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작가회의가 40주년을 맞이한다. 사람의 나이로 본다면 불혹(不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40년 세월동안 작가회의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볼 때 회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때가 많았다. 선배들이 왜 자유문인실천협의회를 만들었고 그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과 소통이 살아있을 때 글은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신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도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자리에서도 한국작가회의 소속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았고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런 생각에 빠져 지내다보니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성에 젖었는지, 아니면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많이 늘어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작가회의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자꾸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회의가 지향하는 바는 가난과 소외된 자를 위한 문학, 민주주의를 위한 문학, 평화와 통일을 위한 문학이다. 이러한 정신이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리더니 추스를 수 없을 정도의 지경에 빠졌다. 이런 한국작가회의를 두고 잘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회원이 있다면 한국작가회의의 정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일 거다.
예를 하나 들어본다. 김지하 시인 사건으로 작가회의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한 단체가 이렇게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이 일을 수습하고 재발방지를 하지 못하는 집행부를 보며 회원으로서 자괴감에 빠져야 했다. 분명 2013년 총회 때 4월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 알리겠다는 말을 해놓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모습은 회원들을 우롱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호승 회원의 글(2011년 4월 6일 조선일보 칼럼)을 보며 이런 분이 작가회의 회원이구나 하는 생각에 몹시 마음이 상했다. 작가회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작가회의 회보(2013년 85호)에는 정호승 회원의 맨발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었다. 이런 분을 인터뷰한 의도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회보에 대한 생각을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렸지만 회보 편집진들에게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고 회보에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은 채 그냥 술에 물탄 듯 넘어갔다.
말한 김에 하나 더 이야기 해야겠다. 전국작가대회 때 반주자를 불러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 한심하다 못해 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이 볼 때 지금이 태평성대인가. 어느 대학생은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이는 상황 속에서 한국작가회의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혹여 한 달에 한 번 성명서를 꾸준히 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 부끄러워해야 한다. 메아리 없는 성명서를 볼 때마다 자괴감 그 이상을 느끼고 있다. 어느 대학생의 대자보보다 진정성이 떨어지는 성명서가 작금의 한국작가회의 위상이다.
한국작가회의는 지금 가치관과 정체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소통의 문제도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소통의 공간으로 홈페이지, 회보, 내일을 여는 작가, 전국작가대회, 총회 등이 있다. 이런 소통의 도구 중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홈페이지는 이미 죽은 지 오래되었다. 2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이렇게 홈페이지를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집행부는 고민을 하고 있는가. 회보와 내일을 여는 작가는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소통의 문제를 푸는 핵심은 집행부라고 생각한다. 이사장 이하 사무총장 등이 회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대체 지난 몇 년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회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절반은 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집행부는 지회 총회나 행사 때 몇 번이나 얼굴을 내밀었는가. 사무총장이 대체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활동비를 예전처럼 받지 않아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억지 춘향이 식으로 일을 떠맡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22개 지회지부를 찾아 소통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토요일(2014년 2월 22일) 한국작가회의 총회가 있었다.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이 되었다. 불혹(不惑)이라는 나이에 걸맞게 나이값을 했으면 좋겠다. 그 나이값이라는 것이 그 무엇도 아닌 한국작가회의 정신(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족문학작가회의 계승)이 무엇인지 본회와 지회.지부와의 소통이 무엇인지 깨닫는 일이다. 새로운 집행부에 다시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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