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설날과 정월 대보름을 지내고 정월을 마무리하는 절기에 그 동안 집안에서 고생한 마눌과
함께 대게축제(3월1일 전후)를 앞두고 있는 영덕에 가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계획한다.... 겨울이
저물어 가는 2월 하순경 미시령 인근에서 황태로 변신하기 전에 모진 겨울 날씨와 눈, 바람으로
모습을 다듬고 있는 황태 코다리의 맛을 잊지 못해 이를 구하고자 겸사겸사 대게와 황태코다리를
만나는 여행 계획을 세운다.
일정은? 여행 테마는? 동반자는?.....
성공총산악회 시산제가 2월26일로 산악회장 직을 맡고 있어 2월18일이 최선이다.. 일정은 결정..
여행 테마는 대게를 맛보고 황태 코다리를 구입하는 것이므로 여행 코스는 경북에서 강원도로...
지난번 선자령 답사에서 주문진에서 복어회를 맛보았으므로 마눌에게도 복어맛을 보게 하자......
사무실로 오는 세무안내 책자에 "오지 여행...청송과 영덕"을 소개한 글이 있어 이를 참고로 한다.
대게여행에서 언제나 울진쪽으로 접근하였으나 이번은 경북 청송 파천면에 있는 송소고택에서
숙박하고 온천을 하는 여행으로 결정... 일정과 여행 테마는 오케이 동반자는? 년초 낙산 일출과
선자령산행 때 환갑을 맞아 여행하는데 계획이 맞으면 같이 하자는 박호성부부에게 제안을 한다.
답변은 오케이...
승용차로 움직이고 2월18일~19일(청송 1박), 청송~영덕~주문진~미시령~서울로 오는
여행코스를 계획하고 준비에 들어간다. 송소고택에 전화로 숙박 문의, 예약 완료....영덕, 주문진
현지 확인..오케이
2월18일(토) 오전 10시 아침식사 후에 간단한 여행용품을 챙기고 출발.... 호성부부가 아들 내외가
전날 집에 와 있어 천천히 출발하잔다. 그려 바쁠것 있나...여행은 비운 마음을 천천히 채워가면서
즐기는것.. 잠실에 도착하니 12시경이 다 되어간다. 간식용 먹거리는 차에 준비했으니 준비 완료..
청송으로 출발
나의 애마인 무쏘는 그동안 시내 주행으로 답답함을 일시에 털어내며 여행을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같이 오랜만의 외출을 즐기며 씽~씽~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무섭게 달려간다.
문막휴게소에서 잠시 휴식과 허전함을 달랜다.
소백산을 지나면서 여행의 또 하나의 별미인 지역특산물 맛보기 위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사과를
사려고 풍기로 내려선다. 매장에는 한겨울 쌀쌀함과 함께 모형사과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직접 농원을 운영하며 생녹용을 판매하고 있는 고속도로 입구에 있는 청산愛농원에 들렀더니 지난
인삼축제 때 확보했던 6년근 인삼을 싸게 팔고 있어 사과와 함께 몇채 구입한다. 집사람과 호성처는
좋은 물건을 싸게 사서 차에 올려놓으니 마음이 즐거운지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다.
자. 한동안 식량을 확보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go~go~
서안동IC를 벗어나 국도를 따라 안동을 지나 영덕 강구항으로 가는 길에 파천면 덕천마을에 있는
송소고택에 다다른다. 시간은 어느 덧 5시경을 가리키고 있다. 송소고택 주인장인 심재오선생을
만나서 하루 묵어가기를 청하고 잠시 고택에 간직된 사연을 들어본다.
경북 청송군은 주왕산, 주산지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송소고택, 청송한지, 백자 등 각종 문화자원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2011년 6월 25일에 우리나라 9번째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송소고택은
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250호로 조선 영조 때 만석꾼의 부를 누린 청송심씨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리로 이거하면서 전국에서 흔치 않는
99칸 집으로 공간구성이 특이하고 조선시대 상류주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대문은 솟을 대문으로 높게 자리잡고 큰사랑채는 정면5칸 측면2칸의 크고 화려한 건물이며 우측에
작은 사랑채가 있다. 안채는 ㅁ자형을 이루고 있으며 안방에는 "방안의 방"이 있어 3대가 기거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한다.
시간이 늦어 자세한 것은 내일도 듣기로 하고 우리가 묵을 사랑채 두칸을 확인하고 간단한 짐을
내리고 영덕 강구항으로 향한다. 여행의 별미인 대게 맛을 강구항에서 즐기기 위해 청송을 지나
34번국도를 따라 강구항에 도착하니 날은 저물어 강구항 일대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강구항으로 들어 복잡한 거리를 지나 지인이 소개해준 음식점을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어쩌나...
다시 돌아서 나오는데 식객을 유혹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후덕하게 생긴? 아줌씨 집에서
대게를 구경한다, 러시아산, 홍게 여러가지 추천한다. 국산대게를 찾으니 물건이 별로 좋지않은듯.
박달대게는 값이 장난 아니네.. 한마리에 13만원.. 박달대게는 감히 넘보지 못하고 대게를 택한다.
속이 꽉 차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도 영덕대게를 맛보기로 했으니 주문한다. 영덕대게가 요사이
귀해 구경하기 힘들다고 하니 2월29일~3월3일까지 축제라는데 대게 없이 어찌 축제를 할라카노..
속이 조금 부실하지만 여하튼 영덕대게로 포식을 하고 청송으로 되돌아온다. .
송소고택에 돌아오니 밤11시경..호성부부가 유혹하는데 장거리 운전의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사랑채의 뜨끈뜨근한 방바닥으로 들어가 그 옛날 시골집의 옛 추억을 생각하다 골아 떨어진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고택의 안채와 주변을 돌아보고 청송시내에 있는 솔기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긴다.
온천욕을 즐기고 송소고택 옆에 천연염색 체험장으로 유명한 박숙자명인이 운영하는 소슬밥상에서
시골의 정취를 느낄수 있는 정성어린 찬으로 준비된 아침식사를 만난다. 또한 천연염색으로 물들인
천으로 지은 전통한복과 여러거지 옷들을 함게 구경하는 기회도 갖는다.
온천욕과 아침식사로 몸이 활기를 되찾자 송소고택을 주인장의 안내로 여가저기 기웃거린다.
옛 만석꾼 안 주인들의 삶의 공간이었던 장독대와 뒷마당을 거닐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주인장 심재오씨의 설명을 들어보면 덕천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지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 13년에 걸쳐 지은 99칸짜리 집이었으며 아들을 넷 두었던
심호택은 인근에 또다시 30칸짜리 집 3채를 7년에 걸쳐 더 지었지만 한국전쟁 때 2채가 불타버리고
지금은 송소고택과 둘째 아들 집이었던 송정고택만이 남아 있다. 송소고택을 지은 목수는 여럿으로
큰 사랑채는 서울의 대목수가 지었다고 한다. 송소고택은 김좌진 장군과 함께 활약했던 이범석 장군,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독립운동가 조병옥 박사등 역사 속의 유명한 인물들이 하룻밤 묵어간
곳이기도 하며 2010년에 대한민국 관광의 최고상인 "2011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되었고 연 5만명이
다녀가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송소고택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부잣집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솟을대문을 여닫을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나도록 한 것은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이나 문을 열어두어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홍살을 올린 솟을대문은 당시의 부를 말해주었다고 한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건
ㄱ자형 헛담이다. 헛담은 안채에 드나드는 여자들이 사랑채에 기거하는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하는
간이 담장으로 일명 내외담이라고 한다. 헛담을 지나면 집안 어른이 기거하던 큰 사랑채와 큰아들이
기거했던 작은 사랑채로 나뉘어 있다. 큰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 팔작지붕으로 못을 쓰지 않고
지었다고 한다.
여자들의 공간인 안채는 사랑채 뒤편에 전형적인 ㅁ자형을 이룬다. 문간을 들어서면 동쪽으로 방과
부엌이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는 두지, 고방이 있다. 송소고택에서 가장 특징적인 구조물은 사랑채와
안채 사이 담장에 뚫린 구멍이다. 사랑채에서 보면 6개이지만 안채에서 보면 3개뿐이다. 사랑채에
손님이 몇 명이나 왔는지 안채에서 보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안채에서 사랑채가
보이지만 사랑채에서 안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안채 구멍 1개에 사랑채 구멍 2개가 45도 각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엄격함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장독대의 장독은 많이 있었으나 한 30년정도 관리가 소홀한 틈에 많이 분실했다고 한다. 옛 시루를
보고 흰 떡살을 그리워도 한다. 송소고택에서 송정고택으로 통하는 쪽문을 통해 송정고택의 또 다른
모습을 둘러보고 주인장에게 하루 밤 기거하게 해준 고마움을 표한다.
화장실은 현대식으로 개조했으나 그외는 옛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예전 시골에서 지냈던 시절을
나름 생각나게 하는 고택에서의 하루밤이었다.
송소고택을 떠나 청송의 유명한 달기약수터로 차를 향한다. 달기약수에 이르니 달기약수 원탕에서
젊은 부부가 통에 물을 가득담고 있다. 약수로 밥을 짓고 닭백숙도 해 먹으려고 한다나... 사이다
맛이 나는 약수로 목을 축이고 약수를 통에 담는다. 약수터 옆에 있는 가게에서 대추, 밤콩, 메주콩을
사서 차에 싣는다. 여행은 또 한편 지방의 후한 인심과 더불어 현지에서 사는 재미도 솔솔하다...
달기약수를 구했으니 또 다른 관광지인 주산지로 차를 달린다.
<겨울 여행-2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