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는 딱 한 가지. '눈뽈다구'(눈볼대·일명 빨간고기) 구이 정식'. 지나가던 행인이 무심코 말한다. "일식당이야, 이자카야야, 뭐야?"
"눈볼대라는 단일 메뉴도, 카페 같은 인테리어도 모험이었습니다. '생선구이'라고 적힌 간판을 보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가도 고등어, 갈치, 가자미를 생각한 고객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으니까요."
기존 이미지를 깬 한식당 '정성식당' 운영으로 부산 외식업계에선 화제를 몰고 온 조혁성(35) 대표가 두어 달 전 제2의 브랜드로 '간장선생'을 선보였다. 하고많은 생선 중에 왜, 눈볼대였을까?
"눈볼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생선이기도 합니다만 비린내도 덜 나고, 크게 비싸지도 않으면서 1년 365일 수급에 큰 애로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맛도 있고요, 평범한 생선이지만 손질에 정성을 다하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이는 간장과 고추장 양념, 두 가지 중 선택한다. 그리고 당면 김치찌개와 서너 가지 밑반찬이 보태졌다. 얇게 자른 마늘을 튀겨서 곁들인 간장 양념의 눈볼대 구이는 담백했고, 고추장 양념은 매콤했다.
'정성식당'도 김치찜, 김치전골, 매실 두루치기 단 세 가지 메뉴로만으로 꾸려진다. 단순하면서도 평범한 메뉴 구성이지만 모던한 식당 인테리어와 함께 꾸준하게 대기 손님이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첫선을 보인 남포점을 본점으로, 서면점, 동래점 등 직영점과 정성식당 직원으로 있다가 독립해 나간 경성대점, 부산대점 등 총 5곳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정성식당'만의 독특한 운영 방식이 발견된다.
"우리 직원의 경우, 2년 이상 근속하고 자기가 원할 땐 가맹비 없이 독립할 수 있습니다. 이제 '간장선생'이 보태졌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겠지요. 현재 슈퍼바이저로 있는 직원 한 명도 자기 가게를 알아보는 중인데 기존 상권과 충돌이 없는 김해나 창원, 해운대 등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간장선생'에 근무하는 7명도, 매장마다 6~7명씩 근무 중인 '정성식당' 직원들도 전부 정직원으로 고용된 이들이다.
문득, '정성식당' 이야기를 귀띔해 준 모 음식점 사장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분은 복도 많아요. 어떻게 뽑는 직원마다 다들 자기 가게처럼 열심히 일을 하는지…."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또 다른 말을 들려준다. "저는 우리 직원들이 사장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7년 전, 화명동에서 '해금포차'라는 술집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오면서 일할 만하면 나가는 직원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찾다가 생각하게 된 게 이 시스템입니다. 매출도 직원들한테 공개합니다. 투명경영을 하는 거죠."
사실, 조 대표는 대학(부경대 화상정보공학과) 때부터 휴학을 하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경험이 있다. 특히 영국에서 2년 6개월간 머물면서 호텔 주방 보조 일을 했는데 외식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단다.
"당시 호텔 측에선 저한테 정직원 제의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미래가 없는 것 같아 거절했지요.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1년 뒤에도, 2년 뒤에도 반복되는 주방 일만 하고 있다면 무슨 희망이 있을까요? 당장은 힘들지만 목표가 있으면 다르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언젠가 자기 가게를 갖는 꿈 같은 거요."
조 대표의 말을 듣고 보니 '자기 가게처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의 실체를 알 것 같았다. 타고난 훌륭한 직원도 있겠지만 그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열심히 일하게끔 만들어 준 건 결국 리더(대표)의 몫이었던 것이다.
메뉴 개발 이야기로 돌아갔다. '정성식당'의 인기 메뉴인 김치찜과 매실 두루치기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어머니께서 오랫동안 한식당을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긴 했지만 저만의 방법으로 좀 더 세련되게 재구성한 셈입니다. 김치는 묵은지가 아닌 6개월 정도 숙성한 것을 사용하고, 매실 두루치기는 미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합니다만 부위는 목살을 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리 방법은 매뉴얼화하고 있습니다."
한식 조리법의 매뉴얼화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거기엔 조 대표가 꾸고 있는 또 다른 꿈이 있었다.
"언젠가 뉴욕에도 진출해 제 브랜드의 식당을 열고 싶습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 '정성식당' 1호점을 내기 위해 타진 중입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69-1(부전동) 간장선생(051-803-2333). 도시철도 서면역 7번 출구. '눈뽈다구 구이 정식' 7천 원. 오전 10시~오후 10시 영업. 정성식당 남포점(051-246-0333), 서면점(051-805-3355), 동래점(051-558-0338)도 영업시간 동일. 김치찜 7천 원, 매실 두루치기 6천 원, 김치전골(2인분 기준 주문) 6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