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립만세’를 마음껏 외치고 싶습니다.
대흥동은 대전의 문화예술의 1번지입니다.
2008년 대전에서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이라면 방구좀 뀐다는 몇 명이 모여 몰락해가는 대전 원도심의 한가운데인 대흥동을 재미나는 동네로 바꾸어 보자는 작당모의를 했습니다. 가진 것은 돈밖에 없어 재미난 소일거리를 찾는 졸부들도 아니었고 세상도 바꿀 것 같은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들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음악이 좋고 미술, 연극이 좋아 어려서부터 대흥동을 휘젓고 다니던 예술인들이 이제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 자기영역을 구축하며 문화예술의 불모지 대전을 힘겹게 지켜내는 중견 예술인들이 왕년의 대전 문화예술 1번지인 대흥동을 다시 한 번 살려보자는 순수하지만 무모한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시작은 정말 무모했습니다. 이들 모두 지역에서 문화예술이 뿌리내리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흥동을 다시 한 번 문화예술이 숨 쉬는 도심의 오아시스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공연장이나 미술관에 박제되지 않은 살아있는 예술을 계획했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부터 꼬부랑 노인까지, 전문예술인들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시민 누구나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길 원했습니다.
‘대흥동립만세’가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돈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마을축제를 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예산이 1-2천만원은 족히 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모두 전문가들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냈습니다. 돈이 들지 않는 축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출연자들에게 축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자발적인 참여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물론 출연료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식사도 제공을 못해 출연자들이 도시락을 싸와서 끼니를 해결해야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문화나눔’의 실천 현장입니다. 과연 이러한 축제 참여요청에 응하는 예술인이나 시민이 있을까? 또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가진 것은 몸뚱이밖에 없는 30~40대 예술인들의 무모한 계획에 많은 분이 동참해 주셨습니다. 그냥 동참해 주신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대흥동에서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름하여 “대흥동립만세”입니다. 대흥동을 다시 한 번 살려보자는 굳은 결의가 담긴 축제 이름입니다. 음악, 무용, 연극, 미술,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대흥동 구석구석에서 벌어졌습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 잔디밭에서 클라리넷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예술의 전당 같은 번듯한 공연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카페에서는 연극을 공연하였고 맥주 바에서는 색소폰 연주가 있었습니다. 야외에서는 다양한 길거리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평생학습관 마당 나무아래에서는 일본에서 날아오신 배우들의 재미있는 거리연극이 열렸습니다. 골목 안 막걸리집에서는 ‘대전부르스’ 노래부르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대전부르스’노래만 불러야 하는 대회입니다. 또 길에서는 옛날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간판 전시회와 애니메이션 상영이 있었습니다. 아트프리마켓도 열렸습니다. 기존의 벼룩시장 개념에서 진일보하여 예술을 시장에 끌어들였기에 이름을 ‘아트프리마켓’이라고 지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에 시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축제가 끝나고 결산해보니 경비가 200여만 원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절대로 해내지 못할 적은 금액이었습니다. 이 돈은 축제 참여자 여러 명이 십시일반 부담하였습니다. 정말 즐거운 기부였습니다.
이런 재미난 축제가 3년 동안 계속 이어져왔고 2011년인 올해 네 번째를 맞게 됩니다. 신문사나 방송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고 특히 시민단체에서 이러한 노력을 아시고 ‘풀뿌리 시민상’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민간인이 자발적으로 의미 있는 축제를 한다고 주신 상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났습니다.
축제는 1년에 한 번 여름에 열리지만 아트프리마켓은 추운 한겨울을 빼고는 매달 상설로 열렸습니다. 아트프리마켓에서는 장만 열린 것이 아니라 작은 공연이 함께 열렸습니다. 작은 대흥동립만세가 매달 열린 셈입니다.
‘대흥동립만세’는 풀뿌리 축제입니다.
대전에는 많은 축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공한 축제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대흥동립만세’는 대전의 모범적인 축제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축제를 기획하여 진행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축제의 형태이며 성공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대흥동립만세’는 주민들이 스스로 탄생시키고 발전시키는 ‘스스로 진화하는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자금이 지원되면 사업을 시행하고 지원이 끊기면 행사도 사라지는 지금까지의 축제형태가 아닌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도 생존할 수 있는 축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대전시로부터 오천만원이라는 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돈은 ‘대흥동립만세’라는 단일 축제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흥동립만세’가 자립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갖는데 사용될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참여자들이 경비를 부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스스로 수익구조를 만들어 축제를 진행할 수 있는 문화예술 비즈니스의 모델을 찾을 것입니다. 이번 시의 지원금이 문화예술관련 부서가 아니라 경제부서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렇게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후에는 시나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지원을 받아도 기본정신이 훼손되지 않고 지원금이 성장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흥동립만세’가 튼튼한 뿌리를 내릴 때까지는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대흥동립만세’가 화를 냅니다.
대전문화재단에서 대흥동일원을 대중문화예술의 거점지역으로 선정하고 무려 2억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축제를 진행하는 사업공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고의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고한 공모의 사업계획안들이 그동안 고민하며 만들어온 대흥동립만세의 축제내용과 똑같습니다. 재단이 생각하는 행사내용이 아트프리마켓, 매주공연, 여름철의 프린지축제입니다. 재단 측에서는 세계 어느 축제나 이 세 가지는 축제의 기본구성이라고 말합니다만 그 내용이 ‘대흥동립만세’의 사업계획서를 보고 베낀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같습니다. 더군다나 2억 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행사를 치른답니다. 공공기관이 좋은 의도로 사업을 추진한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마는 하필이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스스로 자기돈 들여가며 3년이 넘게 잘 진행해온 대흥동지역에 들어와서 차별도 없는 똑같은 내용의 행사를 하겠다는 것에 ‘대흥동립만세’를 그동안 땀 흘리며 지켜온 모든 사람들은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입니다.
대전 문화예술의 정점에 있는 문화재단에서 내놓은 기획안이 예산도 없이 진행하는 ‘대흥동립만세’와 차별성 없는 똑같은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다는 것에 문화재단의 역량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문화예술지원금으로는 막대한 예산인 2억 원을 투입하는 준비단계에서 의견수렴절차도 없이 진행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문화재단은 예술가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민간에서 지원금도 없이 스스로 잘 진행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관심은 두지 않더라도 기를 꺾어버리는 일은 삼가야하지 않을까요?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또 다른 기관 문화 권력이 탄생한 것 같아 영 걱정입니다.
“대흥동립만세”라는 작은 싹을 가꾸어온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러한 사실을 시민여러분께 널리 알려 대흥동을 진정한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이 되도록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흥동립만세를 꾸려가는 사람들
cafe.daum.net/djartfest | 문의 : (042) 252-0887
첫댓글 대전시의 문화정책이 소통하는 정책이 되길 바랍니다. 제발!~
정말 대전이 문화의불모지라고 말하지말라고요. 이런 정책이야말로 문화예술을 퇴보하게 만드는 행태죠.
"우매한 사람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당연한 것엔 당연하다고 믿게하는 치밀한 계획이 뒤에 숨겨져 있다." 공무원님들께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4.6 대흥동립선언문'에 서명운동 전개할까......
나 서명이요....
다른 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사건의 전개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면 좋게습니다.
대전문화재단의 사업공모 추진 과정과 변경공고,
대흥동립만세의 최초 인지일자,
자체 관련자들의 그동안의 논의 과정 등...
사람들이 행동하는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본질이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죠..
그 본질은 대번에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게 시간이란 놈과 함께 꽁꽁 숨어 있습니다.
찾고자 노력하는자..순수함을 지향하는자..어떠한 시험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들의 공통분모이죠.
그들에겐 처음에도 보이고 마지막에도 보입니다. 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절대!!!!!!! 네버!!!!!!!!!
쉽고 빠르게 갈수 있거나 성취해낼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것도 하는~척 베끼는~척은 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본질은 그어떤것으로도 "~척"을 할수 없습니다.
대흥동립만세는 본질 그자체입니다.
진짜 제대로 합시다!!
지금까지 힘들게, 자발적으로 유지되어 온 대흥동립만세..이런 일이 생기다니 제가 다 억울하네요...
대흥동립만세팀을 지지합니다. 힘내세요.
발필수록 더 아름답게 자라나는 보리처럼 푸르른 세상을 위해 대흥동립만세를 지켜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