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설화가 고전으로 혹은 구전으로
우리 곁에서 맴돌며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주고 있다면
최헌진 선생님이 쓰신 희곡 버리데기는
1970년대의 유신 독재 시절에
마치 숨어 살듯 은둔자의 모습을 하면서
자신의 온 몸으로 고통을 받아내며
사람들에게 약사 보살 같은 치유와 치료를 해주었던 말 없는 바리데기가 있었다.
현대에 와서 나는 최근에 가장 아름다운 바리데기를 보았다.
그것은 박칼린씨가 연출과 극본을 맡았던
페이퍼 샤먼이었다.
이 공연에서 주인공은 바리데기가 아니라 실 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으로 나오는데
꼭 전설 속의 바리데기의 환생 같았다.
바리데기는 버리데기로
버리데기는 다시 실 이라는 이름으로 환생하고 육화된 것 같았다.
페이퍼 샤먼의 주인공 이름 실은
사실 박칼린의 한국 이름이라고 한다.
박칼린의 아버지는 한국인이며
어머니는 리투아니아인이라고 하는데
박칼린의 할머니는 한국에서 절을 운영하시고
외할머니는 샤먼이었던 탓에
집안 내력인지 자신은 무속과도 연관이 깊다고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가 .....
페이퍼 샤먼을 보면서
이 공연을 연출한 박칼린은 한국 사람이 맞은가
어쩜 이리도 한국적인 정서를 잘 표출하고 깊게 알고 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박칼린은 한국 사람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본 공연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ㅠ ㅠ
박칼린님 감사합니다.
태어나서 창극을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최헌진 선생님이 생명굿을 하면서
마치 창을 하듯이 읊조려 보라고 지기들에게 권유하고 시범을 보인 것이
다 이해가 되었다.
나는 창극이라는 장르를 처음 보았지만
최헌진 선생님은 희곡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연극도 많이 하시면서
창극도 많이 접하셨기에
창극을 생명굿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바램이 있으셨던 것이다.
창극을 직접 보니
민요로 노래를 하듯이 대사를 하는 것이
어찌 이리 아름답고 예술적인지 ..... ㅠ ㅠ
사이코드라마 안에 창과 노래를 연결시키려 하셨던
최헌진 선생님이 다 이해가 되었다.
전설 속의 바리데기가 약수를 떠서 자신의 아버지를 살린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최헌진 선생님이 쓰신 희곡 속의 버리데기가
사회 상황의 억압 속에서
조용 조용 다니면서 우리 민족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해준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페이퍼 샤먼 속에서 다시 육화한 바리데기의 새로운 이름 실은 .....
이제 우리 나라 , 한민족을 넘어서서
세계의 오대륙을 다 치유하고자 길을 나선다.
예민해서 아프고
느껴져서 아픈 이들
그들을 우리는 샤먼이라고 부른다.
혹은 마녀
혹은 만신
혹은 마법사
혹은 무당
혹은 witch doctor 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한국의 만신 ` 실 ` 을 포함해서 세계의 오대륙을 상징하는 만신들
공연 시작 전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실이 아프리카 노예 무역으로 팔려가서 바다에 집단적으로 수장되었던
아프리카 노예들의 넋을 건져 올리는 장면이다.
아프리카의 아픔이다.
앞에서 춤을 추는 여성은 주인공 실을 연기했던 김우정 배우입니다.
DMZ 내에서 존재하는 동물들을 연기한 배우분들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빗발치면
자연의 식물과 동물도 함께 아파한다고 박칼린은 말했다.
한국 만신인 실을 잉태할 때 부터 함께 했었던 세계 오대륙의 만신들
주인공인 실을 연기했던 김우정 배우님
이 공연에서 한국에서 흔히들 말하는 전통굿은 세 번 나옵니다.
먼저 , 주인공인 실을 잉태하기 위해 실의 어머니가 삼신 할머니에게 기도드렸던 삼신굿
그리고 실의 영험함이 위험하다고 그 기운을 없애려 하였던 액막이굿
마지막으로 실이 자신의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여야 했던 신내림굿이었는데요.
하나같이 신비롭고 영험한 기운이 느껴져서
관객석에서도 많이 놀라워했던 장면들이었습니다.
신내림굿을 받아 모든 만신들의 축복 속에
만신인 실은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무대 안에서는 태양계의 별들까지도
실을 위해서 빛을 찬란하게 비춰주면서
만신인 실의 탄생을 기뻐하였습니다.
그 후로 실은 바쁘게 뛰어다닙니다.
아프리카의 노예 무역선의 아픔
미국 나바호족의 원주민들
또한 그들과 함께 총에 맞아 죽어간 수많은 숫자의 버팔로들
DMZ 분단 경계선에서 함께 공생하고 있는
우리의 짐승과 동물들
이때 두루미 김준수님이 창을 하기도 합니다.
` 러시아 전쟁 , 중동 전쟁
우리 민족 분단의 아픔
6. 25 전사자들 ` 을 창으로 표현합니다.
주인공 실은 녹슨 군모와 군화를 끌어안고 전쟁의 아픔을 목놓아 웁니다.
지구의 허파 , 아마존 부족
2022년에 열대우림 타나루족이 멸종되고
이때 동식물도 함께 멸종되었습니다.
아마존은 화재로 파괴되었습니다.
두루미 김준수와
실 김우정이
직접 관객석으로 내려와
한 사람씩 손을 맞잡으며
남 북한의 통일과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 모습이 정말 놀랍고도 감동적이었어요. ㅠ ㅠ
마지막 장면에
만신인 실은 말합니다.
하나 이상의 죽음
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난다구요.
페이퍼 샤먼의 전체 메세지는 통합과 화합과 치유였습니다.
연출가 박칼린은 말합니다.
예전엔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많은 나라들로부터 원조와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한국이 세계로 나아가
세계의 오대륙을 치유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나라가 되었습니다.
사이코드라마에서도 많은 장면들에서 주인공의 심정과 감정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극을 이끌어가는 연출자인 디렉터의 철학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하는데
위의 말을 전한 박칼린님을 보면서
박칼린님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 공연을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비교적 앞자리여서 운이 좋았습니다.
첫댓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