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이가 버리데기의 말을 듣고 옆으로 물러선다. -
버리데기 : 안 돼. 소용없어.
강씨 : 앗따, 정말, 사람이 죽어간다는데 너무 해 쌓소.
그러는 거 아니요.
아무리 자기 일 아니라고 ...
- 사이, 자동차 소리 들린다. 이어서 한의사 이씨와 오서방이 급하게 들어선다. -
이씨 : 안녕하세요.
저는 한약방 이약사라고 이장님 큰 사위이구먼요.
오부인이 부탁해서 여기 오 서방이랑 차 한 대 빌려타고 급하게 왔구먼유,
어서 가시죠.
저기 차가 기다리고 있는데 ...
강씨 : (이씨에게) 오셨슈 ? (오서방에게) 자네도.
오서방 : 누님이 하도 성화를 부려서 ...
- 잠시 사이,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
버리데기 : 소용없당께.
이씨 : (강씨에게) 안 돼 ? 못 가신다고 ?
강씨 : (이씨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버리데기에게)
이러다가 정말이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어쩔 것이요 ?
버리데기 : ...
강씨 : 나도 아기 낳다가 잘못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는디 ...
이장님이 늘그막에 아들을 둘 다 전쟁에서 잃고,
이제 처음 보는 아기 일 터인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허시오.
사람이라는 게 도리라는 게 있는디 ...
이씨 : 그럼은요.
(버리데기에게) 자, 가십시다. 보살님.
저희가 잘 모시고 갈게요.
가서 오부인을 ...
버리데기 : 헤엄 못 쳐.
강가서 물 빠진 사람, 구경해 ?
강씨 : 그건 좀 너무 심헌디요.
누가 구경하라고 혀요 ?
그냥 손이라도 내밀어 달라는 거지.
버리데기 : 못 해.
이씨 : 손은 안 내밀고 옆에서 서 있어 주기만이라도 ...
버리데기 : 거짓거리.
강씨 : 정말 이러기요 ?
내 좋은 말로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구먼, 이장님이 어떤 분인지나 아시고 그러는 것이요 ?
그 분은 지금 대통령 선거를 하려고 서울 가신, 이쪽 읍면을 통털어 한 분 밖에 없는 국민의 대표,
통일 주체 국민회의 대의원이시다. 이 말입니다.
알겠소 ?
그런 분의 아기가 지금 위험에 처해 있는데 끝끝내 모른 체 하겠다는 말이오 ?
응 ? 뭐요 ?
오서방 : 강씨 !
강씨 : 내 말이 틀렸소 ? 안 그래요 ? 이 일이 잘못 되어봐요 ...
이씨 : 자 자, 우리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어서 모시고 갑시다.
(억지로 버리데기를 잡아서 데리고 가려고 한다)
버리데기 : 놔 !
오서방 : (이씨와 버리데기를 떼어놓으며)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돼죠.
이씨 : 자네 ... 왜 그러시나 ? 한시가 급한데.
강씨 : 그래요. 강제로라도... (버리데기를 다시 붙잡으려고 한다)
이씨 : 제발 보살님... 눈 딱 감고 ...
강씨 : 여기 굿당도 허물어버리라는 걸 이장님이 말려서 아직도 허물지 않는 걸 아시오 ?
그리고 당신이 면허증이나 무슨 자격증도 없이 환자 고치는 것을 사람들이 고소했는데도
그걸 무마시키고 지금까지 ...
- 이씨, 강씨가 버리데기를 끌고 가려고 하고,
봉이가 막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오서방은 중간에 끼어서 어떻게 할 줄을 몰라 한다. -
오서방 : 자, 자 이럴게 아니라, 잠깐만요. (버리데기에게) 뭘 어떻게 해달라는게 아니예요.
그저 누님이 보살님을 보게 해 달라는거니까 ...
보살님은 아무 것도 안해도 돼요.
그 대신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어요.
(이씨, 강씨에게) 그러실 거죠 ?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을 묻지 않기.
(사이) 제가 보증할게요.
네 ? 제발 이번 한번만 ...
버리데기 : (잠시 생각하다가) 알써. (사이) 갈게.
(봉이에게) 너도 가자.
- 모두가 급하게 서둘러 왼쪽길로 나간다. 서서히 암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