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좀바(Kizomba)라는 춤을 접하고 추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키좀바는 탱고나 바차타 같은 춤들의 퓨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명 키좀바 댄서들이 구사하는 남다른 새로운 동작을 발견하면 탱고, 바차타, 살사 등 기존에 알고 있는 다른 춤의 어떤 스텝과 연결시키려고 합니다. 물론 요즘 키좀바의 새로운 추세 중 하나는 적극적인 퓨전을 표방하는 댄서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퓨전 키좀바'는 그 나름대로 키좀바가 발전하고 있는 하나의 방식이고 모습입니다. 하지만, 본래 춤으로서의 키좀바는 기존의 다른 춤들이 혼합된 춤은 아닙니다. 키좀바는 춤으로서의 고유한 특징이 있고, 그 근원적 고유 특징에서 과도하게 벗어나지 않아야 키좀바일 수 있을 것입니다.
춤으로서의 키좀바가 가지는 고유한 특징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음악으로서의 키좀바'와 '춤으로서의 키좀바'를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키좀바라는 말은 일차적으로는 음악 장르를 의미하고 이차적으로는 춤의 종류를 지시합니다.
키좀바는 1980년대에 앙골라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갑자기 불현듯 솟아난 것이 아니라 셈바(Semba)와 주크(Zouk)가 만나서 맺은 결실이 키좀바입니다. 그래서 키좀바는 셈바와 주크와 무슨 관계인가를 아는 것이 키좀바를 바르게 이해하는데 유익합니다.
우선, 춤으로서의 키좀바는 셈바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키좀바와 셈바의 관계를 가장 정확히 표현하는 명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키좀바와 셈바는 스텝이 같은 춤이다. 다만 음악에 대한 태도가 다를 뿐이다.” 앙골라에서 셈바가 존재하기 시작한 시기는 16세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 시절은 포르투갈이 브라질 농장의 노예공급을 위한 노예상을 앙골라 지역에 설치하여 운영할 때입니다. 유럽의 커플 댄스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 11세기 정도라고 하고 남녀가 홀딩한 채 춤을 추는 모습에 관한 기록은 15세기 정도라고 하니, 어쩌면 셈바는(물론 현재의 모습과 달랐겠지만)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커플 댄스 중 가장 오래된 기원을 가진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셈바와 같은 스텝으로 이루어진 키좀바는 가장 최근의 커플 댄스이지만 동시에 가장 오래된 기원에 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음악으로서의 키좀바는 셈바라는 음악 장르를 벗어납니다. 키좀바라는 음악은 셈바라는 음악과 주크라는 음악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크라고 말하면 흔히 브라질리언 주크(Brazilian Zouk)를 떠올리며 혼동을 합니다. 그런데 '브라질리언 주크'는 단지 춤의 이름입니다. 과거에는 람바다(Lambada)라고도 불렀던 브라질의 춤이 발전하며 주크라는 음악에 추는 춤이 된 것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브라질리언 주크를 '람바다 주크'라고도 부릅니다. 반면, 음악으로서의 주크는 카리브해에 있는 프랑스의 해외영토인 과들루프(Guadeloupe)와 마르티니크(Martinique)의 음악으로서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큰 유행을 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음악으로서의 키좀바는 1980년대 과들루프의 주크 밴드인 카사브(Kassav)가 앙골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키좀바 현상은 주크와 셈바의 결합입니다. 전설적인 이야기를 따르자면, 카사브의 앙골라 순회공연 중 그 주크 음악에 심취하여 듣고 있던 앙골라 사람들이 흥에 겨워 그 음악에 맞춰 셈바 스텝을 밟으면서 키좀바가 탄생했다고도 합니다. 이런 민담도 셈바라는 춤과 키좀바라는 춤이 단순 유사성이나 계보적 관계를 넘어서는 '근원적 동일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셈바는 키좀바의 영원한 원천이다." 실제로 현대적인 유명 키좀바 댄서들의 독특해 보이는 스텝들이 알고 보면 셈바 스텝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음악이 다르니 그 스텝이 실현되는 모양새가 달라 보일 수는 있습니다만 따져보면 셈바 스텝을 가져다가 표현한 것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심지어 어반키즈(Urbankiz)라고 자칭하는 댄서들에게도 이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키좀바라는 춤을 키좀바로서 이해하려면 셈바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합합니다. 탱고나 바차타의 어떤 스텝이나 몸짓에 연관지어 보려는 성급한 시선은 키좀바를 표면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나아가 키좀바 아닌 어떤 것을 키좀바인 양 착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셈바 추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snIrgHftOJs
https://youtu.be/Lr9CmSWTkLs
사족:
유럽에서 흔히 하는 춤으로서의 키좀바에 대한 오해 중에는 '춤으로서의 주크'가 있습니다. 브라질리언 주크 말고 원래 주크에도 고유한 춤이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유행도 했습니다. 그래서 단편적으로 키좀바의 기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키좀바가 주크의 영향을 받았다는 얕은 상식 때문에, 키좀바 춤도 주크 춤에 영향을 받은 줄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문에 유럽에서 키좀바를 제대로 가르치려는 키좀바 강사들은 강습 때마다 키좀바 춤과 주크 춤은 전혀 다름을 우선적으로 강조합니다.
춤으로서의 주크는 남녀가 서로 다리를 끼고 홀딩하여 하반신 접촉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주크와 키좀바를 구분하지 못했던 초기 키좀바 인구 중에는 키좀바를 주크가 그러는 것처럼 남녀가 서로 다리를 벌리고 서서 오른쪽 다리를 서로 끼어 접촉되는 허벅지로 리드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 시절 잘못 배운 키좀바를 아직도 추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나 없지는 않습니다.
주크 추는 법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3FVqswIy_3o
첫댓글 국내 어느 누구도 해주지 않는 자세한 설명~~
역쉬~~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