니다. 그런데 만드는 방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적은 양의 염색 물감만 나왔지요. 1g의 자주색 물감을 얻기 위해서는 1만개나 되는 소라가 필요했어요. 더 많은 물감을 얻기 위해 인근에 있는 바닷가의 바위를 파서 소라 양식장을 만들었죠. 부서진 소라 껍데기들은 언덕을 이룰 만큼 쌓여갔어요. 당연히 이렇게 염색한 옷감은 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싼 가격에 거래됐죠. 그리고 물감을 만드는 방법은 극비리에 유지됐어요. 자주색 옷을 입는다는 것은 #부와권력 #사치 와 #향락 의 #상징 이 됐지요.
자주색 물감을 만드는 방법은 #로마제국 으로 이어졌어요. 성경에는 로마 군인들이 예수에게 가시관을 씌우고 자주색 옷을 입혀 유대인의 왕이라고 조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자주색이 #왕의복장 이었기 때문이지요. 로마제국이 분열되고 나서 #비잔틴제국 에서는 직접 염색 물감을 생산하고 판매를 관리했어요.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 고귀한 #황제 와 #추기경 을 상징하는 색 으로 삼았어요. 532년 #성소피아성당 을 짓느라 무거운 세금에 시달리던 시민이 #니카의반란 을 일으켰을 때, 도망가려는 #유스티니아누스황제 에게 #테오도라황후 가 "폐하가 입고 계신 자주색 옷은 가장 큰 권위를 상징합니다. 이 자주색 옷을 수의(壽衣)로 삼아 당당히 맞서세요"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 (왼쪽) #비잔티움제국 의 #황제 인 #바실리우스2세 의 모습이에요.
자주색 옷에 금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네요. 당시 왕의 복장에는 자주색이 빠지지 않았다고 해요. (오른쪽) #라파엘로 가 그린 #레오10세 #교황 의 초상화예요. 레오 10세를 비롯해 #추기경 들이 #붉은색망토 를 입고 있네요. 이때 붉은색은 #고귀한신분 을 상징합니다.
위키피디아
지나치게 보안을 유지했기 때문일까요? 1453년 비잔티움 제국이 #오스만제국 에 멸망한 이후 자주색 물감을 만드는 비법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붉은색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이후의 황제와 추기경들의 색은 자주색 대신에 붉은색으로 바뀌게 됐죠. #붉은색염료 는 선인장을 먹고 사는 #암컷연지벌레 에서 얻었어요. 연지벌레를 모아서 말리고 물에 넣고 끓여서 여러 물질과 반응하도록 하면 붉은 색소가 만들어졌죠. 10㎏의 옷감을 염색하려면 자그마치 연지벌레 10만 마리 이상이 필요했어요. 이후 붉은색은 가장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는 색이 됐죠. 황제와 귀족은 붉은 옷을 입으면서 평민은 그것을 못 입게 했으며, 심지어 집 안을 붉은색으로 장식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 버렸어요.
중세 서양에서는 붉은색 옷 한번 입어보는 게 소원인 사람도 생겨났어요. 실제로 루터의 종교개혁 영향으로 1524년 독일에서 대규모 농민전쟁이 일어났을 때였어요. 이후 농민들은 '메밍겐의 12개 조항'을 요구했는데, 그중 하나는 빨간 망토를 입게 해달라는 것이었죠. 모든 사람이 똑같이 붉은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농민의 지위가 올라가고 평등해진다는 의미였거든요. 전쟁에 가담한 30만 명의 농민 중 10만 명이 잔인하게 학살되면서 이 소원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어요.
이렇게 고귀한 붉은색 천이 바닥에 깔리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아이스킬로스 가 쓴 #오레스테이아 : #아가멤논 편에 처음으로 나옵니다. "붉은길은 오직 신의길" 이라고 표현했죠. 나폴레옹1세 도 황제가 돼 대관식 을 할 때 붉은 카펫을 깔았죠. 나폴레옹의 권위를 신처럼 나타내기 위해서였겠지요. 이후 #유럽왕실 에서 외국의 귀빈 에 대한 극진한 환영의 의미로 지나가는 길에 레드카펫을 사용해 왔답니다. 헌신과 열정 사랑, 피, 성령을 상징 하는 붉은색의 이면에는 권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출처: 프리미엄조선|[공미라]세계사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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