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정선 민둥산 산행후기
갑자기 외로움이 몰려온다.
주위가 너무나 고요하다.
어제 민둥산에서의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문득 혼자 있으려니 몰려오는 공허함.
인생의 무게를 혼자 짊어진 사람처럼 어깨가 무겁고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해진다.
또다른 삶을 느끼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가을 날씨속에 10월의 중간 16일에 로즈산악회는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민둥산을 다녀왔다.
민둥산은 정상에 나무 한그루 없는 억새산이라고 했는데 듬성듬성 소나무가 있어 오히려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수십만평에 달하는 주능선 일원이 온통 억새밭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도 했는데 과연 수십만평이 되는지는 모르겠고, 어림잡아 몇만평정도 되는것 같아 보였으나 정산의 억새 만큼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람키만한 억새숲 가운데로 길이 나있어 또다른 멋스러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곳곳에 전망테크가 설치되어 있어 사진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었으나 일부는 등산객들의 간식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그곳에서 맛있는 간식을 즐겼다.
나무 난간 안쪽에도 사람이 들어간 흔적이 있어 억새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찍을수 있었다.
민둥산 정상석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정상석을 배경으로 줄을서서 사진을 찍느라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도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나는 그들을 사진에 담기위해 한참을 기다린 끝에 모두를 휴대폰에 담을수 있었다.
어떻든 민둥산은 처음가본산이고 그렇게 많은 억새꽃을 본것도 난생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멋지다는 생각에 탄성을 지르지 않을수 없을 만큼 장관이었다.
산악회를 운영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몸으로 때우는것은 그런대로 어려움이 없지만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사람을 대하는것은 개별적인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유독 신경이 많이가는 부분이다.
산행에 모시고 갈분들을 모으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다.
예약이 들어오면 미소짓다가도 취소가 들어오면 씁쓸해지는 마음이 든다.
어쩔수 없는 심리상태일것이다.
이번 민둥산은 마침 민둥산 억새축제 기간중이고 가장 멋있는 시기라서 선뜻 정하게 되었다.
많은분들이 참여할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운 감은 없지 않다.
로즈산악회 임원 9분중에서도 박주영고문님과 임영순홍보이사님이 몸이 불편해서 못오시고 박상현 산대장도 생업이 바빠 오시질 못했다.
그나마 정영순,김복희 두부회장님의 적극적인 활약으로 많은 분들을 모시고 오셔서 앞좌석을 채울수 있었다.
당초 이번산행은 어렵다 하시던 전경숙 여전사님도 오셔서 힘을 실어 주셨고, 사전 예약은 하지 않았는데도 흔쾌히 와주신 밴드마스터 최성식님과 죽전의 한미모하시는 주순자님도 오셨다.
양평이 고향이신 안경옥님이 세분을 예약해 주셨고, 그분의 언니와 형부,그리고 예쁘장한 동생분이 참석해 주셨다.
"한번쯤오실때가 됐는데"라고 보낸 카톡문자가 주효했다고 하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오는도중에 버스백미러일부가 떨어져 나가 맨뒤에 타고 계신곳에 부딪혀 다행히 다치지는 않으셨지만 꽤나 놀라신것 같았다.
만원의행복 뒷풀이에 오셔서 놀란 가슴을 쓴소주로 달래고 가셨다.
최성식님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연말 송년회에 도움을 청했더니 흔쾌히 도와주시겠단다.
장비도 한차 싣고 오시고 무료봉사 하시겠다고
누군가가 노래한곡하고 기분 좋아 주시는 돈도 로즈산악회에 찬조금으로 주시겠다니 이 얼마나 고마우신 말씀이신가
뒤풀이에서 한말씀 더하신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로즈산악회에 꼭 오시겠노라"고
윤범호 형님도 특유의 뚝심을 뒷풀이에서 털어 놓으신다.
김영호친구는 914에,김재구친구는 수성산악회에 함께 가자고 하는걸 "나는 로즈산악회가 좋아서 그리로 간다"고 하셨단다.
우리 임원들이 진심과 정성으로 잘대해 준다고 하신다.
그 기분이 하산길에 막걸리 한잔과 도토리묵으로 이어졌고 거금을 부담해 주셨다.
고마우시다.
다음 내장산 산행에도 우선적으로 예약해 달라신다.
힘이 솓고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
박보국,윤석병님은 후미를 맡은 나와 함께 A조의 뒤를 든든히 받치며 올라갔다.
구수한 전라도사투리의 걸걸한 입담이 쏟아졌다.
결코 느려서 지루하지 않은 산행이 되었다.
윤석병님은 지난번에 이어 뒷풀이에 오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멀리 사당에서 오신 권태운님도 이번에는 뒷풀이에 오셔서 산행중에 안드시는 소주를 거나하게 잡수셨다.
나한테 한가지 묻고싶으시단다.
힘들고 신경쓰이고 돈도안되는 산악회장을 왜하느냐고
그냥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사과 한상자를 보내오신 백경록님 부부도 후미에서 함께 올라갔다.
원래 멋쟁이들이시라 이인애 감사님과 내가 사진을 많이 찍어 드린것같다.
물론 뒷풀이에도 오셔서 감자탕에 소주한잔 더하고 가셨다.
죽전에서 타신 변영숙님과 함께와주신 힘센 남자분도 후미에서 함께 올라갔다.
그렇게 후미를 형성한 8명은 중간에 술도한잔하며 여유를 부렸다.
A조 24명중 나머지 16명은 후미보다 훨씬 먼저 정상에 올라 간식을 드시고 계셨고 우리가 올라갈 즈음엔 파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B조 안내를 맡아 수고하시는 이경애총무님의 무전이 날아들었다.
정상에 도착했단다.
이경애총무님은 이번이 무전기를 처음 써보신단다.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말을 해야하고 버튼을 놓아야 상대의 전송소리가 들리는데 그냥 누르고 있었단다.
다음번엔 더 잘하시겠지
간식자리를 정리하고 정상에 오르니 B조 11분중 세분만이 정상에 올라 오셔서 간식을 드시고 계셨다.
많은분들이 중간에서 포기하고 다시 내려 가셨단다.
복희언니 일행두분과 항상 찾아주시는 조병훈,이충용님,처음오신 이정우님,이영희님,나의선배 막걸리파 조경호님과 부총무(?)님 등 8분에게는 많은시간 기다리신것 같아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증산초교아래 축제장에서 버스가 출발해야하는데 막걸리파 두분이 보이질 않는다.
전화했더니 금방오신단다.
기다림의 미학이 시작되었다.
여유로운 마음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렇게 많이 늦지 않게 두분이 탑승했는데도 이충용님의 거센 항의가 들어왔다.
미안스러웠지만 화를 내실만큼 두분이 많이 늦은 것도 아니어서 두둔하는듯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중식장소로 옮겼다.
밥먹는 자리에서 이충용님의 손을 두손으로 잡고 죄송하다고 사과 드렸다.
올라오는 차안에서도 다시한번 죄송하다고했다.
항상 누군가는 뒤에 있거나 선후가 있는 법이어서 늦는분만을 탓할수는 없는것이다.
로즈 산악회는 참여하시는 분들이 주인이고 나는 머슴이라서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재미있게 산행을 즐기되 아무런 사고없이 마무리 짓는것이 나의 바램이다.
다른 산악회도 다니지만 통제에 따라주어야 한다느니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느니 하면서 회원들을 닥달하는 모습을 보아온 나로서는 내돈내고 당당하게 주인된 입장으로 산행을 즐기러 왔는데 한두살 잡순 나이도 아니고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다고 하면 기분도 나쁠테고 뭔가 유쾌하지 않을 것 같아 로즈는 자유스러움을 추구하는 산악회로 인식되어지길 바라고 있다.
억새축제장에서는 각설이패들의 한바탕 놀음이 한창이었고,천막마다 그곳의 특산품을 팔고 간단하게 한잔할수 있는곳도 마련되어 있었다.
두분은 그곳 어디에선가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시간까지 버티고 있는것이 용했다.
중식장소는 축제장에서 차로 3분거리에 있었다.
참석인원 35분중에 소머리국밥을 못드시는분이 5분 있었다.
그분들은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곤드레나물밥을 시켜 드렸다.
모두들 힘찬 건배와 함께 7천원짜리 소머리국밥치곤 괜찮게 맛있는 국밥을 소주와 함께 말끔이 비웠다.
중간에 주인아주머님이 나한테 오셔서 물어보신다.
버스기사님이 담배값이라도 달라고하시는데 남는것도 없는데 난감하다고 하신다.
기사님포함 36명이 배불리 먹고도 25만원밖에 지불하지 않았는데 거기서 몇만원을 달라고 하면 너무 염치가 없는것 아닌가
일언지하에 주지 말라고 했다.
사실 기사님 식사는 어느식당에 가도 따로 제공해 주곤해서 그만큼을 우리가 덜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기사님에게 따로 돈을 지불하게되면 그만큼 음식의 질과 양이 떨어지고 더달라고 큰소리도 못치는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런 상황이 용납되질 않는다.
그동안 다녔던 식당 모두에게 전화 하려다가 직전에 갔던 대둔산의 산마루식당에 전화해보니 담배값이라도 달라고해서 삼만원을 드렸단다.
이번에도 같은 정선의 덕산기계곡을 갔을 때랑 거리가 비슷해서 차량비로 60만원을 제시했더니 기름값이 올랐다며 65만원을 요구하여 그렇게 드렸다.
버스에서의 춤곡도 줄곧 재고를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고쳐지질 않는다.
급기야 뒤에 타셨던분들이 한마디 하신다. "저음악에 춤이 나오느냐고"
다시한번 시정을 요구하고 방법을 구해 볼란다.
버스에서의 노래방은 시끄러워서 잠을 못주무시는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장시간 가야하는 관계로 시간을 때우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다고 생각된다.
내가먼저 한마디하고 이제는 익숙해진 노래찾기의 명수 이인애감사님과 복희언니 그리고 쌩쌩하신 이경애총무님께 맡기고 나는 잠이 들어 버렸다.
노래비 찬조금은 안주셔도 되는데 무려 6만원이나 주셨다.
감사드린다.
이번에는 제약회사 홍보찬조금도 없었는데도 부총무(?)님의 찬조금과 김복희부회장님,이인애감사님의찬조로 지출을 줄였고,백경록님부부의 사과와 윤범호형님의 하산중 한잔술이 큰 힘이 되었다.
만원의 행복에서도 돈이 남아 이번에도 약19만원의 적립금이 쌓였다.
12월 세번째 화요일인 18일에는 로즈산악회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다.
임원회의를 거쳐 규모나 방법을 정해 공지를 띄울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3월 이후에는 중국북경인근의 백석산에도 다녀올 계획이다.
다음산행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단풍산행지인 내장산을 간다.
단풍이 조금 늦어져 우리가 가는 11월 6일에도 내장산 단풍은 우리를 즐겁게 할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정선 민둥산 산행에 참석해주신 모든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에도 뵐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첫댓글 회장님 고생많이하셨습니다~~임원분들은 항상 물심양면으로 회장님을 돕고있습니다~힘드셔도 힘내세요~~ 영원한 로즈회장님이세요~화이팅