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사 21〔其二十一〕
조금씩 잠식하다 창을 거꾸로 드니 舐糠及米室操戈
객을 피해 주인이 바다를 건넜구나 避客主人越海波
국호는 마한이요 도읍은 금마군이니 國號馬韓金馬郡
남쪽으로 옮겨와 옛 산하만 버렸구나 南遷空棄舊山河
준(準)은 위만(衛滿)과 싸워 패배한 뒤 바다를 건너 남쪽으로 달아났다. 금마군(金馬郡)에 이르러서 나라를 세우고 마한(馬韓)이라 불렀다. 50여개 국(國)을 통할하였는데, 대국은 만여 가(家)였고 소국은 수천 가였다. 금마군은 지금의 익산(益山)으로, 뒤에 백제(百濟)의 영토가 되었다.
[주1] 조금씩 잠식하다 : 원문은 ‘舐糠及米’로, 탐욕을 부려 잠식하는 것을 이른다. 당(唐)나라 사마정(司馬貞)의 색은(索隱)에 따르면 쌀겨를 다 먹고 나면 쌀까지 먹으려 든다는 뜻으로, 영토를 모두 잠식하면 그 나라를 멸망시킨다는 말이다. 《史記 卷106 吳王濞列傳》
[주2] 창을 거꾸로 드니 : 원문은 ‘室操戈’이다. 후한(後漢) 때 하휴(何休)가 공양학(公羊學)을 좋아하여 《공양묵수(公羊墨守)》ㆍ《좌씨고황(左氏膏肓)》ㆍ《곡량폐질(穀梁廢疾)》을 짓자 정현(鄭玄)이 곧바로 《발묵수(發墨守)》ㆍ《침고황(鍼膏肓)》ㆍ《기폐질(起廢疾)》을 지어 반박하였다. 이에 하휴가 “강성(정현)이 내 방에 들어와 내 창을 가지고 나를 치는구나.〔康成入吾室 操吾戈以伐我乎〕”라고 탄식하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뒤에는 상대방의 설을 가지고 상대방을 반박하는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망명한 위만(衛滿)에게 땅을 떼어주고 신뢰했다가 오히려 나라가 멸망하게 된 것을 이른다. 《後漢書 卷65 鄭玄傳》
[주3] 마한(馬韓) : 애왕(哀王) 준(準)이 위만에게 패배하고 파천한 뒤 마한으로 국호를 고친 한 혜제(漢惠帝) 2년(기원전 193)부터 시작하여 신(新)나라 왕망(王莽) 원년(9)에 백제의 온조왕(溫祚王)에게 망하기까지 202년 동안 존속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 이상아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