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오도로 1... (순천을 지나며)
섬의 모양이 황금 거북을 닮았다고 하여 금오도(金鰲島)... 또한 송림(松林)이 우거져 섬이 검게 보인다고 하여 ‘거무섬’이라고도 한다. 주위에 있는 돌산도, 소리도, 월호도, 두리도, 개도 등과 함께 금오열도를 이루며 행정구역은 여수시 남면이다. 이 송림의 동쪽에 있는 옥녀봉에서 선녀들이 달밤에 베를 짜다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닷가로 목욕하러 갔다. 그들은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밤새도록 목욕을 하고 놀다가 승천하지 못하고 훗날 소나무로 변하였단다. 선녀가 놀던 곳은 천상(天上)에서 아름다움을 인정한 환상의 섬이다.
황장봉산(黃腸封山)이었던 금오도는 국가가 소나무를 사용하기 위해 입산과 벌채를 금지하였다. 黃腸은 줄기의 속이 성숙하고 붉은색을 띠게 되어 재질(材質)이 크게 향상된 오래된 소나무를 뜻한다. 조선 고종 때 대원군은 경복궁의 건축자재로 사용하였고, 명성황후는 이 섬을 사슴목장으로 지정하였다. 1885년 수해로 소나무가 많이 훼손되자 封山이 해제되어 당시 관의 포수였던 박씨가 아들 삼형제를 데리고 처음 섬에 들어가 정착하였다. 대부분 기암괴석들이 섬 주위에 흩어져 있고, 그 모습들이 천태만상이며, 소규모의 만(灣)과 곶(岬)이 발달한 리아스식 해안(海岸)으로 경관이 아름답다.
돌산도에서는 빤히 건너다보이는 金鰲島...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이 섬에는 매봉산, 망산, 옥녀봉, 신랑봉 등이 있다. 봉수대가 있는 망산에 오르면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남쪽 망망대해의 경관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그 시원함을 무엇으로 표현하리... 또한 신랑봉과 옥녀봉에는 인간과 선녀의 애절(哀切)한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하늘나라의 선녀가 금오도에 놀러왔다가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 이곳에 숨어 살았다는데, 그것을 안 옥황상제(玉皇上帝)가 분노하여 그들을 신랑봉과 옥녀봉으로 갈라 버렸다는 것이다.
11월 21일 한화관광을 따라 여수 금오도로 떠난 여행길...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익산과 전주를 거쳐 여수로 달린다. 3일 전 송광사로 여행을 하였기 때문에 오늘 여행 일기는 순천에서 시작한다. 동순천IC로 나간 여행길... 순천-여수간 자동차전용도로로 연결된다. 근처에 순천왜성(順天倭城)... 왜장(倭將)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쌓은 성(城)이다. 이순신 장군은 小西行長을 노량앞바다로 유인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충무공은 마지막으로 전사(戰死)하였다. 여행길은 여수로 진입한다.
여수 금오도로 2... (여수를 지나며)
여수로 가는 길에 손양원(孫良源) 목사 순교(殉敎)기념관이 있다.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요양소였던 여수 애양원... 이곳에 설치된 교회에서 구호활동과 신앙 활동을 펼친 그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구금되었으며,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 의하여 총살되었다. 전쟁은 언제나 악인(惡人)보다 선량한 사람만을 학살한다는 그리스 시인 소포클라데스의 말이 생각난다. 한편 모든 박해(迫害)를 물리치고 자기가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殉敎... 순수한 뜻은 이해하겠지만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반추(反芻)할 문제다.
고속도로가 부럽지 않은 자동차 전용도로... 여수시 도심을 벗어나 외곽도로로 달린다. 2012년 세계 박람회 개최로 확 달라진 여수... 특히 마래터널과 거북선 대교를 지나니 직접 돌산도로 이어진다. 하루 종일 신나는 여수 세계 박람회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하늘을 나는 짜릿한 스카이 플라이, 아름다운 바다의 별 아쿠아플라넷, 하늘에 떠있는 바다 엑스포디지털갤러리, 바다의 소리 스커이타워, 살아있는 바다와 함께 만드는 미래 엑스포 기념관 등 많은 전시품과 오감(五感)을 만족시키는 화려한 쇼를 볼 수 있다.
그래도 여수에 가면 국내 최대의 목조 건물인 진남관(鎭南館)을 찾아가야 한다. 조선 시대 500년간 수군의 본거지인 鎭南館... 이순신 장군과 수많은 병사들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호국의 얼이 깃든 곳이다. 충무공은 오동도에 대나무의 일종인 시누대를 많이 심어 화살대를 만들려고 하였다. 시누대는 해장죽(海藏竹)이라고 부르며 일부 주민은 오동도를 죽도(竹島)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조정이 붕당(朋黨)에 빠져있을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을 만들고 병사들을 조련시키는 등 호국정신이 충천(衝天)하였다.
오동잎을 닮았다는 오동도(梧桐島)... 현재 3,600여 그루의 올곧은 절개를 상징하는 동백나무가 천지를 이룬다. 한편 梧桐나무가 없어진 이유는 공민왕의 총애(寵愛)를 받던 괴승(傀僧) 신돈(辛旽)... 봉황새가 오동도에 자주 날아온다는 말을 들었다. 임금을 상징하는 봉황이 날아온다는 것은 혹시라도 이곳에서 새 임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오동나무를 모조리 베어내도록 지시하여 섬에 오동나무가 사라졌단다. 일제 강점기 이곳에 방파제를 만들어 육지화 되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관광지로 변모(變貌)한 오동도는 그간 유람선, 동백열차로 다녔는데 최근 케이블카로 쉽게 오갈 수 있다.
여수 금오도로 3... (돌산도를 지나며)
이곳의 해상 케이블카 수 십대가 조그만 조롱박처럼 달려 하늘을 나른다. 기사는 남자 승객에게 22세에서 93세 까지의 다양한 여자가, 여자 승객에게는 25세에서 120세까지의 다양한 남자가 탑승을 위해 대기 중이니 자기가 소개팅을 하여 주겠다고 자랑을 한다. 소개팅 하니 스키장에서 처음 이성(異性)의 만남... 설레임이다. 곤도라룰 타고 오르내릴 때의 그 기분... 자칫 키스로 이어지는데 스키와 키스의 공통점... 짜릿하여 흥분된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재미있다. 초보자는 아무래도 서툴다. 야간에 하는 기분은 더 색다르단다.
환상적인 해상 풍경을 자랑하는 돌산도(突山島)를 지난다. 여덟 개의 큰 산이 있다는 뜻에서 산(山), 여덟 팔(八), 큰 대(大)를 합해 突山島라 부른단다. 해안선 길이 104km인 이 섬은 산에 돌이 많아 ‘석산(石山)’, 섬 지방 특성상 작은 집들이 많아 오두막 여(廬) 자를 표기하여 여산(廬山)이라고도 부른다. 많은 산 중에서 가장 유명한 금오산(金烏山)... 그 아래에 남해안 제일의 해돋이 명소인 향일암(向日庵)이 있다. 이곳의 관광지는 은적암과 주변의 난대림, 반잠수함 전시관, 무술목 전적지, 해양수산 과학관, 송도 조개더미, 세구지의 고인돌, 방답진의 봉수대, 향교, 선정비 등 많이 있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向日庵...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원통암으로 창건하였는데 조선 중기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동백나무 숲과 아열대 식물이 주변의 기암괴석과 잘 어우러져 있다.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해돋이와 낙조의 장관을 보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편 풍수지리상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거북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영구암(靈龜庵)’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주위의 바위모양이 거북의 등처럼 되어 있다.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도의 보문사와 함께 국내 4대 관음기도처다.
은행잎이 떨어지는 이 가을... 돈을 벌기 위하여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서 뒤늦게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그리하여 현재도 미래도 못 사는 것... 바로 바보짓이란다. 건강한 몸은 정신의 사랑방이며 병든 몸은 감옥에 해당된단다. 그래서 예방의 1온스는 치료의 1파운드와 맞먹는다. 입이 차고 다리가 따뜻하면 건강하다는데... 내 몸부터 보살펴야 한다. 아울러 건강과 다식(多食)은 동행하지 않으니 식탐(食貪)을 하여서는 안 된다. 여행길은 신기항에 도착한다.
여수 금오도로 4... (금오도에서)
30분에 한 대식 출항하는 여객선... 30명 정도 되면 사전 예약도 되련만 안 된단다. 대전에서 여수로 가는 길에 주민등록번호를 일괄 적어서 주민등록증과 함께 제출하면 예약도 가능한데 각자 표를 구입하란다. 세월호 사건 때문에 승선(乘船)하기가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경직(硬直)된 문화가 잘못된 것 같다. 불편한 마음이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승선(乘船)을 안 할 수 없다. 오늘은 순항(順航)하지만 바람이 거세어지고 물결이 헝클어지면 머물던 길손은 물론 주민들까지도 발이 묶인다니 바다는 항상 안전 운전이 중요하다.
승선하면서 갑판 위에 올랐다. 이 돌산읍에서 화태도, 월호도, 개도, 제도를 거쳐 이미 개통된 백야도로 이어지는 연육교가 공사 중인데 이어지면 여수시 화양면이다. 이어 화양면에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이으면 고흥군 영남면으로 연결하는 대(大) 역사(役事)... 바로 다리 박물관이 머지않아 개통될 예정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오도(金鰲島)... 그래서 주민들은 집을 짓는 데에도 까다로운 허가(許可)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단다. 특히 물 사정이 좋지 않은 금오도는 반농반어(半農半漁)로 생계를 유지하였으나 마땅한 소득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섬을 떠났단다.
하지만 달콤한 연륙교의 유혹을 마다하고 섬으로 남는 쪽을 선택한 금오도 주민... 쓰레기만 남고 인심까지 사나워지는 타지(他地)의 예를 참조해 섬으로 남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이 연육교에서 제외되었단다. 도착한 항이 함구미항이다. 우선 점심을 선착장 바로 위에 있는 식당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서인지 밥이 부족하여 백반이 안 되고 비빔밥만 가능하단다. ‘집을 떠나면 고생’이란 말처럼 내 뜻대로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배표를 예매하려니 제 시간에 오란다. 독점 운영하니 배짱으로 서비스가 엉망이다.
마을 앞 해변이 크게 만(灣)을 이루고 있어 ‘한구미’라고 부르던 지명이 ‘함구미(含九味)’가 되었다. 함구미에서 미역널빵, 초분(草墳), 지눌스님이 세운 송광사 절터까지 비렁길을 갔다. 비렁은 전라도 사투리로 벼랑을 뜻한다. 해안 절벽(絶壁)과 단구(段丘)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구절양장(九折羊腸) 길이다. 산비탈을 개간하여 밭으로 이용하는 옹골찬 섬사람들... 하지만 한 집 두 집 떨어진 집들, 산자락에 을씨년스럽게 흉가(凶家)처럼 남아 있는 빈집들... 금오도의 현주소를 바라보면서 오늘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