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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및 일반상식 스크랩 [이 사람] 美야구판 神의 손 수퍼 에이전트 ... `스콧 보라스`
ginasa 추천 0 조회 120 14.04.16 04:3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나지홍 / 특파원 뉴포트비치(캘리포니아) / 조선일보 2014.04.12.

[이 사람]

美야구판 神의 손 수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

박찬호·류현진·추신수 대박 계약 뒤엔 그가 있었다




"야구 좋아하세요?"

미국 뉴욕에서 LA로 가는 비행기에서 스콧 보라스에 관한 신문 스크랩을 읽고 있는 기자에게 옆자리에 앉은 백인 중년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보라스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야구팬 중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했다. "그렇게 유명하냐"고 되물었더니 "야구선수들 몸값 올리는 데 귀재 아니냐"며 "보라스 덕분에 떼돈 번 야구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LA다저스 팬이라는 이 남성은 "원래 케빈 브라운 때문에 보라스를 싫어했는데, 작년 류현진이 큰 활약을 펼쳐 보라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케빈 브라운은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연봉 총액 1억달러 시대를 연 투수로 1998년 7년간 1억500만달러(연평균 1500만달러)의 연봉 계약을 맺고 LA다저스에 입단했다. 브라운은 다저스로 이적하기 전 3년간 51승 26패(방어율 2.33)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이적한 후에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7년간 72승45패(방어율 3.23)로 몸값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지난해 LA다저스와 6년간 3600만달러(연평균 600만달러)에 계약한 류현진은 첫해 14승8패(방어율 3.0)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려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케빈 브라운과 류현진의 계약을 대행한 이가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수퍼 에이전트(super agent)'로 통하는 스콧 보라스다. 올 시즌 아시아 출신 타자로는 역대 최고액인 7년간 1억3000만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추신수와 올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기아 타이거즈 출신 투수 윤석민도 그의 고객이다.

▲ 미국 메이저리그의 ‘수퍼 에이전트’로 통하는 스콧 보라스는 선수들에겐 ‘미다스의 손’이지만, 구단엔 기피 대상 1호인 ‘공공의 적’이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약학 박사 학위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가 지금까지 성사시킨 계약은 6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3일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있는 ‘보라스코퍼레이션’건물에서 만난 그는 “야구방망이나 글러브를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주문에 “나는 에이전트일 뿐 선수가 아니다”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 뉴포트비치(캘리포니아)=케빈 리 케빈리스튜디오 대표

박찬호로 맺어진 한국과의 인연

미국 야구계 인물인 보라스가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것은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 때문이다. 박찬호의 에이전트였던 보라스는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연봉 협상을 대행해 박찬호에게 아시아 출신 투수로는 역대 최고액인 5년간 6500만달러라는 거금을 안겨줬다. 하지만 박찬호는 텍사스 이적 이후 허리 부상을 당해 14승18패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렸다. 이 때문에 '자유계약선수 먹튀(FA Bust)'라는 불명예가 보라스와 박찬호를 따라다녔다.

지난 3일 오후 보라스가 운영하는 회사인 보라스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당시의 상황부터 물어봤다. 캘리포니아주 LA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뉴포트비치에 있는 그의 회사는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7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박찬호의 성적 부진에 대해 먹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에이전트로서 어떤 심정이었나.

"팬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박찬호가 텍사스로 옮긴 이후 텍사스팀의 트레이너가 우리 회사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박찬호의 개인 훈련법을 바꿨다. 박찬호는 무리한 훈련을 하다 허리 부상을 당했고, 2~3년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에이전트로서도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대처했나.

"박찬호 사건 이후 우리 회사는 스포츠 전문 의사를 채용해 선수들의 훈련법을 연구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지금은 우리 소속 선수가 팀을 옮길 때 반드시 구단 트레이너와 우리 회사 의학 전문가들이 훈련법에 대해 상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이후로는 우리 선수들 가운데 이런 부상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단지 구단뿐 아니라 박찬호를 위해서도 절대 필요한 조치였다. 박찬호는 나중에 재기에 성공해 꿈의 무대라는 월드시리즈에도 등판했다."

―박찬호 사건이 중대한 변화의 계기가 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는 텍사스구단이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이다. 새 훈련법이 그전에 박찬호가 해오던 훈련방식과 크게 달랐던 게 문제였다. 지금은 우리 회사에 피트니스센터를 만들어 의학 전문가와 전담 트레이너가 선수들의 컨디션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윤석민도 볼티모어에 입단하기 전까지 우리 피트니스센터에서 몸을 만들었다."

박찬호·류현진·추신수

―박찬호 이후 류현진과 추신수, 윤석민 등 한국 선수를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 야구에 비해 한국 야구는 훨씬 더 미국 야구에 가깝다. 메이저리거로서 성공가능성도 일본보다 높다. 일본은 작전에 의한 야구를 선호하지만 미국은 힘이 지배하는 야구다. 투수는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져야 하고, 타자는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이 있어야 한다. 일본에 비해 한국 선수 중에는 이런 능력을 갖춘 선수가 많다. 대표적인 게 추신수다. 그는 콘택트 능력(타격의 정확성)과 장타력, 주력, 수비력, 송구 능력 등 야수에게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춘 5툴(tool) 플레이어다. 이런 선수는 미국에서도 드물다. 류현진도 미국 야구에서 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는 이미 작년에 제 실력을 발휘했다. 올해 볼티모어와 계약한 윤석민은 한국프로야구의 MVP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성적에 만족하나.

"실제 잘하고 있지 않나. 류현진에 대해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류현진이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안타를 곧잘 때린다. 작년 4월엔 2승째를 거둔 경기에서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어느 누구도 그가 타격을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류현진은 프로입단 전엔 투수이자 4번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건 고등학교 때 얘기다. 프로야구 입단한 후엔 7시즌 동안 전업 투수로만 활동했다. 나도 LA다저스 구단에 류현진을 소개할 때 훌륭한 투수라고만 했지 타격 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나중에 LA구단 측에서 '왜 류현진이 타격에도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느냐'고 하더라. 강타자라고 소개했으면 연봉을 더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웃음)"

스콧 보라스의 본사 로비에는 주요 고객 선수들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 스콧 보라스의 본사 로비에는 주요 고객 선수들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하는 추신수는 야수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플레이어”라며 추신수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 뉴포트비치(캘리포니아)=케빈 리 케빈리스튜디오 대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변호사, 약학박사

보라스는 한때 메이저리거를 꿈꾸던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퍼시픽대학에서 야구장학생으로 선수생활을 했고, 졸업 후 1974년부터 4시즌 동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외야수와 내야수로 활약했다. 통산 타율은 0.288(2할8푼8리)로 나쁘지 않았고 마이너리그 올스타팀에도 선발됐다. 하지만 불의의 무릎부상을 당해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또 마이너리그 선수생활 중이던 1977년 약학박사 학위를 딴 특이한 경력도 있다.

―마이너리그 시절에 약학박사 학위를 땄다. 좀 신기하게 들린다.

"원래 학부 전공이 약학이었다. 나중에 선수생활을 그만두면 제약회사에 입사해 근무할 생각이었다. 박사학위까지 딴 것은 대학교 때 교수님의 충고 덕분이다. 교수님이 '야구선수는 장기적으로 부상의 위험이 있다. 공부를 하면 신체적인 운동으로 이룰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달성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하셨다. 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그래도 시즌 중에 학위를 취득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나.

"마이너리그는 보통 4월에 시작해 9월이면 모든 일정이 끝난다. 나는 시즌 중엔 야구에 전념했고, 시즌이 끝나면 학교를 다녔다."

―당신은 천재 아닌가.

"공부를 직업으로 하는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여봐라. 그곳엔 진정한 천재들이 수두룩하다.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이다.(웃음)"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이 2할8푼8리로 꽤 좋은 편이었다.

"잘 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야구에선 타격 못지않게 수비력이 중요하다. 원래 중견수였다가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 내야수로 변신했는데, 아무래도 수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세 번째 무릎 수술을 한 후 은퇴했다."

―로스쿨은 왜 진학했나.

"은퇴 후 제약회사를 다니는데 제약업계에서 성공하려면 변호사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모교 로스쿨에 진학했다."

선수엔 미다스의 손, 구단엔 공공의 적

그는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 시카고에 있는 제약 전문 로펌(법무법인)인 '루크스, 피츠 앤 파우스트'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다 1983년 마이너리그 시절 동료였던 마이크 피스클린과 빌 코딜의 계약을 대행한 후 야구 에이전트로 전업했다. 그는 에이전트로서 초대형 계약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수퍼 에이전트로 주목받았다.

1997년 컨트롤의 마법사로 불리는 그레그 매덕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간의 5년 5750만달러 계약으로 처음 연봉 총액 5000만달러를 돌파했고, 이듬해 케빈 브라운의 계약으로 1억달러를 돌파했다. 2000년엔 거포 유격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텍사스 간의 10년 2억5200만달러 계약을 성사시키며 2억달러 고지도 처음 밟았다. 그는 선수들에겐 '미다스의 손'이지만, 구단 측에선 기피 대상 1호인 '공공의 적'으로 통한다.

―원래 에이전트가 될 계획은 없었나.

"로펌에서 꽤 좋은 성과를 올렸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될 생각은 전혀 안 했다. 그런데 가욋일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연봉협상을 도와주다 전업 에이전트로 나섰다."

―지금까지 성사시킨 계약은 얼마나 되나.

"계약 건수는 모르겠고 계약 총액은 60억달러(약 6조2000억원)쯤 된다. 메이저리거 중 우리 고객은 75명쯤 되는데, 규모 면에서 우리 회사가 가장 큰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수수료는 연봉 총액의 5%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에이전트로 3억달러(약 3100억원) 이상을 번 셈이다.

통계학과 심리학을 야구에 접목

미국 마이너리그엔 200개가 넘는 팀에서 7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뛰고 있다. 하지만 이 중 불과 3%만이 메이저리그 입성이란 꿈을 실현한다. 미국 스포츠저널리스트인 존 파인스타인은 최근 펴낸 '너의 이름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Where nobody knows your name)'란 책에서 '이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던 유망주다. 이들 중 마이너리그가 최종 목표였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고 썼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경쟁은 치열하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3년에 불과하다. 반면 보라스코퍼레이션 소속 선수들은 평균 수명이 11년6개월일 정도로 장수하고 있다.

―당신이 관리하는 선수들 수명이 긴 비결이 뭔가.

"다행히 우리 선수들은 기량이 출중하고 집중력이 뛰어나고 정신적으로 잘 무장 돼 있다. 성공하겠다는 열망도 강하다. 여기까지는 선수들 몫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슬럼프를 겪을 수 있고 부상의 위험도 있다. 이런 여러 위험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에이전트에게 필요하다. 에이전트 회사 경영자로서 내 원칙은 나보다 똑똑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이다.(웃음) 우리 회사엔 MIT대학 출신의 경제학자와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컴퓨터 엔지니어, 변호사와 스포츠심리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1년 내내 열심히 일을 한다."

―메이저리그엔 30개팀에서 750명의 선수가 뛴다. 선수를 고객으로 선별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물론이다. 야구에 대한 재능과 체력이 중요하다. 또 의지력과 인내력 같은 정신력과 학습 능력도 중요하다. 정신력이 약한 선수는 큰 무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투수의 예를 들면 월드시리즈 7차전 9회 말 풀카운트 만루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질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학습 능력을 갖춘 선수는 약간의 조언만 곁들이면 매 경기에 자신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

―통계 분석이 야구에 중요한가.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는 데 아주 중요하다. 추신수 예를 들어보자. 톱타자인 그에겐 출루율이 중요하다. 작년에 추신수 타석 때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투수들의 투구 패턴을 분석했더니 스트라이크보다 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려고 투수들이 유인구를 많이 던진 것이다. 그래서 추신수에게 '너는 선구안이 좋으니 무조건 치려고 욕심내기보다는 신중하게 기다려라'고 조언했다. 그 결과 작년 추신수의 출루율이 40% 높아졌다. 어제 필라델피아와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추신수는 어제 9회 말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결승 타점을 올렸다.(마침 인터뷰 전날 추신수는 9회말 볼카운트가 투스트라이크 원볼로 몰린 상황에서 침착하게 볼 3개를 골라내 텍사스의 역전승에 기여했다.)"

"성공한 선수들이 사회에 기여할 때 큰 보람 느껴"

―에이전트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꼽는다면.

"변호사로 법이나 규정을 잘 안다는 게 장점이지만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라는 게 큰 도움이 됐다. 선수생활을 하지 않은 에이전트들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모른다."

―선수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뭔가.

"선수들에겐 멘털(정신적 측면)이 중요하다. 정신력이 경기를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봇처럼 시즌 내내 항상 똑같은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없다. 슬럼프를 겪을 때마다 선수들은 위축된다. 하지만 선수가 경기를 두려워한다고 해서 에이전트가 선수 대신 뛰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때는 무엇보다 선수를 정신적으로 안정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야구에 두려움을 느끼는 게 모든 선수의 공통적 현상이란 것을 선수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중시한다는 뜻이니까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어깨를 두드려줘야 한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의 재기를 도운 사례가 있나.

"보스턴 레드삭스 투수였던 데릭 로가 2004년 여름 방어율이 7까지 떨어지자 나를 찾아왔다. 구속이나 구질엔 문제가 없었다. 그에게 잘 던질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투구 모습을 비교한 비디오를 계속 틀어주며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고 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시즌 마지막 두 달 방어율을 2.5까지 끌어내렸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됐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4연승을 거두고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보스턴 레드삭스가 홈런왕 베이비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후 1918년부터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을 빗댄 용어)를 풀었다. 4차전 선발투수로 무실점 역투한 게 바로 데릭 로였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은 선수 본인의 몫이지만 에이전트는 선수가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에이전트로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

"고객인 선수들이 잠재력을 발휘해 자기 목표를 달성하고 제값을 인정받을 때다. 야구선수로 성공하면 본인의 인생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LA다저스에서 뛴 에이드리언 벨트레는 메이저리그에서 받은 거액 연봉으로 본인과 직계가족뿐 아니라 일가친척들의 삶까지 윤택하게 만들었다. 또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 단지도 지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뛰던 제이드 드류는 고향에 교회 건물을 지어줬고, 그레그 매덕스는 팀을 바꿀 때마다 연고 도시에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쉼터를 건설했다. 훌륭한 선수들은 돈을 헛되이 쓰지 않는다. 우리 회사 고객들이 이런 사회봉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물론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보람이다. 월드시리즈 진출은 극소수의 선수만 할 수 있는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다."

―야구계에 어떤 인물로 기억되고 싶나.

"야구에 모든 열정을 바쳤고, 선수들을 위해 헌신한 사람으로 남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다시 태어난다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는가, 아니면 변호사가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만일 내가 가족을 부양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가정형편에 여유가 있다면 반드시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살아남는 야구선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야구 에이전트로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아직 선수를 돕는 에이전트라는 '조연'보다는 직접 무대에서 뛰는 '주연'에 대한 열망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래픽]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

협상 대리인 넘어… 선수들 수입·투자 관리에 세무 조언까지

스포츠 에이전트란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최대 이익을 확보해주기 위해 구단과의 연봉 계약이나 이적 협상을 대행하고, 기업체와 스폰서 계약을 맺어주는 사람을 말한다.

스포츠 시장이 발달한 미국·유럽에선 스캇 보라스(야구), 드루 로젠하우스(풋볼), 피니 자하비(축구)처럼 천문학적인 연봉과 이적료를 받아내는 '파워 에이전트'가 적지 않다. 에이전트 수수료는 종목에 따라 계약 총액의 4~8%에 달한다. 최근 스포츠 에이전트는 단순한 협상 대리인의 범주를 벗어나 선수의 훈련과 경기력을 모니터링하고 투자와 수입 관리, 법률 및 세무 조언까지 담당한다.

계약서 분량만 수십쪽에 달하는 복잡한 계약을 대행하려면 상당한 법률적 지식이 필요한 데다 해당 종목의 규정도 숙지해야 하기 때문에 보라스처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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