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
금광명최승왕경 제 5 권
9. 중현공성품(重顯空性品)
그 때 부처님께서 이 주문을 설하시고 나서 보살마하살과 인간과 천상의 대중을 이익되게 하고
매우 깊고 진실한 제일가는 뜻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공(空)의 성품을 거듭 밝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벌써 다른 심오한 경에서
진공미묘의 법 널리 설했지만
이제 다시 이 경전의 왕 가운데서
부사의한 공의 도리를 간략히 설하리.
모든 넓고 크고 깊은 법을
중생은 지혜 없어 알지 못하네
그래 나는 여기 거듭 부연하여
공한 법을 깨닫도록 하련다.
대비심으로 중생을 불쌍히 여기므로
좋은 방편과 훌륭한 인연으로써
나는 지금 이 대중에게
연설하여 저들에게 공의 도리를 밝히리.
알아 두라, 이 몸은 거짓된 것이니
6근에 의지해 살아도 서로 몰라
대상으로서 6진은 모든 근(根)에 의지하지만
각기 서로 모르기 또한 마찬가지네.
안근(眼根)은 언제나 모양을 보고
이근은 소리 듣기 쉴 새 없네.
비근은 늘 냄새를 맡으며
설근은 아름다운 맛을 맛보네.
신근은 가볍고 보드라운 촉각을 느끼고
의근은 법을 알아 싫증 안 내네
이들 6근은 일[事]을 따라 일어나서
제각기 자신의 경계에 대해 분별을 내네.
의식은 허깨비 마냥 진실되지 않고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에 의지해 망령되이 탐내니
마치 사람이 빈 마을에서 분주함과 같이
육식(六識)이 6근에 의지함도 이렇다네.
마음은 아무데나 이리저리 내달리고
감관에 매달려 대상을 인식하고 모든 일 하네.
빛, 소리, 냄새, 맛, 촉각을 늘 애착하며
법에서 생각하여 잠시도 아니 쉬네.
인연 따라 6근을 두루 운용하니
새가 공중에 날되 걸림 없는 것처럼
6근에 기대어서
바깥 대상을 인식하네.
이 몸은 아는 것 없고 짓는 것도 없이
그 자체 견고치 않아 인연 따라 이루어져
모두 허망분별로 생겼으니
마치 기관이 업 따라 구는 것과 같네.
지, 수, 화, 풍이 이 몸 되어
인연 따라 다른 과보 이끄네.
한 곳에 같이 살며 서로 해침은
네 마리 독사가 한 궤짝에 살고 있는 듯
이 네 뱀 성품 각각 달라
한 군데 있지만 올라가고 내려가
온몸을 돌면서 혹은 올라가고 혹은 내려가
이러다가 끝내는 없어진다네.
이 네 가지 독사 중에
지, 수 두 뱀은 내려만 가고
화, 풍 두 뱀은 성품이 가벼워
이런 어긋남으로 온갖 병 생긴다.
마음, 식(識)은 이 몸에 의지하여서
갖가지 선악업 짓고 있네.
인간, 천상과 삼악도에 가니
업력 따라 몸 받아 나네.
병들어 죽은 뒤엔
대소변이 모두 흘러나오고
고름과 구더기 보기 싫어
섞은 나무처럼 무덤에 버려지네.
너희들은 법이 이런 줄 알라
어째서 나니 중생이니 집착하는가
온갖 법 항상함이 없네
모두 무명의 인연력에 따라 일어난 것이지
저 사대는 모두 허망해서
본래 존재하지도 않고 생기지도 않았네.
그래서 사대는 모두 다 공하다고 말하여
허망해서 실로 있지 않은 것 알려줬네.
명의 자성이 본래 공인데
모든 인연의 힘 빌어 화합해 있네.
어느 때나 바른 지혜 잃게 하니
그래서 나는 무명이라고 이르네.
행(行)과 식(識)이 연이 되어 명색(名色) 있고
육처(六處)·촉(觸)·수(受)가 따라 생기고
애(愛)·취(取)·유(有)는 생(生)과 노사(老死)를 일으켜
근심·슬픔·고통·고달픔 늘 따라다녀
모든 고통과 악업 늘 얽매고
생사의 윤회바퀴는 쉴 새 없네.
본래 있는 것 아니고 자체가 공이니
이치 모르고 분별한 탓이네.
나는 온갖 번뇌 끊고
언제나 바른 지혜로 눈앞에 행하여
5온의 집 빈 줄 깨달아
깨달음의 진실한 곳 구하리다.
나는 감로의 큰 성문 활짝 열고
감로의 미묘한 그릇 보이면서
감로의 진실한 맛 벌써 얻었으니
감로를 중생에게 늘 보시하리.
나는 가장 좋은 큰 법고 치고
나는 가장 좋은 큰 법소라 불며
나는 가장 좋은 큰 등불 밝히며
나는 가장 좋은 큰 법비 내려 쏟으리.
번뇌의 모든 원수 항복 받고서
위없는 큰 법의 깃발 세우려네.
생사의 바다에서 중생 건지고
나는 큰 문에서 세 나쁜 갈래 막으려네.
번뇌의 불 활활 타서 중생 사르니
구원할 자 없고 의지처 없으니
서늘한 감로로 저들에게 맘껏 먹여
몸과 마음의 번뇌와 열기를 식혀 주리라.
나는 한량없는 세월 가는 동안에
모든 부처님께 공경 공양함에 말미암아
금계를 굳게 가져 깨달음에 나가
법신의 안락한 곳 증득했네.
눈, 귀와 손발 남에게 주고
처자, 남녀 아끼는 맘 없었네.
재물과 칠보, 장엄구는
달라는 이에게 모두 내 줬네.
인욕 등 모든 바라밀을 두루 닦고
십지(十地)가 원만하여 부처 되었다.
그래서 나를 불러 온갖 지혜라고
중생은 누구든지 아는 이 없네.
설령 삼천대천세계의
이 땅에서 자라는 모든 물건
숲과 모든 나무와
벼·삼·대·갈대와 그 가지들
이들 물건 모조리 베서
가늘게 갈아 작은 티끌 만들어서
어떤 곳에 모아 쌓거나
허공에 가득 채우면 그 분량 알 수 없네.
온갖 시방 국토에 있는
삼천대천세계의
흙을 모조리 티끌로 만들면
이 티끌 수 셀 수 없네.
설사 온갖 중생의 지혜
이 지혜를 한 사람에게 주고
이와 같은 지혜로운 이 끝이 없다면
저 티끌 수는 알 수 있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의 한 생각 지혜는
저 지혜 있는 이가 함께 세도록 하더라도
수없는 많은 겁 동안에
부처님의 일부분도 세서 알지 못하리.
그 때 대중은 부처님께서 매우 깊은 공의 성품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한량없는 중생이 사대와 5온의 체성이 모두 공한데,
6근·6경이 망령되이 번뇌를 내는 것을 깨달아 알았다.
그리고는 윤회를 끊고 여기서 벗어나는 길을 바르게 닦을 것을 원하고 마음 깊이 기뻐하면서 말씀과 같이 받아 지녔다.
[출처] 금광명최승왕경 제 5 권/ 9.중현공성품(重顯空性品)|작성자 목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