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마발(牛溲馬勃)
우수는 질경이란 뜻이고, 마발은 약재로 쓰는 먼지버섯으로, 비천하지만 유용한 재료, 흔하지만 유용한 약재를 이르는 말이다.
牛 : 소 우(牛/0)
溲 : 반죽할 수(氵/9)
馬 : 말 마(馬/0)
勃 : 노할 발(力/7)
특출한 것이 없이 그렇고 그런 사람을 갑남을녀(甲男乙女), 장삼이사(張三李四)라 한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에 의해 유지되고 바뀐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쓸모없는 어중이 떠중이 같은 존재를 가리킬 때 쇠오줌(牛溲)과 말똥(馬勃)이란 말로 흔히 사용된다.
동양의 천재로 자칭한 국문학자 양주동(梁柱東)이 쓴 명수필 ‘면학의 서’에서 삼인칭을 공부하며 ‘나는 일인칭, 너는 이인칭, 그 외 우수마발이 다 삼인칭’이란 표현으로 유명해졌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같은 뜻이라며 가치 없는 말이나 글, 품질이 나빠 쓸 수 없는 약재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실려 있다. 그러나 다르게 해석하는 견해도 많다.
우수(牛溲)는 쇠오줌이란 뜻 외에 한약재로 쓰이는 차전초(車前草) 즉 질경이를 가리키고, 마발(馬勃)도 먹지 못하는 약재 마비균(馬屁菌) 즉 먼지버섯을 말한다고 한다.
발(勃)에는 ‘노하다, 일어나다, 갑자기‘의 뜻은 있어도 말똥의 뜻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흔하고 가치가 없는 약초, 하지만 언젠가는 꼭 쓰이는 재료를 가리킨다고 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들어가는 당(唐)나라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한유(韓愈)는 진학해(進學解)라는 글에서 이 성어를 사용했다.
여기서 학자는 오로지 자기수양과 학문 탐구에 전념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재주와 덕이 뛰어난 인재가 크게 쓰이지 못하는데 대한 울분도 토로하고 있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牛溲馬勃 敗鼓之皮 俱收並蓄 待用無遺者 醫師之良也.
우수마발 패고지피 구수병축 대용무유자 의사지량야.
쇠오줌과 말의 똥이나, 찢어진 북의 가죽이라도, 모두 거두어 갖춰놓고, 쓰일 때를 기다리며, 버리지 않는 것이 의사의 현명함이다.
이때까지의 새김으로 옮겼지만 어떻든 쇠오줌과 말똥이 약재로 쓰이기도 한단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있다. 평시에는 흔해서 가치 없다고 거들떠 보지 않다가도 막상 필요해서 쓰려면 없다.
약재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자기만의 재주는 다 있다. 능력에 맞게 일을 맡기고, 겉보기로만 판단하지 말고 사람 귀한 줄 알아야 한다.
▶️ 牛(소 우)는 ❶상형문자로 뿔이 달린 소의 머리 모양을 본뜬 글자로 소를 뜻한다. 뿔을 강조하여 羊(양)과 구별한 글자 모양으로, 옛날 중국에서는 소나 양을 신에게 빌 때의 희생의 짐승으로 삼고 신성한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에 글자도 상징적이며 단순한 동물의 모양은 아니다. ❷상형문자로 牛자는 ‘소’를 뜻하는 글자이다. 牛자의 갑골문을 보면 뿔이 달린 소의 머리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었다. 갑골문에서부터 소전까지는 이렇게 소의 양쪽 뿔이 잘 묘사되어 있었지만, 해서에서는 한쪽 뿔을 생략해 ‘절반’을 뜻하는 半(반 반)자와의 혼동을 피하고 있다. 농경 생활을 하는 민족에게 소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었다. 느리지만 묵직한 힘으로 밭을 갈거나 물건을 옮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편 소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牛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제물(祭物)’이나 ‘농사일’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牛(우)는 성(姓)의 하나로 ①소(솟과의 포유류) ②별의 이름, 견우성(牽牛星) ③우수(牛宿: 28수의 하나) ④희생(犧牲) ⑤고집스럽다 ⑥순종(順從)하지 않다 ⑦무릅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소 축(丑),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소의 젖을 우유(牛乳), 소의 뿔을 우각(牛角), 소와 말을 우마(牛馬), 소를 부려 밭을 갊을 우경(牛耕), 소를 잡는 데 쓰는 칼을 우도(牛刀), 소의 가죽을 우피(牛皮), 소 걸음이란 뜻으로 느린 걸음을 우보(牛步), 소의 궁둥이로 전하여 세력이 큰 자의 부하에 대한 비유를 우후(牛後), 소의 수컷으로 수소를 모우(牡牛), 소의 암컷으로 암소를 빈우(牝牛), 털빛이 검은 소를 흑우(黑牛), 소싸움 또는 싸움 소를 투우(鬪牛), 식용할 목적으로 사육하는 소를 육우(肉牛), 주로 일을 시키려고 기르는 소를 역우(役牛), 쇠귀에 경 읽기란 뜻으로 우둔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우이독경(牛耳讀經), 소가 물을 마시듯 말이 풀을 먹듯이 많이 먹고 많이 마심을 우음마식(牛飮馬食),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으로 큰 일을 처리할 기능을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씀을 이르는 말을 우도할계(牛刀割鷄), 소가 밟아도 안 깨어진다는 뜻으로 사물의 견고함의 비유를 우답불파(牛踏不破), 소를 삶을 수 있는 큰 가마솥에 닭을 삶는다는 뜻으로 큰 재목을 알맞은 곳에 쓰지 못하고 소소한 일을 맡기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을 우정팽계(牛鼎烹鷄), 소 궁둥이에 꼴 던지기라는 뜻으로 어리석은 사람은 가르쳐도 소용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우후투추(牛後投芻),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등에 쓰인다.
▶️ 溲(반죽할 수)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叟(수)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溲(수)는 ①반죽하다(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개다) ②씻다, 일다(흔들어서 쓸 것과 못 쓸 것을 가려내다) ③적시다 ④(술을)빚다 ⑤쌀을 씻는 소리 ⑥빚은 술 ⑦오줌,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소의 오줌과 말의 똥이라는 뜻으로 너무 많아서 천한 것을 이르는 말을 수발(溲勃), 오줌을 받아 내는 그릇을 수배(溲杯), 물을 적게 넣어 되게 반죽함을 강수(剛溲), 말의 오줌을 마수(馬溲), 우수는 질경이란 뜻이고 마발은 약재로 쓰는 먼지버섯으로 비천하지만 유용한 재료나 흔하지만 유용한 약재를 이르는 말을 우수마발(牛溲馬勃) 등에 쓰인다.
▶️ 馬(말 마)는 ❶상형문자로 말의 모양으로 머리와 갈기와 꼬리와 네 다리를 본떴다. 개는 무는 것을, 소는 뿔을 강조한 자형(字形)이지만 말의 경우에는 갈기를 강조하고 있다. 부수로 쓰일 때 말과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馬자는 ‘말’을 그린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馬자를 보면 말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큰 눈과 갈기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소전으로 넘어오면서 머리와 갈기는 간략화 되었고 해서에서는 다리가 점으로 표기되면서 지금의 馬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말은 고대부터 사냥과 전쟁에 이용되었지만 주로 먼 거리를 달리는 용도로 쓰였다. 그래서 馬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들은 주로 ‘(말을)타다’나 ‘가다’, 말의 행위, 동작과 관계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馬(마)는 (1)성(姓)의 하나 (2)말 등의 뜻으로 ①말(말과의 포유류) ②벼슬의 이름 ③산가지(수효를 셈하는 데에 쓰던 막대기) ④큰 것의 비유 ⑤아지랑이 ⑥나라의 이름, 마한(馬韓) ⑦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마구간을 마사(馬舍), 말의 똥을 마분(馬糞), 말을 타는 재주를 마술(馬術), 말이 끄는 수레를 마차(馬車), 말을 부리는 사람을 마부(馬夫),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마적(馬賊), 말의 몇 마리를 마필(馬匹), 말의 다리를 마각(馬脚), 말을 매어 두거나 놓아 기르는 곳을 마장(馬場), 경마할 때에 파는 투표권을 마권(馬券), 말을 타고 나감으로 선거에 입후보함을 출마(出馬), 수레와 말을 거마(車馬), 자기가 사랑하는 말을 애마(愛馬), 타는 말이나 말을 탐을 기마(騎馬), 걸음이 느린 말이나 둔한 말을 노마(駑馬), 걸음이 썩 빠른 말 한마를 준마(駿馬), 말에서 떨어짐을 낙마(落馬), 말이 빨리 달리는 것을 겨룸을 경마(競馬), 말을 탐으로 사람이 말을 타고 여러 가지 동작을 하는 경기를 승마(乘馬), 대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서 말로 삼은 것을 죽마(竹馬), 기차를 말에 비유한 일컬음을 철마(鐵馬), 말의 귀에 동풍이라는 뜻으로 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 버림을 이르는 말을 마이동풍(馬耳東風),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말의 가죽으로 자기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전사한 장수의 시체는 말가죽으로 쌌으므로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의 마혁과시(馬革裹屍), 말이나 소에 의복을 입혔다는 뜻으로 학식이 없거나 예의를 모르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마우금거(馬牛襟裾),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뜻의 마부정제(馬不停蹄), 말도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예전 것도 좋기는 하지만 새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즐겁다는 말의 마호체승(馬好替乘) 등에 쓰인다.
▶️ 勃(노할 발)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힘 력(力; 팔의 모양, 힘써 일을 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孛(발)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勃(발)은 ①노(怒)하다 ②발끈하다 ③우쩍 일어나다 ④갑작스럽다 ⑤성(盛)하다(기운이나 세력이 한창 왕성하다) ⑥다투다 ⑦밀치다 ⑧바다의 이름(渤) ⑨갑자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살별 패(孛)이다. 용례로는 전쟁이나 사건 등이 갑자기 일어나는 것을 발발(勃發), 사물이 한창 일어나는 현상을 발발(勃勃), 갑자기 일어남을 발계(勃啓), 별안간 성이 발끈 일어남을 발기(勃起), 벌컥 일어나는 모양을 발연(勃然), 성이 나서 발끈하였다가 누그러졌다 함을 발만(勃慢), 왈칵 일어남을 발이(勃爾), 부드럽게 가루로 된 흙을 발양(勃壤), 비둘기를 달리 이르는 말을 발고(勃姑), 속에 꽉 찬 기운이 밖으로 나올 듯이 성한 모양을 울발(鬱勃), 구름 따위가 성하게 일어나는 모양이나 빛이 밝게 빛나는 모양을 봉발(蓬勃), 마구 함부로 날뜀을 횡발(橫勃), 소의 오줌과 말의 똥이라는 뜻으로 너무 많아서 천한 것을 이르는 말을 수발(溲勃), 발끈 성을 내어 얼굴빛이 달라짐을 이르는 말을 발연변색(勃然變色), 우수는 질경이란 뜻이고 마발은 약재로 쓰는 먼지버섯으로 비천하지만 유용한 재료나 흔하지만 유용한 약재를 이르는 말을 우수마발(牛溲馬勃)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