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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공정여행 스크랩 캄보디아인상기20-여행자 거리라는 곳
물밥강유홍 추천 0 조회 36 15.03.26 21: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인천공항에 나가 보면 정말 많은 이들이 나라 밖으로 나간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중에는 출장으로 나가는 사람도, 연수나 공부하러 나가는 사람도, 가족 얼굴보러 나가는 사람도,

봉사하러 나가는 사람도,  시간 떼울 요량으로 골프백 끌고 나가는 사람도,

나가는게 이골난 사람도, 처음 나가는 사람도, 혼자 나가는 사람도, 단체로 색깔조끼 맞춰 입고 나가는 사람도,

한국사람도, 일본사람도, 중국 사람도, 유럽사람도, 메콩 아시아 사람도, 사막권 사람도, 인기 연예인도 있고 나처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일단 밖에 나오면 모두 여행자라는 이름으로 공동체다.

 

 이곳 시암레아프의 여행자거리 '펍스트리트'는 이렇게 나간 사람들이

다 한 번씩은 관광버스든 툭툭이든, 씨클로든,  오토바이 택시든지를 타고 와

밥을 먹거나, 마사지를 받거나, 옷을 사거나, 기념품을 사거나, 술을 마시거나, 과일쥬스를 주문하거나,

서로 지나가는 자신들을 구경하면서

스스로가 여행자이면서 또한 여행지의 풍경이 되기도 하는 곳이다.

 

 

이 거리가 이렇게 유명해 진 것은 아무래도 앙코르와트 여행이 자유로와진 90년대 이후에

싸고 맛있고 편리하고 안락하고 다양하고 친절하고 뭐든지 다 경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가 소문이 나면서

베낭 여행자들이 몰려 들면서부터다. 

( 이 조건은 현지인들의 입장에 대입해 보면 돈 안되고 못먹고 불편하고 힘들고 할 일 많고 기분 상하고 아니꼬운 것이 될 수도 있겠다)

 

이 거리를 더 유명하게 한 인물이 있는데 그 이는 바로 안졸리나 젤리? 아니 안젤리나 졸리다.

어드벤쳐 영화 툼레이더를 찍는 와중에 쉬는 시간이면 단골로 찾았다는 레스토랑 '레드 피아노'는

아예 졸리가 앉았던 자리를 드러내 놓고 마케팅에 써 먹고 있었다.  (아무개가 다녀간 집, 아 이런 곳에서도 보게될 줄이야 )

 

그 집에 들어가기에는 웬지 존심이 허락치 않아서(라고 쓰지만 사실은 가격이 좀 쎄보여서 라고 해독한다)

맞은 편에 있는 펍에 가서 감자 튀김 한 접시에 맥주 오백 여섯잔을(506잔 아님) 시켜놓고 앉아서 여행자 거리에서 여행자를 구경하는 여행자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날이 좀 어둑해지고, 낫 동안에는 여기 저기를 돌아댕기던 세계의 청춘들이- 주로 구라파- 일제히 이 거리로 몰려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짧은 반바지 모슬린  치마에 현지 풍으로 치장한 하얀 아가씨들,  맨 어께를 드러낸 난닝구와 쓰레빠 차림의 털복숭이들,

호기심과 두려움과 부러움의 눈길을 함뿍 담고서 어슬렁 거리는 같은 대륙의 젊은이들

그리고 이방의 문화와 인연을 동경하는 현지 젊은이들이 한데 어우려져 아예 밤을 홀랑 다 뒤집어 버릴 듯이

마시고 노래부르고 떠들고 춤추고 소리지르고, 겅충겅충 뛰면서  가지가지로 출렁인다.

 

그 때 맞은 편에서 우당탕 툭딱 끼약하는 효과음과 함께, 

이런 썬업비취  벅커 사이사이에 쪼밍아 하더하더 니 시더 망쯔 같은 영어와 중국어간 일대 격전이 벌어졌다.

 

이하 목격한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두상의 앵글로색슨 계통의 장대한 남자가

 머리털을 너무 짧게 깍아서 역시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상을 한 아시아 남방계로 추정되는  비대한 몸짓을 한 중년 사내의 

반팔 베이지 계통의 티셔츠 목부분을 잡고 거리로 끌고 나오려 하고,

끌려 가는게 자존심이 상했던 이 아시안이 색슨계통에게 제법 큰 주먹을 날려 보지만 절대적으로 리치(팔길이)가 짧아 허공에서만 작렬하고,

그 사이에 색슨계통의 사내는 아시안의 관자놀이에 정통으로 일격을 매김으로써 그 충격과 자체 중량을 이기지 못한 아시안은 길바닥으로 나가 자빠지고

(이 대목에서 아시안이 끌려나오다가 의자에 발이 걸려서 넘어졌다고 목격담을 전한 이도 있었다) 

 

순식간에 아시안의 일행들 서넛과 카페의 종업원 너댓과 그리고 길가던 앵글로 이거나 히스패닉계거나 어쨌든 비슷하게 생긴 몇 몇과

현지 청년들이 뒤엉키면서 졸지에 일대 격투기장으로 화한 것이다.

 

잠시잠깐, 문명의 충돌에 버금가는 황인종대 백인종간의 인종 대전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이 아세안을 집중적으로 '다구리'놓는 상황으로 급변하였다. 

포도주색 제복을 입은 성깔 깨나 있어 보이는 한 종업원은 무슨 억하 심정이 있었는지

사람들에게 둘려싸여 분기를 가라 앉히라는 주문을 받고 있는 아시안의 뒤통수를 가라데?으로 기습 가격함으로써

이래저래 전세의 불리를 알아채고 퇴로를 모색하고 있던 아시안의 심기에 기름을 부었고

다시 응전의 의지를 불태우게된 아시안은  누굴 공격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서 다시 색슨계통에게 달려들었자만 인의 장막에 가려 의도를 관철시키지 못하였고

그러자 단전에서 끓어 오르는 소리로 '에이 씬발 너 이쉐이 죽었어 너 이리안와?, 내가 너 두고 가나봐'쯤으로 추정되는

분풀이 내지는 마무리용 맨트를 날리다가

뒤늦게 이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던 경찰인지 민간인인지 모른 일단의 장년 남성 무리에게

밸트와 뒷덜미를 잡힌 채 툭툭이에 태워진 뒤 거리 한켠으로 사라져 갔다.

 

그러는 중에 이 하얀머리의 근육질 사내는 연신 씩식거리며 마치 정의의 수호자라도 된 양 종업원들의 칭송을 받으며

어깨도 몇 번 돌려보고, 주먹도 몇 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더니 승리자의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계산을 하고는 아시안이 사라진 반대 방향으로 나가 혼돈속에 묻혀 버렸다.

 

문득 바야흐로 세계 3차 대전의  서막이 오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일행은 오백 한 잔씩(역시 501잔 아님) 더 주문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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