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24)
●제1장 형제 24회
이튿날 점심 때 무송은 부하 포졸 두 명을 거느리고 와서 짐을 꾸려 가지고 다른 처소로 옮겨갔다.
형이 집을 비우고 없는 사이에 거처를 옮긴다는 것은 좀 도리에 어긋난다 싶었으나, 형이 돌아온 뒤에 옮길 경우 아무래도 일이 멋쩍게 되고 난처해질 것도 같으며, 또 간밤에 내린 첫눈이 무릎까지 묻힐 정도의 대설이어서 형이 그날 중으로 돌아올지 어떨지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옮겨버리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여겨졌던 것이다.
금련은 미리 피하듯 이웃으로 놀러가 버리고 없었고, 영아만 혼자서 난데없이 짐을 꾸려 어디론지 이사를 가는 삼촌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삼촌, 왜 그래요?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우리 집이 싫어졌어요?”
“아니야, 싫어진 게 아니라 ... 현청 가까운 데로 옮기는 거야”
“여기서도 가깝잖아요”
“더 가까운 데로 ... ”
무송은 좀 씁쓰레하게 웃으며 영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황아촌에 간 무대는 눈에 갇힌 듯 그날도 다음 날도 돌아오지 않았다. 무대는 사흘 뒤에야 초췌한 모습으로 해질 무렵에 귀가를 했다. 기어이 토종꿀을 구해서 말이다.
세 식구가 식탁에 마주앉아 저녁을 먹는데, 영아가 불쑥 입을 연다.
“아버지, 삼촌 이사갔어요”
“뭐? 이사를 가? 그게 무슨 소리지”
무대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아내를 멀뚱히 바라본다.
“나중에 얘기할게요. 아이 있는 데서 창피해서 말을 못하겠어요”
금련은 생각만 해도 정말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고개를 살래살래 내흔든다.
잠자리에 들자 금련은 남편 곁으로 찰싹 다가붙으며 시치미를 뚝떼고 나불나불 지껄이기 시작했다.
“여보, 내 말 좀 들어봐요. 참 나 기가 막혀서 ... 뭐 그런 망나니 같은 자식이 다 있는지 모르겠어요”
“누구 말인데?”
“누군 누구예요. 무송인가 뭔가 그 자식 말이지. 아 글쎄, 시동생이라는 것이 형수를 어째 볼려고 살살 수작을 걸지 뭐예요”
“아니, 그게 정말이여?”
“정말이라니까요. 내가 뭐 할일이 없어서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요. 한밤중에 이층으로 오라기에 가봤더니 글쎄 ... 나 참 기가 막혀서 ...”
“음, 무송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 ”
“뭣이 어째요?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 뭐야!”
금련이 냅다 반말로 쏘아붙이자, 무대는 과연 줏대가 없는 사람답게,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내쫓았다 말이지? 잘했어”
이렇게 말하고는 슬그머니 돌아누웠다.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