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뢰를 주는 리더 인가?
존 맥스웰 리더의 조건을 읽고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2학년 무렵 전교회장이 된 나의 고민은 하나였다. 나는 진정으로 괜찮은 리더 인가? 나는 이 질문을 나에게 계속해서 던졌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답은 내가 아닌 다른 학생들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스스로 던진 질문은 고민이 되었고 고민은 또 다른 고민을 낳았다. 한 때는 이러한 고민 때문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날이 많았고, 주변인들이 귀찮을 정도까지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 하지만 내가 만족할만한 명쾌한 해답은 들을 수 없었다. 나는 훌륭한 리더 까진 아니더라도 괜찮은 리더라도 되고 싶었다. 어쩌면 이것까지도 욕심일까? 그런 고민과 욕심 끝에 내가 꺼내든 책이 바로 ‘존 맥스웰의 리더의 조건’이다. 누군가는 뻔한 이야기만 한다. 정말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책의 첫 장부터 가슴에 비수를 꽂듯 무겁게 다가왔다.
‘평화와 고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경험이나 확신을 부인하지 말라.’ 다그 함마스크욜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한말이다. 이 짧은 한 문장이 나에게는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를 신뢰하지 못했다. 나 자신의 결정에 끝없는 의심이 들었고, 실수를 하여 비판을 받을까 무서워했다. 설령 그것이 옳은 판단이었음에도 말이다. 이런 나의 고민은 자칫 다른 사람에게 줏대 없는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그 고민덩어리에서 빠져나오기란 나에게 쉽지 않았다. 나 자신에 대한 부을 확신은 주변인들에게까지 전해졌고, 주변인들 또한 흔들리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는 좋을 리 없다. 불편한 결과는 무심하게도 나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줬다. 고민은 모이고 모여 근심이 되고, 점점 더 나는 나의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았고, 근심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공부보다는 다른 게임이나 놀이에 더 빠져 살았다. 어쩌면 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보다 어떻게 하면 문제를 피하고 나 자신의 안위를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 글처럼 다 그는 평화와 고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경험이나 확신을 부인하지 말라고 하였다. 어쩌면 나는 혼란을 외면하고 싶어서, 비난받고 싶지 않아서 나의 생각이 옳음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게 아닐까? 짧은 한 문장은 그동안 편안함을 추구하려던 나를 채찍처럼 따끔하게 훈계를 하면서도, 자신의 판단을 믿으라며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지난날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책임을 내려놓으려 했던 나를 부끄럽게 했다. 나의 잘못과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성품부터 되돌아보았다.
‘자신의 성품이 갖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책에서는 성품의 몇 가지 약점을 제시해 주었다. 나는 그중에 거만(Arrongance)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나는 나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 문제를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하겠다. 또한 나의 성품에서부터 비롯한 잘못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이미 많은 시간이 너무나 흘러버린 것이 원망스럽기 만하다. 그동안 상처가 더 깊어지진 않았다. 더 숙연히 반성하게 된다.
‘카리스마란’무엇인가? 상대방을 제압하는 게 카리스마일까? 부끄럽지만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정확한 정의는 내리기 어렵겠지만, 책에서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카리스마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이라면 나는 어느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혹여나 상대방에게 불쾌함을 안겨주진 않았나 생각해 보았고, 앞으로는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살려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 그리고 모든 걸 떠나서 누구에게나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전교회장들이 모이는 리더십 캠프에 갔을 때, 각 학교 회장들의 수준에 놀랐다. 그리고 가슴 깊이 생각한 것은, 언젠가 이 회장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 매도 많이 맞았지만 오히려 용기를 더 많이 받았다. 그리고 더 객관적으로 나를 보게 해준 고마운 책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현재 나의 위치에 안위하지 않고, 더욱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회장 임기도 이러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싶고, 학생회 임원들에게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공감해주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회장이 되고 싶다. 그래도 매 순간 책임감을 잃지 않고, 나의 판단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바위 같은 회장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