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는 여전히 랩퍼 <비와이>의 음악을 즐겨 듣고 있지?
아버진 불량한 말, 불량한 태도, 불량한 운율이 처음엔 정말 낯설었다.
아버지 방식으로 표현하면, ‘때려 죽여도 내 취향은 아니다’ 라는 그런 거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버지도 노래인지 말인지 경계가 애매한 이 흥얼대는 소리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이 이것을 왜 좋아하는질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듣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좋아졌다.
아직은 음원앱에서 다운로드 정도까진 아니고, 유튜브에서 검색으로 듣는 수준이다.
이젠 유튜브에서 여러 번 <비와이>를 검색해서 들었더니, 유튜브가 <비와이>의 음악을 추천해서 맨 위에 <비와이> 음악이 올라와 있다.
오늘은 추천으로 이란 프로그램에서 불렀던 <비와이>와 신승훈의 합작품 <<자장가>>가 올라왔다.
<비와이>의 목소리의 톤이 정말 좋았고, 그 목소리에 담진 가사의 말들이 살아 있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사람인줄 알고 있었습니다.
배 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이 다 먹이고. 굶어도 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인질 알고 있었습니다.”
먼저 이 심순덕의 싯구가 자막으로 깔렸고. 그 다음에 신승훈의 감미로운 노래가 흘렀고,
그 노래 뒤에 바로, <비와이>가 거칠지만, 가늘게 높은 목소리의 공명이 아버지에 가슴에 뿜어댔다.
그대는 엄마이기 전에 ↓작은 꿈을 가슴에 품던 소녀↓↓
그대는 엄마이기 전에 ↓자신의 삶을 살기 원한 소녀↓↓
그대는 엄마이기 전에 ↓여자로 걷기를 원한 소녀↓↓
<비와이>의 랩은 아버질 누군가를 향한 ‘쏘리 쏘리 쏘리’ 울렸다.
이것이 네가 랩을 좋아했던 이유구나, 아들을 조금은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아들아
이 아버지도 엄마가 있다.
이 아버지도 할머니의 아들이다.
아버지도 불효자 아들로 살아왔기 때문에, <비와이>의 랩에 담긴 울림을 느꼈다.
<비와이>와 신승훈의 <자장가>의 후렴구, ‘쏘리 쏘리 쏘리’가 지금도 들리듯 하다.
아들아
오늘은 직업으로서 ‘아티스트’의 삶을 말하려고 서두가 길었다.
우리 인생이 예술과 돈의 그릇에 어떻게 담기는질 제대로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한 마디로 먼저를 정의를 내리고 얘기를 이어가겠다.
‘예술가는 자기 좋아하는 예술을 하기 위해서 우선 ‘경제적 자립’을 해야 한다.’
예술이든, 인생이든 그 바탕은 삶의 물적 토대, 즉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술 앞에서 어떻게 더러운 돈을 말하세요. 아버지 속물입니다”
네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에게 대들면서 했던 말이다.
그때, 너는 나에게 ‘랩퍼’가 되겠다고 했고, 아버지는 ‘경제적 자립’에 계획이 있는질 물었다.
아들아
넌 중학교 때까진 반에서 1등도 하고, 넌 제법 공부 머리가 있었던 학생이었다
고등학교를 가선, 왜 갑자기 학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었는지, 너의 학교 생활은 아버진 몰랐다.
네 성적은 뚝뚝 떨어지고 있단 것만 엄마의 귀 뜀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아버지하고 얘기하자고 했고, 엄마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난 랩퍼가 될 거야. 쇼미더머니에 나갈 거야”
그리곤 ‘아버지는 날 이해할 수 있는 분이라고 믿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때, 아버지는 먼저 경제적 자립, 돈벌이 수단이 뭐냐고 물었다.
넌 자기 말뜻을 이해 못한다고 불같이 화를 냈고, 우리 대화는 그렇게 서로가 화가 난 채 끝났다.
아들아
아버진 너와 대화가 끝나고, 사실은 힙합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에 대해서 검색했다.
그 프로그램 제목부터, 조금은 남 달랐다.
<THE MONEY>>, 나에게 돈을 보여주세요.
원래 의미는 슬럼가의 동네 형들이 돈을 뺏을 때 했던 말로 태생부터 불량했다.
세부적으로 의역하면 ‘내가 볼 수 있도록, 너의 돈을 보이게 꺼내!”라는 말로 주로 강도 짓을 할 때 사용된 말인데,
뒷골목 강도의 언어가 프로그램 제목이라니 그때는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말로 말하면, 동네 못된 형들이 애들을 골목에 불러서 협박했던 이런 말이다.
‘정말이게 다냐.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 대씩 때린다”
즉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는 행위를 지칭하는 저급한 언어였다.
그때는 제목부터 싫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는 가장 예술을 경제적인 용어로 표현한 통찰의 제목이었다.
내 예술을 감상하는 거에 당신은 돈을 얼마 내겠습니까?
이 예술을 경제적 가치로 즉석에서 평가하는 직접 대놓고 물어보는 제목이다.
예술 서바이벌 경연에 어울리는 더 할 수 없게 제목이다.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예술가가 돈벌이가 얼마나 힘들지를 '프로그램 제목'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
아들아
쇼미더머니하는 것.
즉,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강제적으로 뺏으면 깡패, 대가를 제공하면 뺏으면 상인, 공짜로 스스로 내주게 만들면 '예술가'이다.
예술가는 공짜로, 즉, 물적 거래 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돈을 내주게 만드는 사람이다.
아무 대가 없이 자기 주머니의 돈을 내주는 사람은 없다.
사람에게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품을 제공하는지 않으면, 사람은 스스로 돈을 절대 내놓지 않는다.
마음을 얻어야 하는 예술가의 삶은 그래서 어렵다.
예술로 돈을 벌기 정말 어렵다.
예술로 돈 버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다.
아버지가 예술로 돈을 버는 사람을 그래서 존경한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예술가 중 당대에 경제적 자립을 이룬 사람은 드물다.
다들 죽음 이후에 빛을 발하고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버지는 너의 삶이, 후대에 빛을 발하는 삶이 아니라 네가 지금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래서 아버지가 경제적 자립 계획을 먼저 물었던 거고 돈과 예술을 분리 시키길 원했다.
돈은 돈 대로 벌어서 경제적 자립을 해놓고,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을 하는 것이다.
아들아
아버지 입장에서 아들이 예술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받아드릴 수 없는 이유였다.
예술과 돈을, 하나로 벌겠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한 거라는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돈은 돈대로 벌고, 돈으로 경제자립을 이루고 예술은 그때 했으면 좋겠다.
네 고민에 당분간은 예술은 빼고, 경제 공부로 매진하기 바란다.
생각보다 인생은 길다.
네가 예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면, 예술의 시간은 남아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100세의 시대이다.
오십 이후에 시간이 남아서 걱정인 시대다.
그때 경제적 자립 토대 위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예술을 하는 거다.
그래야 제대로 멋이 나고, 내 삶도 행복하다.
아들아
아버진 요즘 뽕짝이라는 걸 듣고 있다.
넌 알고 있지.
이 아버지가 뽕짝을 얼마나 무시했는지를, 말도 안 되는 말로, 울고 짜고 있는 노래가 정말 싫었다.
그랬던 아버지가 뽕짝을 듣는다.
나이 칠십이 넘긴 어느 뽕짝 가수의 노래 때문이다.
요즘 그 가수가 부르는 뽕짝 신곡을 듣고 있다.
처음엔 제목도 엄청 구렸다.
제목이 ‘테스형’이다.
아버진 처음엔 ‘토마스 하이디’의 소설 <<테스>를 생각했다.
어이없게도, 소크라테스를 줄여서 ‘테스’라고 하고, ‘테스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라는 가사가 주는 울림과 이 가수의 예술적 포스가 절묘하게 어울려 깊은 울림을 준다.
네가 좋아하는 랩의 <비와이>, 아버지가 좋아하는 락의 <비틀즈> 와는, 분명 음악의 결은 다르다.
그러나. 뽕짝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한평생 노랫말을 만들고, 그 노랫말에 곡을 입히고, 온몸으로 그 삶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가 멋졌다.
그 멋진 삶과 예술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아버지가 전에 말했었지.
그 분은 예술가지만 경제적 토대가 완벽한 분이라고.
그 분은 ‘저작권료가 어마어마해서, 굳이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이, 예술이, 자기 삶이 좋아서 그렇게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자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아들아
결론적으로 말하면, 예술은 나중에 하자.
우선은 경제 공부를 해서, 돈이라는 물적 토대를 단단히 만들어 놓자.
다만, 예술의 끝을 떨어지지 않도록 짬짬이 랩을 하도록 해라.
아버지도 직장생활 25년 하면서, 아버지만의 예술인 글쓰기의 끈은 놓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이 구십이 되고. 네가 나이 육십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너의 랩을 듣고 싶다.
PSY의 <아버지>처럼,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리 사셔나요’라고 랩을 들려주렴.
아들아
30년 후, 그 날을 그리는 건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아들아. 사랑한다.
[출처] 아들아 경제 공부해야 한다12(직업2-예술가편)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정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