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덟 아홉 해 전부터 상상노래봉사단(단원 8명)은 한 달에 한 번씩 대구 경북의 여러 요양원에 가서 노래봉사를 해 왔습니다.
요양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일 좋아하는 봉사 프로그램은 노래 봉사인데, 특히 <자신이 아는 흥겨운 노래>를 들으며 따라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십니다.
요양원 실무자들의 말에 의하면, 부채춤 같은 고전무용은 아주 싫어한답니다. ㅎㅎㅎ
예술성보다는 일단 흥이 나야, 폐쇄된 공간에서 아무런 희망이 없어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되고, 그래야 쾌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봉사단 중에서 우리 봉사단의 인기가 최고입니다.
공연이 끝나면 또 언제 올거냐고 매달리는 듯이 말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여러 요양원 원장님들이 전화를 합니다. '한번 더 와줄 수 없냐고. 우리 요양원 어르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게 만든 봉사단은 상상노래봉사단 뿐이라'고 하면서 사정합니다.
한국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젊었을 때부터 즐기던 유흥의 장르가 흥겹게 춤추며 노래 부르기였겠죠.
동네 마을 회관에서, 또는 관광버스 안에서,
소주 몇 잔 드시고 막춤을 추며 흥겨운 유행가를 애절하게 부르면서, 고된 농사일, 곡절 많은 삶에서 생기는 꽉 막힌 가슴을 뚫어가며 살아온 인생 아니겠습니까.
우리 봉사단의 인기는 그런 유흥에 대한 갈증을 우리가 매우 만족스럽게 풀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청도의 몇몇 요양원에 좀 자주 갔습니다.
청도군 각북면 <효사랑시니어센터>라는 요양원에는 우리 봉사단의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아주 자그마한 체구의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외모는 고생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우리가 가면 주름뿐인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주시는데, 몇 개 남지 않은 치아가 듬성듬성 보여 마음이 짠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한 오년 가까이 봉사공연이 막히면서, 그 분을 뵐 수 없었습니다. 우리 단원들 모두 그 할아버지의 안부를 궁금해 하면서 걱정과 기도를 했었습니다.
과연 그 할아버지가 그대로 잘 계실까? 작년 말부터 요양원에서 조심스럽게 봉사공연팀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올해 초에 그 할아버지가 계시는 <효사랑시니어센터>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분이 아직 살아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반신반의하며 찾아갔습니다. 우리 단원들이 요양원의 한 방에 모여 코로나 검사를 받고( 주간보호센터는 그렇지 않지만, 요양원은 폐쇄시설이므로, 봉사단원들이 모두 코로나검사를 받고 들어갑니다),
장비를 들고 홀로 들어가서 그 분이 어디 계신지 두리번거리며 찾았습니다.
아 !!!! 오년 전의 그 느낌 그대로 환하게 웃으시며 우리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반가움이 진하게 묻어났습니다. 그러나 오년의 세월은 그냥 지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의 등을 세월의 무게가 누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굽은 등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무척 노쇠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니, 바로 일어나 멋진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박수가 터지고 응원의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흥은 예전과 같으나 기력이 무척 쇠잔해졌습니다. 금방 의자에 주저 앉으며 힘들어 하셨습니다. 우리 단원 모두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분의 동영상(어떤 할아버지의 행복한 막춤)을 올리며 만수무강을 빕니다. |
첫댓글 함께,
더 심한 막춤을 추는 이는 저의 국문과 동기인 홍현진(대구 중앙중학교 교장 퇴임)입니다.
젊었을 때 연극을 한 내공으로 어르신들을 울리고 웃기는 명사회자입니다.
'상상' 노래봉사단의 요양원 순례 봉사 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
그런데 이름을 왜 "상상" 이라고 지었을까? 🤔
무슨 깊은 사연이 있을것 같아서 항상 궁금합니다.😊
Imagination is better than knowledge. knowledge is limited. Imagination encircles the world.
- Thomas Edison
고민고민 하다가 우리집 부엌 싱크대 위 수납장에 집사람이 붙여 놓은 위 글귀를 보고 결정하였습니다.
그 뒤에, 유발 하라리의 유명한 책 <사피엔스>를 보니,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내고 지구의 주인공이 된 게,
원시인류 중 사피엔스에게만 있는 <상상력> 덕분이라더군요. 상상력이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라는 얘기를 읽고, 작명 참 잘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먼저 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상상 분식>이라는 상호도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저기 좀 퍼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먼저 붙였다고 생각하는데, 상표 등록을 아니 해서 ㅎㅎㅎ
하여간
두 음절이라 부르기도 좋고, 발음하기도 좋고, 음절마다 이응 소리로 끝나니 통통 튀는 느낌이라 밝고 힘찬 느낌을 주지요.
또 '아' 모음이 양성모음이고, 입을 크게 벌리는 개모음이라, 소리가 우렁차게 멀리 날아가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잘 지었다고 자부하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역시 '상상' 이라는 단어 속에 심오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
https://youtu.be/7H2GzhstQB4?si=Dar4CFYDnyfeM8Ib
P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