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 출판사에서 펴낸 [케이프타운 서약]이라는 책을 잘 읽었습니다. 하나님의 선교를 위한 복음주의 헌장, 2010년 제3차 로잔대회 공식문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1부는 신앙고백에 관한 내용이고, 2부는 행동 요청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편, 1부의 집필은 2009년부터 시작이 되었고, 2부는 오히려 2007년부터 작성이 시작된 것으로 나옵니다. 그 이유는 1부는 크리스토퍼 라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소수의 신학자들이 작성을 한 데 반해서, 2부는 훨씬 더 많은 분들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1부는 10개의 소제목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0000을 사랑한다.”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 살아계신 하나님, 성부, 성자, 성령,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 세상, 복음, 백성, 선교를 사랑한다는 것으로 소제목을 만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 명료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1부 전체에 걸쳐 하나님에 대한 개념정의를 해 놓고 거기에 내용들을 끼워 넣은 것 같기도 합니다. 문득 [예수 사랑해요]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어쩌면 이 노래 한 곡이 책 내용보다도 더 감동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동일한 역량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다룰 경우, 스펙트럼을 넓게 가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깊이 있게 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만약 깊이 들어가게 되면 넓게 바라보는 것은 제약이 있게 됩니다. 로잔대회는 전세계인이 모이는 선교대회로서, 기독교의 전 영역을 망라해서 토론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한 주제에 깊이 들어가기 보다는, 넓고 얕게 주제들을 다루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1부의 소제목과 내용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기독교학과 1학년 교양과목 책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혹은 기독교의 기초교리를 담고 있는 요리문답 책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2부의 소제목도 그렇습니다. 꼭 필요한 내용인 것은 맞지만, 논란의 여지가 없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저자의 독창적인 연구는 없이 선학들의 문헌들을 잘 리뷰까지만 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의미 없다고만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나오기까지 마치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많은 토론들이 이루어지면서 결과들을 도출해 냈기 때문입니다. 결과보다도 과정을 중시한다면, 이 책의 내용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탄탄한 민주적 방식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거의 편향됨이 없이 합리적인 결과물들이 도출되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타종교에 대한 폭력이나 복수, 개종 강요 등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말씀사역을 소수 유급 전문가에게만 제한하는 성직주의를 거부하며, 어린이에 대한 다양한 학대, 각종 차별, 동성애자 배척 등을 반대하는 내용 들이 들어 있습니다. 깊이 있게 들어가지는 않아도, 필요한 여러 내용들을 근본주의적 사고에 빠지지 않은 채 성서의 정신에 맞추어 올바르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모여 시작된 선교대회가 필리핀의 마닐라와 남아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거쳐 내년에 한국에서 4차 대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전세계의 기독교인들이 모여 주님의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기 위한 모임을 갖습니다. 깊이 있는 신학적 연구보다는 누구나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 하지만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성경 그대로의 순수한 복음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쉽게 전하는 방법을 나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창적인 새로운 창작물을 내기보다는 복음주의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을 함께 토론하고 나누는 로잔대회가 잘 준비되고, 주님의 복음이 땅끝까지 이르는데 기여하는 또 하나의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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