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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5일 정유 상조회 정기 모임이다. 이날도 여느때와 같이 반가운 얼굴들이 40여명 모였다. 회식이 끝나가는중 모처럼 고향의 친구가 등산을 가자고 한다. 내가 살던 고향의 둘러쌓인 산 둘레길을... 어릴적 봄이면 찔레꽃을 꺾어 먹고 버들 강아지를 꺽어 피리를 만들어 불고, 5월이면 아카시아 꽃을 따고, 6월에는 산딸기를 따먹고 놀던 그 곳을....
선뜻 "좋아" 하고 응낙해 버렸네. 어제 먹은 과음 때문에 갈증과 머리가 무겁다. 오늘 등산을 가야 하나 마나, 여러가지 준비도 안되고. 그렇지만 마음만은 벌써 그곳에 가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 준비를 하고 창용이네로 갔다. 창용,경오,의중이 그리고 나, 4명이서 오전 10시에 등산을 갑니다. 나는 아무 준비도 안했는데 내것까지 다 준비가 되어 있네.
등산가방, 장갑, 지팡이, 가방 안에는 커피, 막걸리, 소주, 감귤, 오징어, 칼국수, 토종닭, 인삼2뿌리,헛개나무,엄나무, 생수, 파, 마늘, 소금 각종 양념, 버너까지.. 등산중에 산에서 딴 영지버섯까지... 아주 완벽한, 아주 오래전 20대에 우리가 즐기던 그런 등산이 시작 되었다.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가파른곳도 있고 오르막 내리막, 산등성이에서 내려다 보이는 왼쪽의 법원리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천현초등학교, 율곡 중,고등학교, 법원성당, 아파트 단지등이 손에 잡힐듯.... 오른쪽은 삼방리, 우리동네 집들이 듬성 듬성 보이고, 애룡저수지, 건국대 목장이 보인다. 지금은 한창 골프장 건설중이다.
산등성이에는 돌탑이 여러개 만들어져 있다. 삼방리, 법원리 사람들이 꽤나 정성들여 만들었나 보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다니는 길에는 수많은 낙엽이 발에 걸친다. 스시락,부스락, 스펀치 같이 부드럽게 발길을 인도한다. 어느덧 2시간이 지나 우리는 어느 능선 꼭대기 빵카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전방의 훈련지라 도중에 많은 방카가 있다. 옛날 김신조가 넘어올때 조명탄에 수많은 군인들이 밤낮으로 훈련 하던 곳..
날씨도 따듯하고 바람하나 불지않아 다들 신기해 했다. 김치에 막걸리 한잔을 하면서 우리는 닭 백숙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추억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서로 공감하며 주고 받았다. 어제 다들 술도 많이 마셨건만, 공기도 좋고 산도 좋고 친구도 좋고, 한적한 곳에 들러 앉아 있으니 거기에 술도 있고 맛있는 안주가 있으니 어찌 마시고 취하지 않으리요.... 막걸리 2병에 소주4병이라.. 정말 보양식에 칼국수까지 그렇게 시간 반을 즐겼다네.... 닭과 칼국수, 천생연분이 아니던가? 아니 궁합이 잘맞는거지...
다시 등산이 시작된다. 삼방리 둘레길이 아기자기하게 상당한 거리로 개척되었다..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니 이번에는 양주가 보이고 광탄이 보인다. 그 아래로 서원 골프장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번내에 드는 홀이 있다 하여 유명한 파주의 골프장, 일년에 한번,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음악회나 문화 활동을 열어 준다네...
내가 가고 싶었던 바랑골에 다 다랐을때, 옛날 지게지고 나무하던 그시절을 아득하게 떠올렸다네. 겨울방학때 2~3번 정도의 경험, 참 힘들었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를 짊어지고 산비탈을 오르고 내리고, 산비탈에 흙이 미끄러져 넘어지고 쓰러지고 집에까지 족히 2km가 넘으리라. 가다 쉬고, 또 쉬고. 집에 오면 허기가 져서... 그때 밥맛은 어디에 비교할수 있으리요... 밥사발 수북히 쌓은 흰 쌀밥을 순식간에 다 먹었으니.
그래서 그런가 오늘의 등산이 어느 유명한 산보다도 훨씬 정겹게 즐겼고 마음 다 놓고 있었다네. 마치 소원 푼것처럼.... 거의 4시가 되서야 하산을 했으니 동네 산이메도 불구하고 6시간을 즐겼으니 어찌 설악산 못지 않으리... 내가 너무 쎈치멘탈 한것 일까?
친구 그렇지 않아, 나의 진솔한 마음이니. 이해하시게///
다음에 시골가면 친구들에게 문자 넣어 같이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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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찌그리 산행글을 잘쓰는가? 마치 내가 동행한듯 ,하긴 아무렇게 썼어도 정겨운 모습이니 공감했겠지..
더 자주 친구들과 다니게.꼭 산정상이 아니면 어떠리 편한자리에 친구들과 마주하면 최고아닐까?
마음맞는 친구들과거운 시간으로 보냈구먼... 부러우이... 수필작가로 데뷰해도 되겠네... 노작가
과찬의 격려를 해주니 몸들바를 모르겠네...
최교수는 젊은 신세대들과 지내니 젊어지겠네..새로운 신조어도 사용하고.
(KIN 이라, 일으켜 보면 "즐"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