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조화/ 미성 김필로
조문하듯 작은 몸짓의 꽃바구니가 쓰레기통 위에서 슬픈 미소로 나를 본다
어느 해 어버이날 귀하게 간택되어 자식처럼 웃고 있었을 연분홍 카네이션이 멀쩡히 죽은 눈을 뜨면서
과장된 겉치레를 벗기고
거품으로 각질을 벗기고
미온수로 샤워를 해준다
원래 고왔던 자태가 드러난다
가족들처럼 옹기종기 제 얼굴을 바라보며 화병에서 희한하게 웃는다
우리 집에는 수 년 동안 같이 살아온
몇 개의 조화가 있다
향기 없는 장식용이지만 친환경이라는 냄새를 먹으며 향기를 준다
금방 시들거나
오래 살지 못하는 나무들 사이에서 응석도 없이 병 앓이도 없이 잘 자란다
한밤중 병실 모퉁이를 환하게
밝히는 걸 보고 나는 교태를 부린다
사장될 뻔한 꽃잎의 파편들을 일으켜
생기를 주며 교란의 힘을 얻는다
시의 알갱이로 승화된 너의 미소
나 너를 눈물 흘리지 않게 하리라
나 너를 쉬이 버리지도 않으리라
첫댓글 응석도 없이 병아리도 없이... 씻겨주면 재탄생하는 조화.. 저도 조화해요. ㅋㅋ
노을님 방학이 길지요?
개강일 다정하게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