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跋文)
삶의 근원적인 해법 찾기와 진실
-- 조경화 제3시집『』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다연 조경화 시인이 제3시집『』을 상재한다. 첫 시집『시간 속 풍경을 그리다』와 제2시집『눈을 뜨고 꾼 꿈은 살아 있다』를 출간하고 그동안 시 창작에 몰두하여 다시 시집을 펴내게 되었다.
그의 시집은 모두 필자가 해설을 집필했는데 첫 시집에서는 「시간성 투영과 성찰의 해법」이란 제하(題下)에 ‘성찰의 해법 탐색과 인간의 다정다감한 정(情), 인본주의의 범주를 확인하는데서 작품의 주제를 투영’하는 시법을 적시했으며 2시집에서는「존재의 정관(靜觀)과 시적 진실」이란 제하에사 ’내공의 진실을 이해하고 사랑과 영혼의 함수와 삶과 운명의 새로운 함수를 도입‘하는 시법이 돋보였다고 해설한 바가 있다.
여기 이 시집에서도 역시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석하고 그 해법을 탐색하는 그의 진실을 이해할 수가 있는데 이는 그가 천착(穿鑿)하는 시적 소재나 시적 정황의 설정이 그의 삶과 직접적으로 상관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그의 존재문제인 삶의 궤적(軌跡)과 재생된 상상력이 시적 창조로 승화한 것이다.
대체로 현대시가 포괄하는 주제들이 우리 인간의 존재 즉 삶에 관한 다양한 체험이 직간접적으로 수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의식의 흐름은 아무래도 자신이 선호하는 이미지와 표현으로 현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 진다.
삶의 마루에서
떨어지는 별똥별 하나
환생하듯 붙잡은 이름표
시인이라 걸어놓고
꿈틀대는 의식 육십령을 지나
하늘 나르고
바다를 건너
짝사랑 세상살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숨 고르기」전문
우선 이 작품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조경화 시인의 의식이 ‘삶’이라는 큰 범주(範疇)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구사하는 ‘삶의 마루’라든지 ‘환생’이라든지 ‘육십령’이라든지 ‘세상살이’라는 어조가 이 ‘삶’이라는 대전제를 탐색하면서 해석하는 시법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어조는 아직도 불투명한 인생 해법에 대한 의문만이 남아 있어서 앞으로의 지향점을 명민(明敏)하게 적시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성찰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월 태양빛
꽃잎에 다녀간 바람 소리
식어가던 흙냄새
그것이 전부라 해도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는 이승에서
삶이란 동그란 목줄 풀고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건삶이」전문
여기에서도 조경화 시인은 ‘삶이란 동그란 목줄’이 적시하는 이미지는 의미심장한 지향적인 호소이며 ‘좋겠다’라는 어조는 기원의식이 표출하는 내면의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건삶이’는 그가 주(註)를 붙여서 설명해 놓았듯이 ‘마른 논을 갈아 흙을 보들하게 하는 것’처럼 삶의 행로가 순조롭게 진행하기를 염원하는 그의 사유의 정점이다.
그는 다시 ‘아무 것도 / 허락되지 않는 이승’이라는 공간을 설정하고 ‘유월 태양빛’과 ‘바람 소리’ 그리고 ‘흙냄새’ 등이 모두 삶의 일부이며 그것이 현재의 존재라 해도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진솔한 근원적인 진실을 현현하고 있어서 그가 여망하는 삶(존재)의 의미를 창출하는 기본요소가 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숨 고르기’나 ‘건삶이’와 같이 삶에 대한 집념은 남다르게 표출되고 있다. 가령 ‘때론 힘들고 어려운 삶의 줄타기 / 화두로 붙들고 살아가며 / 큰 사람 되라는 기원이다(「일무(一無)」중에서)’라거나 ‘번쩍 /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개 밥그릇에 별이 뜰 때」중에서)’ 그리고 ‘삶, 뭐였던 말로는 부족하다(「기억속 풍경들」중에서)’는 등의 어조는 그가 존재를 통해서 획득한 자아의 현명한 정심(正心)의 요체가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대시의 구성이나 주제의 투영은 인간의 문제 즉 ‘나’를 중심축에 설정하고 나의 삶과 연관된 상념에서부터 고차원의 형이상적(形而上的)인 정신세계에 까지 시적 승화나 가치관의 정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실현을 상용화하는 경향을 자주 대하게 된다.
조경화 시인은 다시 ‘더는 꽃이 아니라 해도 / 꿋꿋이 버텨준 삶의 본질 / 몇 십 년(「뿌리」중에서)’, ‘허공에 엇갈리며 / 질기게 붙던 삶의 집착(「건들바람」중에서)’, ‘삶의 마루에서 이제부터 보호자가 바뀌었다(「무들로 28번지 연가」중에서)’라는 등의 어조가 그가 구현하려는 삶과의 화해를 위한 시적 진실이 여실(如實)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당신이 있다
모래가 되어버린 사막처럼 시간이
뭉치지도 흩어지지도 못하는
서걱서걱 무방비 처절한 외로움들이
가끔씩 햇살 아래 모였다가 흩어지는
아우성 물결치는 매일
이승의 삶이란 그런 거.
--「빈집」전문
그렇다. 조경화 시인이 궁극적으로 성찰하는 내면에는 ‘생’을 위한 복합적인 요인들을 시를 통해서 융합하거나 용해하는 시적 원류가 용암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승의 삶’이란 단정은 ‘처절한 외로움들이’ 시간과 동시에 ‘아우성’인 ‘빈집’에 남아 있다. 이것이 그가 창조한 시의 위의(威儀)이며 본령이다.
그는 어쩔 수없는 서정성을 주안점으로 진행하는 서정의 본질을 이탈하지 않는다. 그는 특히 자연 서정에서도 인간의 생의 본질과 대입시키거나 교감하는 형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는데 ‘어쩌다가 / 허랑한 번개 치면 / 오르르 그대가 끓어 넘치고 / 시린 속내(「안개비」중에서)’라거나 ‘봄비 내리던 / 그 밤 / 초록물들이 연서에 아무렇지 않은 듯 / 분홍 입술자구 남기고 갔다(「사월은」중에서)’라는 등의 어조는 바로 자연현상과 시간성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서정적 발현이다.
조경화 시인의 작품들은 대체로 존재와 성찰과 서정성이라고 일차적으로 단정하지만 그에게서 놓칠 수 없는 백미(白眉)의 작품이 있다. 이는 그가 구현하려는 다변적인 시적 소재나 주제의 향방이 삶과 괴리(乖離)될 수 없는 실재(實在)의 형상에서 그가 추구하는 불성(佛性)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작품「법문 한 자락」전문에서 ‘마음이 부처라 했다 / 하아 / 부끄러운 껍데기가 가렵다 // 인연의 꽃밭에서 / 숱한 부처와 노닐어도 / 빈 손 // 어느 새벽 하늘가 / 구름이 고개 숙이고 / 합장하는 작은 풀벌레 / 허어 // 미련한 중생아 / 여기가 극락인 것을.’이라는 ‘법문’이 교훈으로 메시지가 전해지고 있어서 그가 삶에서 지향적으로 적용시킨 정신세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그의 돈독한 불심(佛心)의 표상이다.
조경화 시인은 이번 3시집에서도 어쩔 수 없이 자아를 통한 성찰의 해법과 내공의 진실의 이해를 병합(倂合)해서 ‘삶’의 현실적인 갈등과 고뇌의 조화를 탐색하는 깊은 철학적인 해법을 적시하고 있어서 시는 인생비평이란 매슈 아널드의 논지를 적절하게 이행하는 시법이 설득력 있게 공감을 유로하고 있다.
제3시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