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메아리
김정자
침묵의 수채화로
구름에 걸린 바람
가슴에 조약돌 만들었네
그리운 메아리
새하앟게 물들인 안타까움
별고 없이 맑게 바라보네
장벽으로 막아서는
가뿐숨 고르며
바람의 느낌으로 밀려든 거친 파도
험난한 뱃길에서
휘날린 쪽빛바다 갈앉히고
동방에 피워낸 고뇌의 꽃
헤아리는 길 어디를 맴돌아
무게 만큼 밀려온 고독
어떻게 펼쳐 풀어줄까
살면서 어떤 말이 가장 두려움을 주고 싦어하는 말일까. 죽음, 아픔, 고뇌, 그리움 등등 사람이 싫어하는 말은 많다. 기쁨과 환희를 떠올리며 자신은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사람이다. 그러나 삶은 기쁨만 있는 게 아니다. 반반이라고 하지만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함께 하며 어느 순간에 뒤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새옹지마 塞翁之馬 호사다마 好事多魔 같은 말이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았고 수많은 사연과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된 말이다. 이런 말 중에 가장 두렵고 무서운 말이 있다. 고독 孤獨 이다. 말 그대로 외로울 고에 홀로 독으로 홀로 외롭다는 뜻이다. 어원을 보면 5대로 내려오는 독자가 주위에 아무런 친척이 없이 홀로 지낸다는 말이다. 얼마나 힘들겠는가. 독자로 내려오려면 부모가 일찍 죽는 것이고 형제가 없으니 고모나 삼촌이 없고 5대째로 내려오는 친척이 있을 수 없다. 사람은 홀로 살 수가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협력과 위로가 없다면 불안하고 두렵다.그런 속에서 어떻게 살겠는가. 그래서 고독이라는 말은 입밖에 내지도 말하야 한다. 그러나 김정자 시인은 고독을 고백한다. 가장 껄끄러운 말은 했다. 그러나 흔하게 말하는 그런 고독이 아니다. 그런 고독을 굴리고 굴려서 조약돌을 만들고 조약돌의 부딛침으로 안정의 소리를 낸다. 그것은 품었던 그리움을 풀어낸 것이며 가로막은 장벽을 허물러낸 고독이다. 고독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데 고독의 소리를 듣는 경지에 다달아 그 소리로 메아리를 만들어 스스로가 듣는다. 고독을 품고 괴뇌하는 게 아니라 고독을 풀어 소리를 만드는 경지에 다다른 득도의 삶이다. 허리까지 차오른 고독을 무게 만큼 밀쳐내고 새로운 희망의 거리를 재는 시인은 지금 고독를 잊은 상층을 걷는다.[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